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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쓰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정계개편론은 왜? 지난 22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서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반성문 쓰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정계개편론은 왜? 지난 22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원장단 회의에서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런 지방선거가 다 있나. 지역일꾼 뽑자는 데, 생활정치하자는 데 한쪽은 '병상 동정론'으로, 다른 한쪽은 '정치권 빅뱅설'로 유권자의 이성을 위협하고 있다. 여전히 중앙정치에 볼모인 지방선거다.

선거운동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병상'을 경유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한나라당 후보들은 "박근혜 대표의 쾌유를 빕니다"를 구호로 외치고 플래카드로 내걸고 있다. 이 같은 실상은 단적으로 오세훈 후보의 '말실수'가 웅변한다. 유세 현장에서 구호랍시고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라고 소리쳤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대전에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쓰러질 듯한 상대를 'KO패'시킬 수 있는 결정타다. 병상의 박 대표는 "대전은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한나라당 대전시장 후보는 "승리로 박 대표의 걱정에 보답하겠다"고 말하고 다닌다. 이곳의 패배는 '행정수도 이전' 위헌 논란을 거쳐 '행정복합도시' 건설로 겨우 충청도 민심을 얻었다고 판단하는 여권으로선 치명타가 될 게 분명하다.

유권자 이성 위협하는 거대 여야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 선거운동 방향을 틀었다. 정동영 의장은 2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 전원 소집령을 내렸다. 중앙당 차원의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대국민호소문을 채택한다고 한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강금실 후보는 노 대통령이 반대하고 열린우리당이 미지근하게 반응한 '아파트 분양원가 전면공개' 실천 협약식을 열 예정이지만, 기자들은 '중앙당 뉴스'로 몰릴 게 뻔하다. 일정 담당자는 "당과 박자가 안맞는다"고 푸념한다.

이날 비상회의에 대해 우상호 대변인은 "지나치게 한쪽으로 경도된 흐름을 차단하고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한다.

열린우리당은 국민들이 이성적인 판단으로 지방선거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드리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곧이 안들린다. 흔한말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이 터진 이후, 정동영 의장은 거의 호남에서 살다시피 했다.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은 것을 제외하고 광주→전북→전남→광주를 맴돌고 있다. 그러다 결국 할말을 해버렸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개혁세력의 대연합 추진을 전제로 "민주평화 개혁세력인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반대하는 사람 모두 모여라∼'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선 톤이 좀더 올라갔다. "열린우리당이 완패하면 정치 지형은 혼란스러워진다, 정치권의 빅뱅이 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혼란스럽다. 반성문을 쓰다가 돌연 개헌 얘기를 하더니, 다시 반성문을 쓰고는 정계개편론을 내놓는다. 주변에 물었다. 의원들도, 당직자들도 이렇다할 말을 못한다. 주요 어르신(중진)들은 좀 아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선도하는 몇몇이 아니라 저변의 공감대다. 절박감이 무르익어 대연합의 끓는점을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강금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감자든, 고구마든 뭘 좀 익은채로 내놨으면 좋겠다"고 푸념한다.

왜 하필 지금. 한 의원은 "(통합론은) 너무 늦게 나온 것이기도 하고, 너무 일찍 나온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사실 여권 내에서 통합론은 '단물 빠진 껌'이다. 위기론이 제기될 때마다 걸핏하면 나왔다. 지난 2월 전당대회 때도 그랬다. 느슨한 형태로든 '통합'의 실마리를 갖고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렇게 치면 늦은 것이다. 반면,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논란이 일 것이라는 전망에서 보자면 이른 것이기도 하다.

자강과 하심이라더니...

과반의석을 안겨준 지지자들은 열린우리당을 '용서'할까. 선거운동 첫날인 18일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정동영 의장은 명동에서 대규모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과반의석을 안겨준 지지자들은 열린우리당을 '용서'할까. 선거운동 첫날인 18일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정동영 의장은 명동에서 대규모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동영 의장은 통합론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자강(自强)'과 '하심(下心)'을 내세워 전당대회를 치렀고, 이같은 기조로 지방선거를 뛰었다. "정치를 시작하고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말이 진심으로 들렸다. 열린우리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은 "더! 더!! 더!!!"를 요구하고 있다. 괴로울 법도 하다.

전에 기자가 정동영 의장의 반성문 기사를 썼을 때 의외로 댓글이 많았다. 대부분 열린우리당의 과거 혹은 현재의 지지자들이었다. 더 호된 반성을 요구하는 질책부터,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격려, 다시 안믿는다는 뿌리깊은 불신, 망할 거 확실히 망해라라는 냉소 등 다양했다.

사실 열린우리당이 반성을 시작한 건 그리 오래지 않았다. 당·청 갈등, 계파 갈등으로 표출되면서 서로를 탓했다. 그러다가 올들어 전당대회,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위기의 주소지를 '반성'으로 찾는 듯 했다. 하지만 충분치 않았다.

그 점에서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의 "전당대회 이후 이번 선거기간까지 한 게 뭐가 있냐"는 호통은 통렬했다. "잘못했다는 말은 있지만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분석과 대안, 쇄신 등이 나와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런데 이를 당에선 "신중하게 발언했으면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강 후보의 말을 '지도부에 대한 공격=선거용'이라는 식의 정치공학적으로 해석했다.

참, 웃긴다. 당이 강금실을 왜 불러들였나. '열린우리당'이라는 이름으로 안되니까 '외부인 강금실'이 필요했던 것 아닌가. 대중이 밀고, 당이 삼고초려해 강금실은 당원이 되고 서울시장 후보가 된 것 아닌가. 또 당은 강금실 후보를 어떻게 선전했나. '진정성'을 최대 무기로 내세우지 않았나. 상대 후보와의 차이는 그것이라고, 오로지 '인물'에 매달렸다.

그런데 스스로의 발등을 찍고 있다. 진정성 있는 외부의 목소리라 칭송해 마지않더니 이제와선 듣기 불편하다고 되받아친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열린우리당에 누가 새로 들어와도 당 지지도에 수렴하고 만다.

대연합론, 무엇을 위한 고육지책인가

열린우리당은 삼보일배가 아니라 일보삼배를 해야 한다는 모진 소리가 나올 정도로 민심은 가혹하다. 또 네티즌들 사이에서 열린우리당의 당명을 비꼬아 부르는 각종 줄임말을 모아 보라. 시청률이 좋다는 '상상플러스' 프로그램의 패러디성 닉네임만큼이나 기가 막힌다.

지금은 '답'을 낼 때가 아니다. 민주개혁세력의 대연합, 좋다. 언젠가는 있을 일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든가. 민주당과 함께 할 수 있다든가, 정치권의 빅뱅이 일어난다든가,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든가… 협박과 호소와 명분과 작위가 뒤섞여 있다.

민주당은 단박에 없어질 당과 무슨 연합을 하느냐고 받아치지 않는가. 대변인 논평 한방에 날아가 버릴 정도로 명분과 동력이 약하다. 또 호남으로부터 그 욕을 먹어가며 분당했을 때 존재하던 민주당의 문제는 현재 시점에서 해소되었나? 지도부 중 누구하나 명확하게 답하는 사람이 없다.

<오마이뉴스>의 댓글 뉴스에 소개된 안기선(아이디: an9383)씨 글의 일부다.

"저는 정치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한가지는 압니다. 할려고 하는데 못하는 놈은 용서해도 안하는 놈은 용서할 수 없다는 상식을…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말로 못합니다. 경제를 못하고 정치를 못하고 개혁을 못하고… 그러나 한나라당과 소위 말하는 수구세력들은 안합니다."

아직 열린우리당에게 과반의석을 만들어준 지지자들 일부는 '용서'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 그 전제는 여전히 통렬한 반성이다. 그렇지 않은 한에, 통합론이든 연합론이든 '꼼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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