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침내 쿠키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작은 딸은 사다 준 쿠키믹스를 가지고 거기에 나온 설명대로 쿠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오븐은 375℉로 예열시킨다. 오목한 주발에 녹인 버터와 계란을 넣어 잘 젓는다. 그런 다음 쿠키믹스와 섞는다. 쿠키 반죽은 2인치 크기로 둥글게 만들고 오븐에서 8~10분 동안 굽는다.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노릇노릇 구워지면 1분간 식힌다.
쿠키 만들기는 생각보다 쉬운 듯했다. 하지만 주방에서 했던 일이라고는 설거지가 고작이었고, 라면 하나도 제대로 끓일 줄 모르던 아이였던지라 앞치마를 두르고 반죽을 하는 딸의 모습은 신통하기만 했다.
하긴 작은 딸이 혼자서 쿠키를 만든 건 아니었다. 손 하나 까딱 안 했던 나 대신 학교 쿠킹 시간에 요리를 많이 해봤던 큰딸이 흥미롭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큰딸 역시 주방 일에는 젬병이었지만 학교에서 했던 요리 수업 덕에 아는 체를 많이 하면서 동생을 도왔다. 하여간 엄마의 도움 없이 주방에서 쿠키와 씨름을 하던 두 딸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 쿠키다!"
드디어 쿠키가 만들어지다
초콜릿칩이 군데군데 박힌 쿠키가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나왔다. 딸아이는 태어나서 처음 해 본 요리에 스스로 감동하는 눈치다.
가족들 역시 기대 밖의 작품(?)에 놀라 따끈따끈한 쿠키에 입맛을 다셨다. 그래서 시식을 하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바로 그 때, 작은딸의 추상같은 엄명(?)이 떨어졌다.
"안 돼. 이거 팔아야 해! 다 돈이라고. 밴드 유니폼을 마련하려면 앞으로 더 많이 구워야 하는데 그렇게 하나씩 먹으면 안 돼."
"그래도 그렇지 네 첫 작품인데 하나씩은 돌려야지. 그렇게 야박하게 굴면 하나도 안 팔린다. 그리고 잘 구워졌는지 먹어봐야 할 게 아냐."
겨우 사정을 한 뒤에야 못생긴 쿠키를 하나씩 얻어 먹을 수 있었다.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응, 팔아도 되겠어."
구워진 쿠키를 포장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쿠키는 원래 계획대로 세 개 한 묶음에 1달러를 받기로 했다. 내 생각으로는 너무 비싼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큰애가 그 정도는 받아야 된다고 했다.
"엄마, 쿠키믹스 값에다 전기료와 수고비, 그리고 포장비를 더해야지. 그리고 이건 단순한 장사가 아니고 펀드레이징인 만큼 그 정도는 받아도 돼. 비싼 게 아니야."
과연 쿠키가 팔릴까
쿠키값이 비싼지 싼지는 일단 첫 날의 반응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예쁘게 포장된 쿠키가 작은 딸의 핑크색 상자에 담겨 학교에 갔다. 딸 아이는 처음 해 보는 펀드레이징에 조금은 긴장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구워진 열세 묶음의 쿠키 가운데 행운의 숫자인 7개의 쿠키 묶음만을 상자에 넣고 가방을 챙겼다.
"왜, 다 안 가져가고?"
"응, 오늘은 7개만 가져가 보려고."
처음 해보는 일인지라 딸아이도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쿠키가 잘 팔릴지에 대해서도 궁금했을 것이다. 나 역시 아이가 처음 시도해 보는 '쿠키장사(?)'에 대해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궁금한 마음이었다.
"뭐라고 말하면서 쿠키를 팔 거니?"
"어떻게 말할 지 다 준비했어?"
"누구에게 팔 건데?"
여러가지가 궁금해서 딸에게 시시콜콜 물었지만 딸의 대답은 싱겁기만 했다.
"잘!"
쿠키를 '잘' 팔아서 돈을 모아 밴드 유니폼을 마련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조용한 성격의 딸이 펀드레이징을 어떻게 설명하고 쿠키를 팔 수 있을지, 또한 쿠키에 대한 반응은 어떠할지 나로서는 모든 게 궁금한 하루였다.
딸아이는 과연 '달러벌이(?)'에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