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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보육비는 맞벌이에 따른 기본 비용이다. 사진은 맞벌이 부부를 위한 경기도의 한 자녀 보육시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사례] 결혼한 지 2년 된 권씨 부부는 맞벌이로 매월 600여만원을 벌고 있다. 30대 초반인 부인은 외국계 회사에, 30대 중반인 남편은 대기업에 다닌다. 이제 몇 달만 지나면 첫 아이를 갖게 될 권씨 부부는 그동안 각자 돈 관리를 해왔다. 결혼 전부터 나름대로 알뜰하게 저축해온 덕에 결혼할 때는 부모님 도움을 약간 보태서 25평 아파트도 한 채 장만했고 저축도 꾸준히 이어 오고 있어 별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상담을 받아보니 둘은 소득에 비해 저축률이 20%가 채 안 되고 지출은 다른 가정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부부가 각자 용돈으로 100여만원을 지출하고 있는데 그나마 첫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보모 비용도 따로 지출하게 된다. 당분간만이라는 저축을 줄여 몇 년만 고생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재무설계를 해보니 아이를 출산하고도 저축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소득 높은 만큼 고정비용도 큰 맞벌이

맞벌이 부부는 흔히 외벌이 가정에 비해 소득이 높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출할 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부인이 전문직 고소득일 경우 남편의 직업안정성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끌고 가야 한다는 절박감이 외벌이 가정에 비해 적은 것이다.

그러나 가정경제도 기업처럼 꼼꼼하게 재무관리를 해 나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맞벌이 부부는 소득도 높지만 고정비용도 크다는 것을 계산에 넣고 지출예산을 잡아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소득만 파악해서 그 눈높이만큼 지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재무설계를 하면서 돈을 모으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합리적인 지출을 통해 저축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맞벌이 부부들이 흔히 빠지는, 여유있는 지출습관을 극복하지 않으면 많이 벌고도 늘 가난한 현실을 만들게 된다.

거기에 어느 한쪽의 실직으로 소득이 줄어들게 될 경우 파산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는 경우가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고 이미 선진국에서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래를 위해 더 많은 기회를 맞벌이를 통해 만들고 있다면, 그 기회가 오히려 위험이 되지 않도록 지혜로운 재무설계가 맞벌이 부부에게 더 절실할 수 있다.

① 맞벌이 유지 비용은 소득에서 아예 빼라

권씨 부부의 경우 둘의 소득이 월 600여만원이나 되지만 첫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보모비용으로 매월 120만원이나 지출될 예정이다. 더불어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부인이 추가로 지출하는 교통비, 용돈 등을 더하면 맞벌이이기 때문에 지출하는 비용이 매월 최소 150만원이 넘는다.

따라서 둘의 소득에서 그 비용은 맞벌이 유지에 따른 고정비용으로 계산해서 매월 450만원만 벌고 있다고 생각을 고정시켜야 한다. 즉 둘의 소득 전체에 눈높이를 고정시키기보다는 맞벌이로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을 제하고 소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소득의 눈높이를 현실적으로 낮게 고정시킴으로써 지출예산을 잡을 때도 좀 더 긴장해야 한다.

② 아이에게 미안해서 쓰는 비용을 줄여라

보통 맞벌이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아이 양육을 맡기고 있다는 미안함에 아이와 외식이 잦거나 장난감이나 아이 용돈 등에 많이 지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지출들은 결코 가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미래 교육비를 추가로 준비할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녀에게도 유익하지 않다.

그렇게 당장 미안한 감정 때문에 지출통제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다 보니 많이 벌어 많이 쓰게 되고 결과적으로 저축량은 맞벌이를 함에도 크게 높아지지 않는 것이다. 대개 맞벌이 부부가 자신들을 위해서는 크게 사치하지 않았음에도 전체적으로 지출은 크고 저축은 적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맞벌이를 함으로써 아이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당장의 미안한 마음을 더 현실적으로 보상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더욱 긴장하는 지출예산을 전제로 많이 벌어 많이 모으는 가계 재무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 주머니 돈이 쌈짓돈. 배우자 몰래 숨겨둔 비자금은 씀씀이를 키운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③ 비자금 만들려다 새는 돈만 키운다

맞벌이 부부뿐 아니라 외벌이 부부도 각자 비자금을 갖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많이 한다. 자신들이 서로 합의한 지출예산 중 각자의 용돈 범위 내에서 용돈을 아껴 씀으로 만들어지는 비자금을 나무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서로 지출예산도 없이 각자 벌기 때문에 각자 돈 관리를 하면서 비자금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예전처럼 월급봉투를 들고 와 서로 월급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름으로 된 카드로 규제 없이 돈을 쓰다 돈이 남으면 비자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행히 항상 돈이 남는 구조여서 비자금이 넉넉하게 형성되는 것이면 그나마 가정에서 급할 때 사용이 되겠지만 마이너스통장만 배우자 몰래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비자금을 만들고 싶은 깊은 속내에는 부부가 서로 동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지출을 내 맘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흔하다. 남편의 경우 부인에게 동의받기 어려운 모임참석이나 술자리, 혹은 남편 쪽 가족을 챙기기 위한 비용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부인 또한 부인 쪽 가족을 돕거나 만약의 경우 부부 사이가 어려울 때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비자금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비자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가계 재무구조가 형성이 되면 서로 소득이나 지출을 투명하게 하지 않음으로써 각자 지출 통제만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점점 사회가 복잡해 지면서 조금만 방심해도 몇 십만원씩 초과로 지출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환경이다. 따라서 더 풍요로운 가족의 미래를 위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이 불필요한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서로 불신하기보다는 각자 소득이나 지출을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가계 지출예산, 저축 목표 등을 공유해야 한다.

권씨 부부는 생활비는 부인통장에서, 저축이나 보험료는 남편 통장에서 빠지는 구조만 만들어 놓고 나머지는 각자 관리하면서 결과적으로 지출되는 용돈의 규모만 키워온 것이다. 이제 이것을 하나로 묶어 전체 소득은 CMA(자산관리)계좌에 월급날 바로 이체시켜 모아 놓고 각자의 용돈 통장은 체크카드에 미리 정한 용돈 액수만큼 이체시켜 관리하기로 했다.

월급통장과 바로 연결되는 현금카드와 신용카드는 없애기로 하면서 전체 소득관리와 지출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고 더불어 저축량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각자 만들어 놓은 적은 규모의 비자금은 가계 유동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이후 비자금을 만들 계획이 있다면 용돈 범위 내에서 소박하게 하기로 하면서 가계 재무설계를 투명한 재무구조로부터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주 '맞벌이 부부의 함정'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하편에서는 권씨 부부가 '맞벌이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해법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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