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령화, 저출산, 고용 불안, 사교육비와 주택비용 증가…. 이렇듯 불안한 미래를 떠안은 보통 사람들에게 '막연한 돈 모으기', 재테크가 한창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부동산, 주식 등으로 대박을 좇는 '재테크'는 쪽박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보다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돈 관리, 재무설계를 통해 돈에 대한 건강한 생각으로 합리적인 미래 설계를 돕고자 한다. 맞벌이 부부 사례 문제 진단과 올바른 재무설계 대안에 관한 두 번째 이야기는 지난주 제윤경 기자에 이어 김문수 기자가 이어받는다. <편집자주>
▲ 가사나 육아 문제는 여성의 책임이라는 남성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한 맞벌이로 새는 돈을 줄일 수 없다.(자료사진-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사례] 결혼한 지 2년 된 권씨 부부는 맞벌이로 매월 600여만원을 벌고 있다. 30대 초반인 부인은 외국계 회사에, 30대 중반인 남편은 대기업에 다닌다. 상담을 받아보니 둘은 소득에 비해 저축률이 20%가 채 안 되고 지출은 다른 가정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관련
기사
[맞벌이 함정-상] 맞벌이로 번 돈, 비자금으로 다 샌다


맞벌이 옥죄는 소비의 유혹

전반적으로 맞벌이 부부는 외벌이에 비해 소득은 높지만 긴장감이나 절박함이 적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방심하게 되고 방심은 과다지출로 이어져 가계 저축률이 외벌이 가정보다 더 떨어지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더불어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까 저축보다는 단기간 내 투자수익으로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심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투자위험까지 끌어안게 되는 가정도 적지 않다.

소득의 향상보다 더 빨리 정착하게 된 무한 소비시장.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발전 동력이 점점 수출에서 내수시장으로 옮겨오면서 개인에게 소비의 유혹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세상이다.

소비가 무작정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개인과 가정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해 가능한 소비여력 범위 내에서의 건전한 소비가 아닌 미래의 가처분소득까지 미리 지금 다 써버리는 구조는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맞벌이의 현재 높은 소득 중 상당 부분은 지금 당장 다 써도 되는 돈이 아니라 나중을 위해 남겨두고 비축해야 하는 미래의 가처분소득이다. 따라서 현명한 재무설계를 통해 현재의 소비만족을 높이면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① 맞벌이 소득만 믿고 과감하게 저지른다?

흔히 맞벌이가정은 소비와 투자에 있어 상대적으로 과감한 의사결정을 한다. 다소 부담스런 수준의 부채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한다거나 외식이 잦거나 이런저런 소비지출에 돈이 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성의 소득이 높을수록 가계 소비지출의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맞벌이라고 해서 권씨 부부처럼 둘 다 화이트칼라로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생계형 맞벌이가 전체 맞벌이에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생계형 맞벌이의 경우에도 주로 여성 쪽이 불안정한 저소득직업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업주부로 있을 때보다 가사일에 피곤해 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들의 가사업무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생계형 맞벌이 가정도 외식 등으로 외벌이 때보다 지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맞벌이를 하는 이유는 혼자 벌어 점점 늘어나는 사교육비,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미래불안 때문에 육아문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맞벌이를 택하는데 정작 맞벌이 소득을 미래를 위한 기회로 활용하지 않고 위험한 투자에 과감해지거나 소비지출이 늘어나 돈이 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제는 버는 돈보다 모으는 돈이 미래의 풍요를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할 때이다. 지금 당장 편리하고자 하는 모든 선택은 미래의 자산을 미리 끌어다 쓰는 것이 될 수 있다. 맞벌이를 통해 버는 돈의 크기를 조금이라도 더 늘렸다면 그것은 하나의 기회를 만든 것이다.

그 기회가 버는 돈의 크기만큼 모으는 돈의 크기도 늘려나갈 때 미래의 풍요로 이어질 수 있다. 한마디로 맞벌이 소득은 지금의 편리함을 늘리기 위해 쓸 돈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저축할 돈이라는 것이다.

② 부부가 상대의 지출을 관리하라

저축을 늘리기 위해서는 서로 버는 돈과 쓰는 돈을 투명하게 알아야 한다. 특히 단순히 한 사람에게 벌어서 다 갖다주고 관리를 맡기는 것만으로 현명하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보다는 서로 버는 돈과 쓰는 돈을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함께 재무관리를 해 나가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가장 우선 해야 할 일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미래 목표를 정하는 일이다. 시기별로 언제 어떤 것을 달성할 것인지,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자녀 교육은 어떻게 시키고 싶은지 등에 대해 전체적인 가족의 꿈과 미래를 그려가되 한번 해 본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고 매월 재무회의를 하며 그 그림을 구체화시키야 한다.

그런 공동의 꿈과 미래를 전제로 서로 지출관리를 하면 좋은데, 제일 좋은 방법은 서로 쓰는 체크카드의 지출 내역이 배우자의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대단히 불편하고 신경쓰이는 것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배우자가 감시자 같이 여겨져 싸움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게 될 수 있다.

그 노력이 쌓이면 막연한 신뢰가 아닌 구체적인 신뢰로 깊이가 이전보다 훨씬 깊어질 수 있다. 더불어 서로 이해할 수준의 지출이 아니면 자제할 것이기 때문에 지출의 크기를 줄일 가능성도 크다.

물론 전제는 서로 무조건 지출을 자제시키는 것에만 있지 않고, 지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배우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하되 서로의 신뢰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절대 따지지 않고 싸우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화로써 이해를 높여나가는 과정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③ 남자가 바뀌어야 가정의 미래가 더 풍요롭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성에 따른 역할구분을 보면 남자는 돈을 벌어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여성은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책임지는 것이 보편화된 의식이다. 그러나 최근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이제는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것이 남성만이 아니라는 의식구조로 급속하게 바뀌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가사나 육아문제는 여성의 책임으로 남아 있다. 더불어 대부분 맞벌이 남성들이 혼자 짊어지던 무거운 짐을 나눠 가진 듯 여유까지 갖는다. 위에서 언급한 맞벌이 소득을 믿고 과감히 저지르는 경향도 여성에 비해 남성이 훨씬 강하고 상대배우자에게 지출 내역을 통보하는 일에는 남성들이 대단히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맞벌이를 통해 여유로워지는 것은 미래로 미루고 지금은 혼자 벌 때만큼의 긴장감과 절박함으로 가난하게 재정운영을 해야 한다.

특히 맞벌이로 여성이 경제적 책임의 상당 부분을 공유했다면 당연히 가사와 육아 문제에서 남성도 그에 맞는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즉 맞벌이이기 때문에 부인을 돕는 가사와 육아가 아니라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맞벌이로 외식비나 불필요한 지출로 돈이 새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남편들의 적극적인 가사 업무 참여는 자녀교육과 가정의 전체 행복지수를 올리는 데 경제적인 도움 외에도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움을 줄 수 있다.

주말이면 피곤해서 잠과 텔레비전에 시간을 보내는 남편 혹은 아버지가 아니라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모습이 훨씬 존경스러울 뿐 아니라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남성들의 퇴근길 가장 우선시하는 약속이 가사일과 육아가 아니라 술자리 약속이라는 것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남성의 퇴근시간 후 술자리는 일의 연장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반면 여성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정 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런 성역할인식은 생계형 맞벌이 여성을 더욱 고달프게 만들 여지가 크다.

남성들은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가정을 소홀히 하고 가정의 경제적인 것 외의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미루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 더욱 가족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결정과 습관을 가져 나갈 수 있고 가난한 재정운영을 하면서도 더 행복해 질 수 있다. 즉 더 많이 벌어서 더 많이 모으는 것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문수 기자는 에셋비 FP(파이낸셜플래너)로 한겨레 재무컨설팅 자문단과 경인방송라디오 '상쾌한 아침' 개인재무컨설팅 코너에 출연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