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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국제적 비판 여론이 비등해짐에 따라, 일본 내에서도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가 일고 있다. 그중에는 야스쿠니신사에서 A급 전범을 분사(分祀)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그런데 일본 내에서의 A급 전범 분사론은 반드시 A급 전범에 대한 혐오감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A급 전범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A급 전범 합사(合祀)를 비판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반드시 그런 혐오감 때문에 분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정서는 7월 30일자 일본 <산케이신문>에 보도된 고가 마고토 일본유족회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가 마고토 회장은 자민당(자유민주당) 간사장을 지낸 적이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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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6월 21일자 발언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야스쿠니 문제에 관한 고가 마고토 회장의 입장은 ‘야스쿠니신사에서 A급 전범을 분사하는 한편 야스쿠니신사는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야스쿠니신사 측에서 분사를 반대하는 것은 그것이 신도의 종교 교리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야스쿠니신사에 안치된 신(가미)들은 전체적 통일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중의 일부만을 따로 떼어 분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A급 전범 분사론이 야스쿠니신사 측의 종교 교리와 어긋난다는 판단을 한 고가 회장은,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하나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그것은 ‘야스쿠니신사를 비(非)종교 단체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위 <산케이신문>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국민 전체가 존숭의 마음을 갖는 시설로 남겨지기 위해서는 비종교화가 적절하다”고 발언하였다. 이 부분에 대한 <산케이신문>의 분석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급 전범 분사론이 교리상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야스쿠니신사의 종교법인격을 없애는 것도 염두에 두고, 유족회 내에서 분사론을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하려는 생각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야스쿠니신사 측에서 교리를 이유로 분사를 반대하고 있으므로, 야스쿠니신사를 비종교 단체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식의 다소 ‘엉뚱한’ 논리인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또 “도쿄(군사)재판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전범이라는 표현도 사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신이 A급 전범의 분사를 지지하는 속마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산케이신문>의 표현을 그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고가 회장은) 야스쿠니신사에서 병역으로 소집된 전몰자와 당시 지도자들이 함께 제사를 받는 것에 불쾌감을 보였다”(靖国神社に兵役で召集された戦没者と当時の指導者が一緒に祭られていることに不快感を示した。)

위 인용문에 언급된 ‘당시 지도자들’이라는 것은 야스쿠니신사에 안치된 A급 전범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런데 고가 회장은 A급 전범들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그들을 따로 분사해야 한다고 한 게 아니라, A급 전범 같은 국가 지도자들이 일개 병졸 출신들과 함께 제사를 받는 것이 불쾌하기 때문에 분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과거 일본이 이웃나라에 저지른 죄악에 대해서는 한치의 반성도 하지 않으면서, 패전 전의 일본 지도자들이 ‘졸병’들과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져 있는 것이 그저 부끄럽기만 한 것이다. 유족회의 일원인 고가 마고토 회장은 자신의 조상이 그런 대우를 받는다는 게 한탄스러웠던 모양이다.

이는 과거사에 관한 주변국들의 인식과 일본인들의 인식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일본인들의 이러한 몰염치한 역사관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일본이 주변국들과 ‘좋은 이웃’이 된다는 것은 멀고도 먼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