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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태풍 '산산'에 꺾여진 감나무
ⓒ 정판수

어젯밤부터 오늘(18일) 새벽까지 반갑지 않은 손님 ‘산산’이 찾아오는 동안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북쪽에서 빗줄기가 몰아쳐 창문을 치고, 세찬 바람에 날아온 나뭇가지가 벽과 창을 때리니 마치 전쟁영화의 무시무시한 효과음처럼 들렸다.

달내마을은 서쪽과 남쪽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태풍이 불 경우 동풍이나 북풍이 되어 몰아친다. 우리 집은 동향으로 앉았기에 어젯밤처럼 북풍이 불면 그나마 다행이다. 해도 태풍이 어디 보통 바람인가.

도시에 살면 그냥 지내도 될 일을 시골에 살면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이 생긴다.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 때가 그렇다. 물론 태풍이 온다면 말할 것도 없지만. 그래서 어제 종일 대비를 했다.

아침부터 바람에 날릴 건 창고에 넣고, 넣을 수 없는 건 날리지 않게끔 묶고, 또 비가 많이 내릴 걸 예상하여 배수로를 정리하고, 개들도 각각 피신을 시켰다. 태백이는 아궁이 처마 밑으로 강산이와 새끼들은 창고에.

오늘 아침 눈을 뜨자마자 창고부터 찾았더니 녀석들이 다들 편안히 지냈는지 반갑게 맞이했다. 특히 강아지들의 반응이 아주 요란했다.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눈에 띄는 피해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있었다. 집 언덕 아래 심어놓은 감나무가 넘어져 있었다. 그래도 괜찮은 건 그 감나무는 어차피 겨울이 되기 전에 잘라야 할 것이었으니….

우리 집에 별 피해가 없었지만 동네는 어떤지 나가보았다. 다행히 마을의 논밭 대부분이 경사진 곳에 있던 지라 무너지지만 않으면 물에 잠길 염려는 없었고, 논둑 밭둑이 그동안 굳을 대로 굳어져 무너지지도 않았다. 한결 마음이 편했다.

아파트 살 때는 옆집에 누가 피해를 입던 관심이 없었는데, 여기와 살면서부터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 벌써 다르다. 만나는 마을 어른들도 우리 집에 관심을 보여준다. 산밑에 지은 집이라 피해가 가지 않았는지 여간 걱정이 아니다. 이런 맛에 시골 사는가.

올 봄에 새로 지은 집 쪽으로 가 보았다. 그 집은 언덕 아래 지었기에 우리 집보다 더 걱정이 되는 집이다. 짓는 도중 몇 번의 석축이 비에 무너진 적이 있기에 더욱 그랬다. 다행히 그대로였다. 어른들도 지나가다가 “괜찮네” 하고 한 마디씩 한다. 다들 이웃의 무사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작년에 태풍‘나비’가 왔을 때는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때 우리 아랫집에는 주인이 다른 곳에 가고 없었는가 보다. 그런데 물이 길을 넘어 집 쪽으로 내닫고….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어른들이 삽과 괭이를 든 채 하나둘 모여들었다. 아마 그때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지 않았더라면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이런 건 아파트에 살았더라면 맛보지 못할 일이다. 거기서는 비가 내리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옆집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웃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나서보니 어젯밤의 요란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잔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마사토와 황토흙이 쓸려 내려와 도로를 뒤덮고…. 그나마 큰 나무가 쓰러진 게 거의 보이지 않은 게 천만다행.

그런데 해안 길에 오르자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파도가 그 위용을 떨치고 있다. 특히 여(물 속에 잠겼거나 살짝 드러나 있는 바위)가 있는 부분에서는 하늘 높이 솟구친다. 아직도 서툰 솜씨지만 카메라에 담았다.

▲ 오늘 아침 8시 주전 앞바다에서 본 바다.
ⓒ 정판수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달내마을 이야기’에 나오는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을 달 ‘月’과 내 ‘川’으로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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