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아래 공무원노조)은 2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중앙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중대 안양시장이 시청의 공무원들을 동원해 불법 관권선거를 했다"고 폭로했다.
공무원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신중대 안양시장과 재선 자치단체장의 불법적 관권선거 전면 수사를 촉구한다"며 "3선에 당선된 신 시장의 불법적 관권선거의 전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는 이어 "신 시장은 공무원이 제공한 내부 자료를 이용해 손쉽게 당선됐다"며 "불법 관권선거를 넘어 63만 안양시민을 속인 비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공무원노조는 "불법에 대한 증거자료만 해도 60여 가지가 될 정도로 관권선거가 조직적이고 전방위로 벌어졌다"면서 "누구라도 이런 지원이 있었으면 당선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공무원노조는 "자신이 현직 시장인 점을 악용해 공무원들을 선거에 동원했으며 공무원들은 당선시 인사상 불이익 등 보복을 우려해 거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에 드러난 관권선거는 표면적 선거운동을 제외하고 선거업무 전반에 공무원들이 동원된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는 이날 신 시장이 부시장, 비서실장, 총무국장, 기획예산과장을 비롯해 말단공무원까지 동원해 관권선거를 벌였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언론 인터뷰 내용, 공약토론회자료집을 위한 각종 현황과 계획서, 홍보물 사진 등을 공무원에게 작성하게 했고, 당선 인터뷰까지 공무원에게 준비하게 했다는 것.
공무원노조 측은 시청 공무원들이 신 시장에게 제공한 자료로 ▲지역경제 활력화 추진계획 ▲안양시 전통문화 발굴 및 계승방안 ▲교육여건 개선 및 사교육비절감방안 ▲재정자립도 확충방안 ▲효성부지 첨단산업단지조성 ▲사회체육활성화자료 ▲여성정책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에 민간참여활성화방안 ▲출산장려프로그램 ▲고령화 사회 대비정책 ▲청·장년층 실업문제 및 고용창출방안 ▲비정규직고용문제 ▲2006 주요업무추진계획 ▲저소득층빈곤해결방안 ▲장애인시책 ▲복지관 복지시설 사업 확대 방안 등을 꼽았다.
이 자료들을 포함한 시청의 모든 현황과 계획서가 신 시장의 선거공약으로 둔갑해 토론회와 공약집에 글자체는 물론 편집까지 그대로 사용됐다고 공무원노조 측은 전했다.
공무원노조는 또 "공무원들의 정치적 자유를 탄압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야만 불법적 선거개입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공무원노조는 "시간 끌기로 안양시장에 면죄부를 주거나 일부 공무원들만 징계해선 안 된다"며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에 안양시장뿐만 아니라 전국의 재선, 3선 자치단체장에게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일벌백계로 다스려 불법적 관권선거가 종식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공무원노조의 주장에 대해, 신중대 시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회의중"이라거나 "행사장에 있기 때문에 연락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송종헌 안양시장 비서실장은 24일 전화통화에서 "5·31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현재로선 할 말이 없고 고발이 되면 자료를 받아보고 판단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로 오는 11월 30일이면 시효가 만료된다.
| | 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가 공개한 사건 경과 | | | | 다음은 공무원노조 안양시지부가 공개한 '사건경과'다.
▲2006. 5. 3 비서실팀장이 비서실 직원에게 시장 프로필 자료 받음
▲2006. 5. 10 비서실팀장, 신중대 후보와 <중부일보> 인터뷰 자료를 기획팀장에게 받음
▲2006. 5. 12 <중부일보>에 신중대 후보 인터뷰 게재
▲2006. 5. 16 비서실팀장, <안양시민신문> 후보 인터뷰 자료를 기획팀장에게 받음
▲2006. 5. 16~19 비서실팀장이 안양시청 소속 공무원 다수에게 ‘안양시장 후보자 토론회’ 문서를 취합
▲2006. 5. 19 <안양시민신문>에 신중대 후보 인터뷰 게재
▲2006. 5. 20 부시장, 총무국장, 기획예산과장은 휴무일에 직원을 출근토록 하여 후보자 토론회 자료집의 분야와 주제가 기록된 자료제출 목록을 각 실과 부서장, 팀장, 주무 차석에게 배포하여 관련 자료를 제출토록 지시
▲2006. 5. 20 기획팀장은 ‘안양시장 후보자 토론회 자료’ 문서를 비서실팀장에게 전달
▲2006. 5. 22 신중대 후보는 안양시장 후보자 토론회에서 전달받은 문서를 참조하여 선거운동
▲2006. 5. 24 신중대 후보는 비서실팀장이 받은 ‘안양시장 후보자 토론회 자료’를 그대로 발췌하여 후보공약집을 작성한 후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
▲2006. 5. 29 비서실 팀장은 비서실 직원에게 당선인사물을 작성하게 한 후 비서실장에게 전달
▲2006. 5. 31 신중대 후보는 23만308명 투표에 62.2%인 14만1888표를 얻어 압도적 3선 당선 | | | | |
덧붙이는 글 | 이화영 기자는 공무원노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