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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바꾼 심야전기보일러 덕에 찬물 따뜻한 물 마음대로 틀 수 있게 됐고, 난방도 시간되면 척척 알아서 해주니 작년처럼 밤에도 일어나 불 지필 필요가 없었다. 뿐이랴, 반신욕도 매일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해도 비 온 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서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이 그리운 건 나이 탓인가. 당장 행동으로 옮겼다. 마침 집 지을 때 방 하나는 보일러 대신 나무로 불을 지펴야만 난방이 될 수 있게 만들었으니 실천은 나무 쪼개 아궁이에 불 지피면 그만.

올해는 지난 여름 마을 어귀 산을 산 이가 그곳을 밀어 집터로 만드느라 아름드리 나무를 잘랐을 때 산음댁 어른의 경운기 덕으로 갖다 놓은 게 제법 되니 두 달쯤은 나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쌓인 나무를 보면 꼭 양식 쌓은 것처럼 든든하더라는 마을어른의 말씀이 지금 내 심정이다.

▲ 여름에 장만해 둔 땔감
ⓒ 정판수
다만 아직도 서투른 도끼질이 문제다. 작년 요령을 몰라 마구 내려치다가 손목이 시린 적이 몇 번 있었다. 도끼질로 한 방에 날아갈 나무라면 애당초 걱정거리가 되지 않으나 패야 할 나무들 대부분은 둥치가 컸으니. 다행히 이번에 갖다 놓은 땔감은 대부분 도끼질 없이 기계톱으로 자른 뒤 바로 넣어도 될 듯하다.

불쏘시개를 이용해 불을 붙이자마자 활활 탄다. 타오르는 불길은 모양도 내음도 좋다. 장난 중에 으뜸은 불장난이라더니 내가 그 격이다. 아내가 밥 다 됐다고 부르는데도 밥보다 그냥 여기 앉아 마냥 불을 지피며 불길을 바라보고 싶다.

▲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 정판수
나무 타는 냄새는 또 어떤가. 나무는 그 종류마다 냄새가 다르다. 저번 태풍에 넘어진 낙엽송과 뽕나무와 테라스 만들다 남은 자투리 나무를 태워봤는데, 각각 나름의 냄새가 났다. 낙엽송이 송진내가 배인 내음이라면 자투리 나무는 담백함이 배어 있다. 그러나 역시 나무 타는 내음은 뽕나무가 으뜸이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하면서도 알싸한 향기가 콧속으로 스며든다.

장작불을 좋아하다보니 난처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옆에 앉은 선생님이 대뜸, "아니 그 집에는 아침에도 고기 구워 먹어요?" 하는 게 아닌가. 아마도 어제 저녁의 장작불 냄새가 다 가시지 않아 숯불 냄새로 오인했나보다.

변명하려다 그냥 "네" 하고 답했다. 흔히 '불내'라고 하는 그 냄새는 쉬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깨끗이 몸을 씻어도 한 번 배어든 냄새가 사라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한다. 그러니 그동안은 이런저런 오해를 살 밖에.

▲ 우리집 굴뚝 연기
ⓒ 정판수
불을 지필 때 지피는 게 좋아 그냥 그대로 있을 때가 많지만 가끔씩 백무산의 <장작불>을 읊조릴 때도 있다. 다 음미할 만한 내용이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몇 개 장작만으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
장작은 장작끼리 여러 몸을 맞대지 않으면
절대 불꽃을 피우지 못해

하는 구절이 남는다.

그렇다, 아무리 조그만 일이라도 바꾸려면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특히 노조활동에서 '단결'이란 말은 늘 새겨두어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가 아닌가. '교원성과급', '교원평가', '교육개방' 등으로 이어지는 현 사태를 바로 잡으러 할 때 필요한 게 바로 단결이다.

오늘 저녁에도 난 장작불을 지필 것이다. 지피면서 '단결'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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