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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제3회 재외동포 NGO대회가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에서 열렸다.
ⓒ 나영준

174개국, 700여만 명.

우리나라의 재외동포 규모다. 이들은 다른 나라의 해외동포와는 조금 다른 사연을 지니고 있다.

중국이나 사할린, 일본의 재외동포 중에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이주된 경우가 꽤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비극적으로 얽혀 있는 한국현대사만큼이나 재외동포 문제는 오래되고 복잡해 그 해법이 명쾌하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재외동포 문제를 담당할 주무부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 현재 재외동포들의 출입국 및 법적지위 문제는 법무부가, 재외동포정책과 영사권은 외교부, 재외동포지원사업은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 재외동포 교육은 교육인적자원부가 각각 맡고 있다.

지구촌동포연대가 주최하고 <오마이뉴스>가 후원하는 '제3회 재외동포NGO대회'(11월 25일~27일)의 고문을 맡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재외동포 문제의 해법으로 17대 국회에서 '재외동포기본법'을 통과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재외동포기본법은 재외동포를 '한민족의 혈통을 가진 자'로 정의하고, 대통령 산하의 재외동포위원회 설치, 재외동포정책 체계적 수립과 집행의 제도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아래는 지난 25일 오전, 권영길 의원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재외동포, '참정권'이 아닌 '사람'의 문제

▲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 2005년 12월 16일 재외동포기본법을 제출했다. 법안을 내게 된 이유는?
"현실적인 문제 이전에 '사람'에 대한 인식을 국가가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흔히 한국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라고 한다. 부존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기에 '노력'으로 나라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기본적인 정책이 없었다는 게 재외동포 문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때문에 국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다. 재외동포기본법은 그것을 수행하기 위한 기본적 토대라고 보면 된다."

- 우리나라나 국민들이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시각이 잘못됐다고 보는가?
"사실 시각이 중요하다. 그 분들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고국의 동포와 유대관계를 가지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관심있는 이들도 단순히 '참정권'만 생각한다. 당사자들 중에서도 참정권에 많은 관심을 표하고 그것만 실현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여기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 재외동포위원회 설치를 주장하고 있는데.
"외교부에 재외동포재단이, 총리실 산하에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있는데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700만명이라는 많은 해외동포를 가진 나라가 또 있는가? 때문에 재외동포기본법안을 통해 강력한 국가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실제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 대통령 직속의 재외동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 재외동포기본법안은 재외동포를 '한민족의 혈통을 가진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 경우 현지인 사이에서 출생한 2·3세 또는 귀화한 경우 등 논란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법안은 혈통주위를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순수 혈통이 아닐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 그 부분에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은 충분히 정리될 수 있다고 본다."

"민족 위해 몸바친 분들, 국가가 버릴 건가"

- 재외동포들도 지역적으로 각기 특징이 있다고 알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중앙아시아 재외동포뿐만 아니라 일본·미국 등에 널리 퍼져있다.

그 중 중국과 러시아 동포들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다. 비록 일본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긴 하지만 그 이전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또 대부분이 민족을 위해 몸 바쳤던 분들과 그 후손들이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못하고 버려둔 셈이다.

일본 동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건국 이후 분단된 나라의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분들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구분조차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 존폐 위기에 서 있는 에다가와 조선학교.
ⓒ 임재현
- 이번 17대 국회에서 재외동포기본법이 통과할 가능성은?
"실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외교부가 입법화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상대 국가간 외교적 마찰이나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등을 거론하며 국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표면적 이유일 뿐이다."

- 그 반박 논거를 들자면?
"우리나라에 조선족으로 불리는 동포들이 있지 않은가? 입국을 위해 여권 브로커에게 농락당하고 불법체류를 하고…. 그 후유증이 크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농성 현장을 방문해 대화를 가지며 문제를 풀겠다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재외동포기본법 때문에 많은 동포들과 만남을 가졌는데, 실제 국적까지 바꾸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잠시 활동하는 것뿐이고 중국 국적을 유지하겠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중국 정부와 이야기를 나누면 외교적 마찰 없이 충분히 풀어갈 수 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그런 핑계는 업무 영역을 놓기 싫어하는 것,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밥그릇 지키기'라고 할 수 있다."

"'방문취업제'야말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세계화"

- 내년 상반기부터 25세 이상의 재외동포에게 인원 제한 없이 자유롭게 고국을 방문, 취업할 수 있게 하는 '방문취업제'가 실시된다. 방문취업제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가 계속 부르짖는 것이 '세계화' 아닌가? 세계 속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한국이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 동포가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만큼 그들과 연계의 틀을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세계화다.

건설업 계통에서 반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부의 잘못된 노동정책이나 기업가들의 그릇된 노조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조를 약화, 무력화시키려는 발상에서 해외동포들을 채용하려는 이들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의사소통의 문제라고 본다. 정부와 국내 노동자, 해외동포 사이에서 대화가 이루어지면 해결될 일이다."

- 마지막으로 재외동포 NGO대회에 참가하는 동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은 할 말이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잘못해 왔다. 거듭 말하지만 나라의 독립, 민족의 자존심을 지킨 분들이 아닌가? 해방이 됐을 때 가장 먼저 그 분들에게 감사해야 했다. 그런데 완전히 버려둔 것이다.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그 분들의 살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조선족, 고려인, 사실은 이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사시는 '해외동포' 이렇게 불러 드려야 한다. 역사의 상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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