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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가 발표된 지난 5월 4일 오후 경기도 분당에 있는 주택공사 견본주택을 보러온 당첨자들이 당첨확인 절차를 거치기 위해 줄을 서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한국일보>가 정책 제언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여야정 대협약'을 맺자고 했다.

참여정부는 이미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무기력' 판정을 받은 만큼 여와 야, 그리고 정부가 대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단 하나,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 때문이고, 이런 기대심리의 바탕에 대선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으니까 이를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하늘까지 간 집값이 곤두박질할 때는

100번 읽어도 100번 지당한 말이다. 부동산 문제는 이미 정권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가 문제가 돼 버렸다. 하늘을 비웃고 있는 부동산 가격이 한순간에 땅과 키스하는 상황이 초래되면 국가적 재앙이 온다. 부동산 거품이 일시에 빠지는 바람에 10년 장기 불황에 빠졌던 일본의 예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대선에 대한 기대심리, 미래에 대한 낙관을 차단해야 한다. 정부가 아니라 정치권 전체가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일보>의 제언은 지극히 타당하다.

문제는 방법이다. <한국일보>는 "대선국면과 차기정부에 대한 가격상승 기대를 갖지 말라"는 선언을 하면 된다고 했다. 방법론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여야가 집값상승 불허의지, 나아가 집값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피력한다면 시장 기대감은 다소라도 누그러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 갖고는 안 된다. 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대협약을 맺을 필요도 없다. 어느 대선주자가, 어느 당이 부동산 가격을 잡을 생각이 없다고 떠벌이겠는가? 이 정도의 선언은 굳이 대협약이란 형식을 빌리지 않더라도 알아서 할 것이다. 이 정도의 선언에 움츠러들 만큼 시장이 순진하지도 않다.

중요하고 절실한 건 구체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 여권엔 재앙 야당엔 축복

한나라당은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하자는 안을 내놨다.

같은 당 인사들조차 비판하는 안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당이 있는 사람만 챙긴다는 지적 때문에 오해받기 쉽다"고 했고, 이혜훈 의원은 "소외된 사람들을 생각지 않고 이렇게 나가선 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은 어떤가? 민병두 의원과 이상민 의원이 공개적으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방법은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이 아니라 여론 시장 안정대책이다. 불똥이 열린우리당으로 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방어책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 공동의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방법을 공동으로 도출하고, 나아가 연도별 실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며, 어느 당이 집권하든 이 실천 로드맵을 충실히 지킬 수 있도록 도장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장이 장기 전망을 갖고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쉽지는 않다. 부동산 문제는 정치권의 이해가 걸려있는 문제다. 지지층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차원만이 아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여권엔 재앙이지만 야권엔 축복이다. 대선 승리 보증수표다. 그래서 대협약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눈앞에 있는 떡을 마다할 사람은 많지 않다.

선거구 획정 방법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을 배제하고 전문가와 시민단체·업계 대표 등으로 회의체를 꾸려 부동산 안정대책을 마련토록 하고, 정치권이 이를 인준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한 판교 아파트 견본주택 앞에 건교부의 '투기 적발자 처벌 공고문'이 놓여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한나라당은 억울하겠지만

야당, 특히 한나라당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 일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저질렀는데 왜 책임은 같이 져야 하느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이미 했다.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이 부동산 대책 마련을 위한 '5당 정책협의회'를 열자고 제안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야박하지만 한편으론 부인할 수 없는 현실논리다. 일부 기업의 분식회계가 부른 IMF환란의 책임을 전 국민이 부담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고 윽박지르기엔 정치 논리가 너무 엄혹하다.

주고받기가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은 할 말이 없는 처지다. 정부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필요하다면 한나라당의 '전공'을 살려줄 수 있는 양보카드를 내놔야 한다.

입씨름 하면서 날밤을 지새우기에는 부동산 문제가 너무 크고 너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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