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이라는 것이 있다.
"동물의 생명과 그 안전을 보호하도록 하여, 생명의 존중 등 국민의 정서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동물보호법 제1조).
뿐만 아니라 동물의 보호, 적정한 사육 및 관리, 동물 학대 금지 등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심지어는 동물을 죽여야 할 때에는 "가능한 고통을 주지 아니 하는 방법"으로 하라는 것까지 명시하고 있다.
이쯤되면 하찮은 미물쯤으로나 여겼을 짐승들에 대한 인간의 예의가 퍽이나 깎듯하다는 걸 알 수가 있다. 어디 서양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법률이 그렇다.
그런데, 정작 동물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다. 때론 우리 10대 청소년들이 이런 대우를 받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국회의원모임, "인권 없는 교육은 폭력"
이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자고 나선 것이 가칭 ‘학생인권법안(초중등교육법일부개정법률안)’이다. 이름 뿐인 허수아비 학생회에 자치권을 주어 학생들 스스로가 삶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학생인권법에는 본인들의 자유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행해지는 0교시 강제 등교 · 수업, 강제 야간자율학습, 체벌, 두발·소지품 검사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기존의 초중등교육법에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적극적으로 제한하고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교육 활동의 내용을 추가했다.
지난 8월 30일 여야 국회의원 21명은 ‘체벌금지·두발 자유화 법제화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그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인권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3월 8일 대표 발의한 학생인권법안은 아직까지 국회에서 소위원회 구성조차 못 하고 있다.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정기국회는 오는 12월 9일이면 끝이 난다.
학생인권법, 학생을 '존엄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최소한의 예의
학생인권법의 국회 통과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의 요구를 표현하고 있는 아이들 살리기 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나 학생들은 애가 탄다.
그들은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가슴 졸이고, 인권의 가치를 외면하는 세상에 또 한번 상처를 받는다. 우리가 '인권'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가치의 최소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최근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려는 논의가 활발하다고 한다. 다양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좀 더 동물들을 위한 효과적인 법률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논의 역시 동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하물며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을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학생인권법의 제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마땅하고도 당연한 ‘사람 가치’의 문제다. 국회는 부디 학생들을 ‘존엄한 사람’으로 인정하는 최소한의 행동을 해주기 바란다. 반드시 이번 정기 국회에서 해결해야 한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동물보다 못한 인간으로 방치해 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