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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16일 수능이 끝났다. 이제 2008학년도 대학입시가 시작된다. 오로지 대학이라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온 수험생들. 2008년도 대학 입시를 치루는 이들은 이제 수능, 논술, 내신 3박자를 고루 갖추어야만 대학에 갈 수 있는 시스템, 이른바 ‘죽음의 삼각형’ 안에 던져진다.

‘죽음의 삼각형’이란 이제 시작될 대학 입시 시스템을 일컫는 말로 삼각형의 세 꼭짓점에는 수능, 논술, 내신이 자리하고 있다. 이 3마리 토끼를 잡아야만 대학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다.

지난 3월부터 ‘죽음의 삼각형’ 도형과 그것을 토대로 하여 한 누리꾼이 만든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되어 교육인적자원부가 ‘죽음의 삼각형 동영상에 현혹되지 말라’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죽음의 삼각형’이라는 말을 처음 꺼낸 사람은 공부법 전문가이자 현재 ‘스터디 코드 네트웍스’라는 서울대 학내 벤처기업의 CEO인 조남호다. 수능 다음날인 17일, 서울대 공대 36동 휴게실에서 조씨를 만났다.

짧은 스포츠형 헤어스타일, 줄무늬 와이셔츠에 화려한 넥타이를 매고 그 위에 검은색 브이넥 니트를 입은 조씨는 복잡한 서울대 건물 안에서 헤매는 기자를 위해 공대 건물 바깥까지 마중 나왔다. 검은색 세로 줄무늬가 들어간 회색 정장 바지에 손을 넣으며 조씨는 “이런 사람 인터뷰해도 되겠어요?”하며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말하는 조씨이지만 대한민국 수험생들 사이에서 조씨는 매우 유명하다. 조씨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인터넷 학습사이트 ‘이투스’에서 수학강사 및 공부법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대입 수험생을 위한 온라인 공부 컨설팅 사이트이자 서울대학교 학내 벤처그룹인 ‘스터디 코드 네트웍스’의 CEO이기 때문이다.

조씨가 중고등학생과 상담한 건수만 해도 4만 건이 넘는다. 온라인 상담과 오프라인 심층면접을 토대로 대한민국 입시에 맞는 공부법을 발견하는 데에 7년이 걸렸다. 조씨가 발견한 공부법을 체계화한 것이 바로 ‘스터디 코드’다. 실제로 조씨의 컨설팅을 받아 조씨가 정립한 공부법대로 공부한 6명이 모두 서울대에 합격했다. 6명은 지금 ‘스터디 코드 네트웍스’의 연구원과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스터디 코드’ 라는 책도 출간했다.

‘스터디 코드 네트웍스’는 신생 벤처 기업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기적인 매출은 없다. 6명의 연구원도 과외비 수준의 돈만 받고 일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학원시장에서 그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 본격적으로 시장에 ‘스터디 코드’를 내놓기 전에 고객을 모아 시범테스트를 해본 결과, 그 매출만 해도 1억원 정도.

이들은 공부법 전용툴을 개발한다. 수학강의, 영어강의 동영상 사이트가 있는 것처럼 공부법을 강의하는 동영상, 공부법 전문 선생님이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공부를 돕는 여러 콘텐츠를 내놓으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지만 공부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새로운 도구들이 나온다.

공부를 하기 싫었지만 빨리 성공하고 싶던 소년 조남호는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골똘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수학문제집을 풀고 영어단어를 외울 때 조씨는 공부법이라는, 남들이 하지 않는 ‘딴 공부’를 했다. 치열하게 연구한 결과 조씨는 자신의 공부법대로 공부하여 서울대에 갔다. 친구도, 부모님도, 선생님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스터디 코드’는 어린 소년이 야망을 품은 청년이 되기까지 겪은 과정의 결과물이다.

회사를 차릴 때 어려웠던 점을 묻자 조씨는 사업전략, 아이템을 짜는 것보다 멤버를 모으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답했다. “서울대생은 상대적으로 미래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집단이에요. 똑똑한 서울대 친구들이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힘든 벤처기업에서 일하려고 하겠어요? ‘스터디 코드 네트웍스’의 구성원들은 돈이 아니라 미래의 꿈만 보고 일하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게 벤처죠.”

그래서인지 조씨는 매순간 보람을 느낀다. “제 꿈을 위해서 달려가고 있으니까 매일매일 보람을 느껴요. 그리고 자기 꿈을 위해서 현재의 이익을 포기할 줄 아는 멤버들이 똘똘 뭉쳐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해요.”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대 학생들의 공부 방법을 연구하고, 서울대 교수들의 자문을 받아 제작한 ‘스터디 코드 네트웍스’. ‘스터디 코드’ 책 안에서도 고등학생들의 최종 목표를 ‘서울대 입학’으로 규정해놓고 ‘서울대에 가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서울대에 못간 친구들은 실패했다는 것인가. 서울대생이 아닌 타대생이 이 책을 보고 패배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 조씨는 ‘돌아가기’를 언급한다.

“사실 제가 책을 낼 때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첫 번째는 마케팅과 연관이 되는데, 서울대에 갈 수 있다는 말을 안 하면 일단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관심이 없어요. 두 번째는 애초부터 서울대 안 가도 된다는 말을 하면 저는 학생들의 희망을 꺾어버린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 제도권 안에서는 서울대 같은 ‘명문대’ 가는 것이 좋잖아요. 그런데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명문대에 가지 못했을 때 그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딜레마가 발생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서울대가 아닌 학생들 앞에서는 서울대 이야기를 잘 안 해요. 그리고 그 학생들 앞에서는 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요. 하지만 서울대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더 힘들 거고, 더 많이 돌아가야 될 거라고 말해주죠. 박탈감은 박탈감으로 인정하라고 해요. 대신에 이미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새로운 걸 하자고 합니다. 서울대에 와서도 꿈 없이 사는 애들은 여러분들이 역전할 수 있다, 그 대신에 많이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새로운 승부는 지금부터다 하고 말해줘요.”

조씨는 인터뷰 내내 ‘꿈’이라는 단어를 계속 언급했다. 조씨의 꿈은 세계 최고의 사업가. 가장 좋아하는 CEO는 현재 일본 IT업계를 이끌고 있는 손정의와 애플사의 신화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다.

“손정의와 스티브 잡스는 기존의 CEO와 달라요. 기존의 CEO들은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법들을 아는 일종의 매니저예요. 그런데 손정의와 스티브 잡스는 기존의 경영학에서 나온 방법을 따라 효율적으로 하기보다는 사업 자체를 즐겨요. 저도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사업 자체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이거든요. 사람을 모으고 아이템을 개발하고 고객들이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고민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거죠. 스티브 잡스와 손정의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업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 같아서예요.”

조씨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알고, 그것을 위해 목숨 바쳐 하루하루 살아가면 그 과정이 성공이라고 말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달성했을 때 성공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 길에 들어서는 과정 자체가 성공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성공했어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사업이라는 걸 알았고,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으니까요.”

필자는 질문하는 조그만 목소리와 달리 조씨의 목소리가 힘차고 자신감이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손정의의 어록 중에서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꿈과, 그리고 아무 근거도 없는 자신감뿐이다, 그리고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글이 생각났다. 조남호라는 젊은 기업가의 꿈과 자신감, 그리고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될 것을 기대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실제로 필자는 학창 시절에 온라인으로 조남호의 공부법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강의에서 필자는 고3 시절에 많은 도움을 얻었다. 꼭 한번 만나서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인터뷰는 개인적으로 필자에겐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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