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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면 좋은 점이 훨씬 많지만 불편한 것도 한둘이 아니다. 불편함을 하나하나 거론하지 않더라도 살면서 짜증이 날 때가 많다. 특히 나처럼 도시에서 줄곧 살다가 시골로 이사 온 경우는 더욱 그렇다.

@BRI@우리 달내마을은 울산이나 경주 중심가에서 고작 한 시간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안 되는 게 너무 많다. 우선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 신문이 들어오지 않는다. 우유, 요구르트, 심지어 자장면도 배달되지 않는다. 또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다. 텔레비전도 안테나만으로는 영상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

도무지 어쩔 수 없어 감수해야 할 사항이라면 그렇게 하면 되련만 관에서나 기업에서 조금만 힘을 보태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안 될 때는 어이가 없다. 어른들에게 여쭤보았다. 그런 불편한 점을 관계부처에 건의해보지 않았느냐고.

대답은 간단했다. 어디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겁도 나고…. 아마 후자의 말이 더 정답일 게다. 아직도 관에 뭔가를 청원한다는 게 시골 어른들에게는 쉽지 않았을 터. 그러니 그냥 흘려보내고 만다.

그러나 나는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끊임없이 보채기 시작했다. 보채면 들어주겠지 하며.

▲ 작년에 태풍 나비로 하여 패인 도로. 지금은 말끔하게 포장돼 있다.
ⓒ 정판수
작년 태풍 나비로 우리 마을이 속한 경주시 양남면은 제법 손해를 입었다. 그 중 904번 지방도 두 곳이 끊어져 아까운 여고생 한 명이 실종되기도 했다.

그런 뒤 끊어진 곳을 임시로 흙과 돌로 메워놓았는데, 흙과 돌로 메웠기 때문에 비만 오면 패이고, 한 번 패이면 트럭은 몰라도 승용차는 아래 밑판에 손상을 입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 애로사항을 경주 시청과 경상북도 도청 방에다 수시로 글을 올렸다. 보채면 들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 덕분인지 공사 완료는 한참 뒤에 되었지만 매일 매일 도로가 팬 곳을 점검해줘 통행에는 지장이 없었다.

▲ 작년 패인 도로의 보수를 경주시청에 요청한 건의문.
ⓒ 정판수
다음으로 한국통신에 전화를 했다. 인터넷 가설에 관하여.

그런데 우리 마을에는 랜(LAN)망이 깔려 있지 않아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깔아주면 되지 않느냐 했더니, 예산이 부족하여할 수 없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니까 마을에 50가구 이상이 신청해야 가능하다는 답변.

우리 마을에 실제 생활하는 가구는 20가구가 채 안 된다. 그러니 다 합쳐도 절대로 50가구가 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이론상으로 우리 마을에 인터넷이 들어오기는 다 틀린 셈이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홈에다 글을 올리고 전화도 했다. 그 때문인지, 원래 계획에 있었던 건지 얼마 전에 깔렸고, 빠르면 내년 1월쯤, 늦어도 2월쯤 인터넷 개통이 가능하리라는 소식을 들었다.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SK와 LG는 마을의 일부 지역에서만 터지고, KTF는 전혀 터지지 않는다. 역시 홈에다 글 올렸더니 전화가 왔다. 모두 예산 부족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언제나 대답은 예산 부족이었다. 이도 한 번 안 되면 두 번, 두 번 안 되면 세 번 더 보챌 것이다.

혹 시골에 살면 휴대폰이 뭐 꼭 필요하냐는 이가 있다면 잘못이다. 오히려 시골에서 휴대폰이 더 필요하다. 논에서 밭에서 일하다 사고가 나거나, 가정적인 일로 급한 전화를 걸고 받으려 할 때 터지지 않는다면 ….

▲ 휴대폰이 터지지 않아 KTF에 접수시킨 건의문.
ⓒ 정판수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시골 어른들을 늙고 무식하여 그런 첨단정보기기를 이용할 사람들이 못 된다고 단정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외려 시골에 살기에 더욱 배워야 한다. 이미 FTA라는 고약한 녀석이 대문을 부수고 마구 밀고 들어오는 판국에 대비하는 정보 등을 알아야 한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텔레비전에서만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마을 회관 등을 이용하여 인터넷 교육을 받고 농산물을 생산, 판매, 재배, 가격 등을 알 권리가 분명 있다. 어찌 시골에 산다고 하여 모르고 지내야 하는가. 이미 마을 어른들 중에는 인터넷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들떠 있는 분도 계시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이 살면서 차별받는 게 지극히 못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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