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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바지는 꽃마리와 매우 유사해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 김민수
꽃마리를 소개하면서 이어 소개해야지 했던 꽃 중 하나는 꽃바지였다. 꽃이 너무 비슷해서 맨 처음에는 그 꽃이 그 꽃인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 상이점이 있어 확인해 보니 꽃마리와 이름까지 비슷한 '꽃바지'라는 이름을 가졌단다.

맨 처음에는 '이름 없는 꽃' 정도로 불러주다 '야생초'로 부르고, 그들의 이름을 하나둘 불러주다가 어느 순간에는 그냥 '꽃'이라고 부르면 안 될까 싶었다. 제비꽃의 종류가 다양해 열댓 종 담고 나니 제비꽃을 분류해 보면 어떨까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런데 식물도감을 통해서 제비꽃 종류를 알아보니 워낙 다양해서 열댓 종 가지고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게 생겼다.

"내가 식물학자도 아닌데 그냥 제비꽃이라고 부르지 뭐."

그런 일을 겪은 후 그냥 '꽃'이라고 부르면 안 될까 싶다가도 이름을 불러주고 싶은 욕심이 든다. 그 과정에서 '꽃바지'라는 이름도 알게 되었던 것이다.

▲ 그러나 잘 보면 동정키가 보인다. 아주 유사하지만 다른 꽃이다.
ⓒ 김민수
아이들과 함께 종종 들꽃기행을 하곤 하는데 막내가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한다. 보는 그대로의 느낌을 오염되지 않은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참 대견스럽기도 하다. 언젠가는 현호색을 보고는 '멸치를 닮았다'고 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개망초를 보고는 "계란 후라이꽃"이라고 하기도 했다. 꽃바지라고 이름을 알려 주었더니 대번에 "아빠, 이렇게 작은 꽃바지는 누가 입는 거야?"한다.

순간 걸리버여행기가 떠올랐지만 '물망초'와 관련이 있을 듯하니 꽃바지의 전설(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 82참고)을 떠올리면서 최초의 인간 아담이 입었던 바지라고 알려줄까 하다가 요정들이 입는 옷이라고 알려주었다.

"아빠, 요정은 이렇게 작아?"
"응, 아주 작은 것 같아."
"그럼 아빠는 아직 요정을 한 번도 못 봤어?"
"응."
"나는 봤는데."
"그래? 어디서?"
"피터팬에서."


▲ 꽃마리보다 꽃망울이 많지 않고, 꽃대도 둘둘 말려있지 않다.
ⓒ 김민수
꽃바지는 본래 '꽃받이'였으나 구개음화 현상에 의해서 '꽃바지'로 변했으니 '꽃말이'가 '꽃마리'로 변한 것과 같다. 결국 '바지'는 우리가 입는 바지가 아니라 이파리가 꽃을 받치고 있는 형상을 따라서 붙은 단어였던 것이다.

꽃이름을 익히다 보면 가끔 이렇게 오해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면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는다. 복수초도 '복을 기원하는 꽃'이라는 의미를 알기까지는 '한을 품은 여인이 복수하기 위해 피어난 꽃'으로 알고는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동원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독초라니 복수초가 복수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꽃마리와 꽃바지는 아주 작은 꽃을 피우기에 허리를 숙이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꽃이다. 허리를 숙이고 땅을 바라보면 하늘빛을 닮은 꽃을 만날 수 있다. 아직까지도 꽃마리, 꽃바지란 꽃의 존재를 몰랐던 분들은 겨울이 끝나기 전부터 피어나는 작은 꽃을 찾아보자.

▲ 꽃마리-봄날이 무르익자 꽃대를 마음껏 올리고 피어난 꽃마리
ⓒ 김민수
도대체 얼마나 닮았길래 그럴까 싶은 분이 계실까 해서 꽃마리를 소개한다. 꽃마리는 그냥 꽃대를 길게 내고 말렸던 부분이 하나둘 풀려가면서 무성하게 꽃을 피우는 편이다. 그러나 꽃바지는 꽃 하나하나를 이파리가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맨 처음에는 꽃바지와 꽃마리가 구분이 안 되더니만 자꾸만 보다보니 꽃마리와 꽃바지가 섞여 핀 꽃밭에서도 꽃바지와 꽃마리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뭔가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사랑의 반대말이 무관심이라고 하니 관심과 비슷한 말은 사랑이라는 말과도 통할 것이니 결국 그들을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꽃바지, 작은 꽃바지 입고 추운 겨울을 나면 따스할까?

▲ 꽃바지는 여전히 이파리에 숨어 수줍은 듯 작은 꽃을 피운다.
ⓒ 김민수
꽃마리 꽃바지 꽃다지 꽃댕강 꽃무릇
누가 꽃 아니랄까봐 꽃꽃꽃 한다.
광대수염 노루귀 며느리배꼽 개구리발톱 뚱딴지
꽃이름 같지 않아도 예쁜 꽃 피운다.
어쩌면 그렇게 딱 맞는 이름을 지어주었을까?
그 꽃 처음보고 이름 붙여준 그 사람은 누구일까? <자작시 - 꽃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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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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