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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송성영
아이들과 함께 연을 만들었습니다. 한지에 대나무살을 붙이고 긴 꼬리를 달아 가오리연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보기좋게 실패했습니다. 연이 바람을 잘 먹지 않았습니다. 술 취한 강아지처럼 뱅뱅 돌다가 땅바닥에 곤두질했습니다. 가오리연을 포기하고 아이들이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온 방패연을 날려 보기로 했습니다.

집 주변에는 전깃줄이며 나무들이 많아 연 날리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결국 뒷산에 올라갔습니다. 큰 아이 인효 녀석이 저만치서 적당히 연실 풀어놓고 냅다 뜁니다. 연은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빙빙 돌다가 땅바닥에 곤두박질했습니다. 그러기를 몇 차례 드디어 하늘을 향해 떠올랐습니다.

드디어 방패연이 바람을 먹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방패연이 바람을 먹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 송성영
인효 녀석이 연줄을 풀어 하늘 높이 띄워 보냅니다. 방패연은 바람을 타고 연실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방방 떠오릅니다.

"형아 나도 줌 날리자"
"형아 나도 줌 날리자" ⓒ 송성영
아이들의 마음도 덩달아 떠오릅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인상이 녀석이 연줄을 잡아 보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

"형아 나두 좀 해 보자."
"에이씨, 인저 날리기 시작했는데 자꾸 그러네.."
"아까부터 해놓고..."
"가만히 줌 있어봐 조끔만 더 날리구"

"인저 날리기 시작했는디 쪼금만 더 날리구"
"인저 날리기 시작했는디 쪼금만 더 날리구" ⓒ 송성영
"싸우지덜 말구 거기 나란히 연 사이에 서 봐봐, 사진 찍어 줄게."

나는 아이들을 통해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봅니다. 어지간히도 형에게 칭얼거렸던 내 자신을 봅니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내 유년의 기억을 찍고 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어어, 얼른 댕겨 댕겨, 그렇지"
"어어, 얼른 댕겨 댕겨, 그렇지" ⓒ 송성영
연실을 잡고 있는 녀석들 사이로 방패연이 까마득히 보입니다. 바람 먹은 방패연은 얼레에 감겨 있던 연실을 남김없이 끌어 당기며 높이 더 높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아이들은 고개를 들어 보다 높은 곳에 시선을 둡니다. 나는 녀석들의 활짝 열리는 가슴을 잡아냅니다.

퍼질러 앉아 인효 녀석. 동생이 못미더워 참견을 하기도 합니다.
퍼질러 앉아 인효 녀석. 동생이 못미더워 참견을 하기도 합니다. ⓒ 송성영
꿈이라는, 소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욕망 따위를 품기보다는 나는 우리집 아이들이 방패연을 따라 더 높이 더 넓게 가슴을 쫘악 펴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사람은 물론이고 대자연 속의 모든 생명들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그렇게 매년 새해가 되면, 굳이 새해나 무슨 무슨 연날리기 '민속의 날'이 아니더라도 바람 불어 좋은 날, 우리 삼부자는 아주 가끔씩 뒷동산에 올라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얼마나 더 멀리 날아갈수 있을까?"
"얼마나 더 멀리 날아갈수 있을까?" ⓒ 송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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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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