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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낯선 사람 따라 가면 안 돼>
ⓒ 경독
딸을 낳고 보니 세상의 험한 소식들을 들으면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른들도 제 자신을 방어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하물며 힘도 없고 약한 아이들은 오죽 하랴. 조금 자라면 단단히 교육을 시켜야지 마음은 먹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불안한 마음이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학원이다 유치원이다 해서 바깥 세상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된다.

책 <낯선 사람 따라 가면 안 돼>는 주인공 아이를 화자로 설정하여 어린이들이 어떻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이 책은 뮌헨의 가족 평등 실천 학교에서 강의를 듣던 어머니들 연구 모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해서 나온 창작 동화다. 서문에서 저자는 상담을 하다 보면 매일 어린이들의 유괴 문제와 부딪히게 됨을 실토한다.

주인공 리자는 매일 엄마 아빠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어느 날 아빠는 신문에서 어떤 아이가 유괴 당했다는 기사를 읽어주면서 "절대로 낯선 사람을 따라 가면 안 돼!"라고 강조한다. 아빠가 일일이 설명하는 말을 마음에 꼭 새겨 두는 리자.

아빠는 '집에 혼자 있을 때 문을 열어 주어서도 안 되고, 모르는 사람이 차를 태워준다고 해도 타면 안 된다. 어른들이라고 해서 좋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아이들에게 사탕이나 장난감을 주면서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아이들을 데려가 꽉 붙잡아 놓고는 옷을 벗기고 아주 아프게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가족 이외 '너를 데려가려는 사람'을 조심해라

리자는 아빠의 말을 항상 명심하고 혼자 있을 때는 문도 열어주지 않았고 낯선 사람이 차를 태워 준다고 해도 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여러 번 본 적이 있는 아저씨가 옆에 와서 노는 모습을 본다. 이미 여러 번 봤었기 때문에 아저씨가 전혀 낯설지 않은 리자. 아이는 아저씨가 토끼 한 마리를 준다는 말에 선뜻 따라 나선다.

아저씨 집에 들어가니 토끼는 없고 갑자기 이 남자는 리자에게 무서운 사람으로 돌변한다. 다행히도 같이 놀던 친구 페터가 이 사람을 이상하게 여겨 바로 신고를 하고 그 집을 찾아 가서 리자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 온 리자는 잠자리에 들면서 '이제 다시는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않을 거야'하고 다짐하며 잠이 든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많은 성범죄도 '동네에서 아는 얼굴'인 주변 인물에 의해 일어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굴면서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단순히 '모르는 사람'을 경계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가족 이외에 '너를 데리고 가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교육할 때는 너무 어른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하면서 얘기하는 게 좋다.

▲ 책 <아들아, 아빠가 잠시 잊고 있었단다>
ⓒ 깊은책속옹달샘
아이들에게 있어 어른들의 역할은 참 중요하다. 어른들이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달라지기도 하고 또 세상을 보는 눈이 결정되기도 한다. 특히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만큼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는 사람도 없다. <아들아, 아빠가 잠시 잊고 있었단다>는 세상의 모든 바쁜 아빠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늘 바쁜 아빠가 가슴으로 쓰는 편지'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윌리엄 란드 리빙스턴이라는 미국의 작가가 쓴 < Father Forgets >라는 에세이를 토대로 하여 일본의 유명 그림책 작가가 각색한 것이다. 독특하게도 유명 개그맨인 이홍렬씨가 번역을 하여 책 소개를 맡았다. 그는 이전에 <아버지 되기는 쉬워도 아버지 노릇하기는 어렵다>는 책을 통해 아빠 역할에 대한 자기반성을 선보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언제까지 수건만 들고 서 있을래?"
"놀았으면 장난감을 제자리에 정리하라고 했잖아!"
"또 흘린다!"
"식탁에 팔꿈치 올려놓지 말라고 했지!"


이렇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화부터 내는 아빠. 느려 터지고 배짱 없고 단정치 못한 아이의 모습이 답답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아이는 아직 어른이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퉁명스러운 아빠에게 다가가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하며 품에 안기는 아이. 아빠는 그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아이가 잠든 방문을 살며시 열어 본다.

@BRI@"아빠는 너를 어른으로 생각하고 있었나 봐. 잠든 너는 이렇게 작고 어린데 말이야. 아빠는 네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구나. 그 동안 너를 너무 아빠 마음대로 하려고 했었나 봐. 하지만 네가 아빠의 소중한 아들이기 때문이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는 아니었단다. 너는 정말 좋은 아이야."

이렇게 혼잣말을 하며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 그리고는 앞으로 아이에게 진짜 아빠다운 아빠가 될 것을 다짐한다. 어린 아이에게 한꺼번에 아빠의 마음을 전할 수는 없지만 괴로운 일도 기쁜 일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될 것을 맹세하는 마지막 모습은 감동적이다.

책은 마지막에 "아빠는 네 모든 걸 진짜진짜 사랑한단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이 한 구절에 모든 아빠들의 마음이 녹아 있다. 아이에게 쉽게 잔소리하고 화를 내는 부모들. 그런 어른이 되기에 앞서 '내가 우리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매일같이 생각해 본다면 무턱대고 아이를 무시하는 행동은 없을 것이다.

아이 책을 고르면서 함께 읽다 보면 어른인 내가 반성하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 아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세상을 보는 올바른 시각도 얻게 된다. 아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나는 우리 아이에게 어떤 어른일까? 내 아이를 사랑하기에 좋은 어른의 모범을 보여야겠다.

낯선 사람 따라가면 안 돼

트릭시 하버란더 글, 우어줄라 키르히베르크 그림, 조영수 옮김, 경독(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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