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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걷잡을 수 없이 엄청난 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압제 하에서 비탄에 빠져 있을 때 민족의 선각자 이상재 선생께서는 '청년이여!'라는 글에서 "오늘날 세계의 변화상은 시시각각으로 달라, 마치 광풍노조(狂風怒潮)와 같다. 어제의 일은 이미 옛 일이 되어 오늘은 어리둥절 낯설고 내일은 또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후략)"라며 젊은이들에게 민족 독립의 꿈과 용기를 잃지 말고 깨어 변화할 것을 간절히 촉구했다.

산업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문명사적 대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격변하는 시대상과 비교한다면 사실 그때의 변화상이란 것이 뭐 그리 대단할 수 있었겠는가 할지 모르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름대로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며 그에 조응하여 우리가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 시대의 낙오자가 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변화의 3가지 측면을 생각해보면, 첫째 '나를 둘러싼 상황의 변화', 둘째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상대방의 변화', 셋째 '나 자신의 변화'다.

@BRI@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을 내가 바꾸기는 참으로 어렵다. 다른 사람을 바꾼다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결국은 나를 바꾸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나의 마음, 생각, 욕구를 바꾸어버리면 나와의 관계개념 속에 놓여있는 상대방이 변한다. 나를 둘러싼 상황도 바뀐다.

장기판에서 바둑판으로 바뀐 것과 흡사할 정도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상의 판이 바뀌었다. 경쟁의 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와 역량 등 모든 것이 다 바뀌어 가고 있지 않은가!

산업사회를 살아오는 동안 물질적 가치에 매몰 되어 찌들고 굳어져 버린 우리의 사고방식을 새롭게 바꾸어야 새로운 시대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 물신주의의 사고 틀을 깨고 벗어나 고객을 존중하는 인간 존엄의 사고로 바꾸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람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 밭을 가꾸어 가야할 때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는 억울함의 분노가 너무 커 주변 사람을 긍정적으로 밝게 보는 습관이 없어져 버렸다. 이를 정상화 회복함이 의식개혁의 과제다. 이와 같은 간절한 생각을 정리하여 우리가 달라져야 함을 역설하고 다녔다.

오래 전 경남의 어느 군청 직원들을 상대로 의식혁신 특강을 실시한 적이 있다. 물론 반 우스개였지만, 앞줄에 앉아 있는 몇 분을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기 분들 중에는 턱수염 나신 분들이 유난히 많군요! 남해안 지역의 토박이 분들 중에 특별히 많습디다.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만, 천오백년 말쯤 이 분들의 할머니께서 우물에 다녀오시다가 왜구에게 당하셨을지 모릅니다."

폭소는 터뜨렸지만 마음이 씁쓸했다.

우리는 상부상조 서로 믿고 도우며 참으로 어질게 살아온 선한 민족이었는데 숱한 외침을 통해 너무나 황당 원통한 충격의 상처를 받아 우리의 고운 마음 바탕이 사람을 불신하고 두려워하는 공포심으로 일그러져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해방정국의 소용돌이와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그리고 민주화 과정에서 친일반역도들과 군사독재 권력에 의해 자행되어온 학살의 공포와 증오의 한이 구천을 찔러 천추에 사무쳐왔다. 서로 믿을 수 없는 흉흉한 세상을 살얼음 걷듯 살아오느라 우리의 심성은 메말라지고 구김살의 골이 굵고 깊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살아본 경험 있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느낌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인정이 많고 감정이 풍부하여 눈물이 많은 사람들이라 답한다 한다. 이것은 서양 사람들이 말하는 공동사회(Gemeinschaft)적 특징만이 아니다. '정(情)들면 고향이다. 정(情) 때문에 산다'와 같은 우리의 독특한 정의 문화를 설명해 주는 말이다.

통상 정(情)의 의미를 희(喜), 노(怒), 애(哀), 락(樂), 애(愛), 오(惡), 욕(欲)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사람에 대하여 긍정적 감정이냐, 부정적 감정이냐로 2대 별 구분하면 하나는 '자비(慈悲)' 즉 사랑의 감정, 다른 하나는 '증오(憎惡)' 즉 미움의 감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정이 많은 우리 민족이 너무나 절박하고 험난한 역사의 풍파를 헤치며 살아오는 동안 사람들에 대해서 사랑과 자비의 긍정적 감정보다는 증오와 불신의 부정적 감정이 응어리져 쌓여 왔다고 할 수 있다.

나의 부모님께서도 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단다"라고 말씀하시며 사람 조심을 강조하셨다. 사람이란 일단 의심하고 경계하며 복선을 깔고 대하여야 할 무서운 존재라는 것이다. 얼마나 사람에 시달리고 속고 당해와 두려웠으면 그리되었겠는가?

우리 국민들의 현대사야말로 이를 악물고 눈물을 삼키며, 이런 한을 쌓으며 살아온 슬픈 역사였다. 민주화 투쟁 중 꽃다운 나이에 숨져 간 열사들의 장례행렬 중 노제(路祭)를 지내는 신촌 로터리에서는 춤을 추었다. 한 많은 우리의 민족사의 상징이었다. 절망의 길에서도 우리를 버틸 수 있게 해준 힘은 증오를 억눌러가며 '한(恨)에 맺힌 우리 나름의 신바람'을 일으키는 일이었다.

비명에 간 망자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씻김 굿 만의 의미가 아니었다. 죽음은 끝남의 좌절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향한 희망임을 표현하고 있었다. 시체를 늘어놓은 슬픔 앞에서도 엄숙한 신명으로 춤을 추는 백성! 우리는 이 힘으로 지금까지 나라를 지켜 민주화를 이룩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이렇게 한탄과 증오에서 힘을 얻어 일으킨 분노의 신바람은 오래가지를 못한다. 빼앗겼던 것을 되찾아 원상복구 할 수는 있어도 그 이상으로 발전케 하는 동력이 될 수 없다. 자비를 베푸는 사랑의 열린 마음,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의 유연성이 인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진정한 힘이다.

우리 민족이 너무나 오랫동안 억울하게 짓밟히고 찢기며 당해오기만 하다 보니 은연중에 쌓인 타인을 원망 증오 불신하는 마음을 풀고 지워야 한다. 매일 매일의 가정생활, 직장생활 속에서 바로 곁의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며 대하는 습관을 길 드려야 행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 나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세상을 바꾸자. 이런 내용이 특강의 주 내용이었다.

오래전 한국통신 화도 연수원에서 직원들의 의식혁신 교육 '하나로' 과정의 첫 시간 고정 강사로 매주 1∼2회 2년 동안 실시했다.

그날도 늘 해왔던 대로 변화 마인드를 촉구하는 열띤 첫 시간의 강의를 마치고 10분간 휴식을 하고 있었다. 옆에서 한 피교육자가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여보! 변해야 돼!"하고 아주 점잖게 말하는 것 같더니, 이윽고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화난 큰 목소리로 "당신 변해야 된단 말이여! 변해야 된당께" 하고 소리 지르지 않는가. 참으로 민망했다. 교육의 핵심은 변화를 요구하지 말고 내가 변하면 상대방이 자연스럽게 변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들을 때는 그럴 듯했을지 모르지만, 실천하기는 이렇게 어렵다.

둘째 시간에 이에 대해 다시 정성 드려 말해주었다. 지금 그분은 아내랑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군대문화 개혁을 위해 부하들을 상대로 여러 궁리와 수단을 강구하느라 애들을 쓰고 있는데 백 마디 말이나 방법이 필요 없다. 윗사람들이 변하도록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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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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