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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가 사는 달내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도로에서 벗어나 좁은 외길로 2분쯤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나는 차를 몰기에 잘 모르나, 퇴근길에 아내와 이웃 산음댁 할머니께서는 밭일을 하다가 차 소리가 들리면 내 차인지 다른 사람의 차인지 알 수 있단다.

아무리 산골마을이라고 해도 공사나 장사 등으로 하여 하루에 들락날락하는 차가 열 대가 넘으니 차 소리만 듣고 내 차인지 아닌지 안다는 걸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사연을 듣고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우리 집 바로 아래 산음댁 할머니밭에 나타난 고라니(1)
ⓒ 정판수
바로 우리 집 태백이(풍산개) 때문이었다. 차 소리가 나 고개를 돌려 녀석을 바라봤을 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 내가 온다는 신호란다. 그걸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산음댁 할머니였다. 할머니밭이 우리 집 바로 아래 있어 일하다가 몇 번 그런 걸 보고는 아내에게 얘기했고 아내도 그 뒤 관찰해보니 정말 그렇더라는 거였다.

그런데 지난 주부터 나의 퇴근을 반기는 동물이 한 마리 더 늘었다. 바로 고라니 녀석이었다. 처음 녀석을 보았을 때는 우연이라고 여겼다. 차를 대놓고 난 뒤 나를 반기는 태백이의 짖는 소리가 여느 때와는 달라 녀석이 바라보는 쪽으로 눈을 주니 바로 고라니 한 마리가 7~8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날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 우리 집 바로 아래 산음댁 할머니밭에 나타난 고라니(2)
ⓒ 정판수
가끔씩 집 근처에서 너구리랑 노루랑 고라니를 보았기에 그리 놀라지도 않았지만 다른 녀석들은 눈에 띄기만 하면 달아났는데 달아날 생각을 않기에 이상하게 여겼다. 그래서 가까이 갔더니 내가 간 만큼 뒤로 물러서는 게 아닌가. 다시 앞으로 갔더니 역시 그만큼 뒤로 물러섰다.

이런 일이 퇴근할 때마다 계속되면서 우연히 아닌 듯하여 녀석을 관찰해보기로 했다. 녀석은 일단 걸음걸이가 완전치 못했다. 걸을 때 발 하나가 이상이 있는 듯 걷는 모습이 뒤뚱뒤뚱했고, 또 덩치에 비해 무척 말랐다는 느낌이었다.

▲ 우리 집 바로 아래 산음댁 할머니밭에 나타난 고라니(3)
ⓒ 정판수
혹시 먹이를 구하지 못해서인가 하여 녀석이 다니는 길목에 고라니가 잡식성이라 하니 채소와 부순 콩과 개 사료까지 으깨어 두었다. 그리고 일부러 자리를 피한 뒤 다음날 보니 그대로였다. 이틀 동안 시도했으나 변화가 없고, 또 한겨울이 아니라 지금 계절이라면 먹이를 찾으려면 얼마든지 구할 거라 여겨 그만두었다.

도대체 왜 고라니가 사람 눈에 띄는 곳에 왔을까? 먹이 때문이 아니라면 병에 걸려 아파서 내려왔을까? 아니면 길을 잃어 이리저리 헤매다가 우연히 내려왔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혹 마을 뒷산 일부를 전원주택지로 개발하느라 살 곳이 없어져서?

또 왜 사람인 나를 보고 도망갈 생각을 않을까(사실은 나와 일정한 거리는 두었지만)? 바로 이웃에 개가 두 마리나 있고, 그들을 풀어놓기만 하면 당장에 요절이 날 텐데 …. 녀석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내게 무얼 말하고자 하는 걸까?

덧붙이는 글 | 사진 찍는 능력이 부족한데다 피사체가 움직이다보니 흐릿한 이미지를 전하게 돼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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