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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기기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할머니.
노래방 기기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할머니. ⓒ 오마이뉴스 유혜준

"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선생니임~~."

노인들은 두 개의 방을 터서 만든 프로그램실에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방 기기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할머니는 조금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아주 진지하게 서있었고, 그 뒤쪽으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듬성듬성 앉아 있었다.

한 할머니는 마구 화를 내면서 실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분은 경증인 다른 분들과 달리 치매증세가 심한 분이라고 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데 이 날은 비가 와서인지 증세가 조금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3번에 걸쳐 대규모 노인요양시설을 탐방했다면, 이번에 노인복지전문가 유경 기자가 선택한 에덴실버 단기보호센터(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원장 장미화)는 개인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시설이다.

"정원 다 안 찬 이유? 비싸니까"

ⓒ 오마이뉴스 유혜준
에덴실버 단기보호센터는 개인 소유의 6층짜리 건물의 3층에 자리 잡고 있으며 방 4개, 화장실 2개와 부엌을 겸한 식당이 있다. 장미화 원장은 단기보호센터와 주간보호센터를 겸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5년 6월 1일 문을 열었으며, 현재 단기보호센터에 입소 중인 노인이 6명이고 주간보호센터에 입소 중인 노인은 8명에서 10명 사이라고 한다. 정원은 각 10명씩이다.

단기보호센터의 정원이 10명인데 왜 다 차지 않았느냐고 묻자 장 원장은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명칭이 '단기보호센터'이지만, 개인이 운영하고 있고 국가나 자치단체 등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전혀 받지 않기 때문에 입소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입소비용도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시설 운영자가 알아서 정한단다.

대규모 노인요양시설의 단기보호센터의 경우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입소 기간이 3개월로 한정되어 있다. 비용은 대략 월 45만원 정도. 이 경우 재정적인 지원을 받기 때문에 입소비가 저렴하게 책정돼 있는 것이다.

에덴실버는 단기보호센터 입소비용을 노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보증금 없이 월 100만원에서 120만원 정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시설이 입소할 때 보증금으로 입소비 3개월 치 정도의 금액을 받는데 장 원장은 "보증금을 받으면 보호자들이 그걸 믿고 입소비를 제때 내지 않을 수도 있고 퇴소할 때 어차피 내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돼 안 받는다"고 말했다.

"우리 시설은 근처에 주택가와 아파트가 있어서, 집 근처에서 가까운 곳으로 어르신을 부담 없이 모셔다 놓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증금이 없으면 부담 없이 오실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 점을 강조하지요."

유경 기자는 "자녀들이 부모님을 시설에 모실 때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거리'"라며 "너무 먼 곳에 모실 경우 부모님은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고, 또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님만 홀로 뚝 떨어진 곳에 모셔놨다는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설이 아파트 단지 인근이나 주택가에 있을 경우 그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간보호센터는 노인 상태에 상관없이 입소비용이 월 32만원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돌봐드리고 점심식사와 간식을 준다. 개인이 운영하는 아주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재활프로그램은 없고, 미술심리 치료 등과 같은 프로그램만 운영한다.

입소 노인들의 작품.
입소 노인들의 작품. ⓒ 오마이뉴스 유혜준
소규모 시설, 지원 없어 재정 열악... 보험 가입도 쉽지 않아

매일 오전 10시 반경에 건강 체조를 하고, 오전 11시부터 노인들의 인지능력에 따라 퍼즐이나 그림 맞추기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낮 12시에 점심식사를 하고 조금 쉰 다음에 오후에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장 원장은 처음에 인가를 내려고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노인주간보호센터'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가를 받는데 꼭 필요한 인원이 5명이라고 했다. 시설장이 사회복지사여야 하고 가정봉사원과 생활지도사, 간호사와 운전기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 주간보호센터는 아침에 노인을 모셔왔다가 저녁에 모셔다 드려야 하므로 차량운행을 꼭 해야 한다. 그래서 운전기사가 꼭 필요하다. 겸직은 안 되고 5명이 필수인원이라는 것.

장 원장은 "처음 시작할 때는 맨 땅에 헤딩하는 건데 한 사람의 인건비라도 줄여야 했다"며 "제가 직접 운전을 해서 차량을 운행하겠다고 했는데도 안 된다고 해서 결국은 단기보호센터로 인가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것 말고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주간보호센터의 경우 정원이 10명인데, 일인당 30만원정도 받는다면 정원이 다 찼을 때 수입이 30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시설을 임대해서 꾸몄는데 한 달 임대료가 170만원이란다.

그렇다면 답이 안 나온다. 직원 인건비와 운영비를 따지면 남기는커녕 한참 밑질 수밖에 없다는 것. 아무리 복지마인드를 지니고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한다고 해도 그래서는 도저히 운영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 단기보호센터로 인가를 받았다. 단기보호센터는 운전기사가 없어도 된다. 필수인원이 4명이다.

장 원장은 20여년 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하다가 2005년 1월 어린이집 운영을 접고, 그해 6월 노인요양시설을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 에덴실버 단기보호센터가 문을 열 때 상해보험과 배상보험을 들어야한다고 생각했단다. 어린이들은 다치면 경상이 대부분이지만, 노인들은 넘어지기라도 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회사에서 보험을 들어주지 않으려고 해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결국 여러 보험사를 알아본 뒤 겨우 시설 명의로 보험에 가입했다. 입소 노인 한 분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보험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보험 가입이 안 되면 시설 운영을 못한다고 장 원장은 잘라 말했다.

보험에 대해서 유경 기자는 "생활시설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활동에는 다 위험이 따른다"며 "가까운 곳에 나들이 갔다가 낙상사고가 나 시설과 어르신 양쪽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유경 기자는 "운영자가 마음 놓고 시설을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입소자나 이용자 역시 아무 걱정 없이 생활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려면 보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개인의 힘으로는 어렵다"며 "정책적으로 지침과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간보호센터는 답이 안 나오더라"

ⓒ 오마이뉴스 유혜준
에덴 실버에 입소한 노인들은 대부분 가벼운 증세의 노인질환자들이다. 장 원장은 "어떤 사람들은 아예 누워 계신 와상 어르신들이 돌보기 편하다고 하지만 그런 노인들을 돌보는 것은 재미가 없어 경증 노인들만 받고 있다"고 말한다.

단기보호센터에 입소해 생활하는 노인들을 돌보기 위해 장 원장과 직원이 돌아가면서 시설에서 잔다. 경증 노인들이기 때문에 밤에 특별히 손이 많이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노인들이라서 일찍 주무시고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직원들도 그 생활에 맞추려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한다.

대규모 노인요양시설과 달리 이 곳에선 환자복을 입히지 않는다. 장 원장은 "안 아픈 사람도 병원에 들어가서 환자복을 입으면 환자가 되는 것 같다"며 "일상복을 입고 생활하는 것이 훨씬 좋고, 가족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주간보호센터에 오시는 노인들도 대부분 경증 노인이다. 혼자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혼자 차를 탈 수 있어야 하고,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있는 노인들이어야 한다는 것. 단기보호센터에 입소 중인 노인 6분 중 3분이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단다.

장 원장은 에덴실버의 장점을 "가정적이고 편안하고 입소 인원이 적기 때문에 일대일로 집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편안한 상태에서 케어(care)가 가능하다는 것"을 꼽았다.

장 원장이 직접 장을 봐서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 역시 직접 세탁기를 돌려서 한다. 식사준비와 빨래 등의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더니 장 원장은 "어린이집 운영 경력 20년인데 뭐가 어렵겠느냐"고 시원스럽게 말한다.

입소자 가족이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 물었다. 장 원장은 그런 요구는 거의 없다고 한다.

ⓒ 오마이뉴스 유혜준
노인장기요양보험, 법인에만 적용

가끔 가족들 중에는 부모님을 시설에 모셨다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는데 장 원장은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집에서 모시고 있다고 다 잘하는 것이 아니고, 시설에 비용을 부담해서 모시는 것도 모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규모로 시설을 운영하는데 직원 월급과 운영자 인건비는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장 원장은 "시설 인테리어를 하는 데 4000만원 가량 들었다"면서 "처음 1년 동안은 수익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비용을 부담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급여가 낮은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것과 관련해 장 원장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설운영비를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인요양시설이 수익이 많이 나는 '장밋빛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시설을 운영하겠다고 나서서 시설을 꾸민 사람들에게 운영비를 지원해준다면 "숨통이 조금은 트일 것 같다"는 것이 장 원장의 희망사항이다.

장 원장은 "특히 사회복지사들의 급여가 상당히 낮은 게 현실"이라며 "유치원 교사들처럼 사회복지사들도 급여를 조금이라도 보전해 준다면 자부심을 느끼며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2008년부터 시행되고 개인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에도 혜택이 돌아가면 운영이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묻자 장 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법인들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인으로 전환할까도 생각해봤지만 그건 사실상 불가능하단다. 법인으로 전환하려면 현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데, 노인요양시설이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혜택 못 받고 고급은 비싸다면...

ⓒ 오마이뉴스 유혜준
개인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의 한계가 분명히 보였다. 치매 등의 노인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을 맡아서 돌보는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시설도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초생활수급권자나 저소득 계층들을 위해 무료나 실비로 입소할 수 있는 노인요양시설은 있지만, 일반 서민들은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유경 기자는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시설에 대해 "가정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접근성이 좋아 오가며 들를 수 있어 가족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측면이 있지만, 전적으로 운영자의 심성이나 운영방침에 따라 어르신들에 대한 처우가 달라지므로 맡기는 가족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며, "개인 시설에 대해 일정 정도 예산을 지원해주면서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어르신과 가족들이 마음 편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계 연간 소득을 따져봤을 때 실비시설의 혜택조차 받을 수 없다면 유료 노인요양시설을 찾을 수밖에 없다. 고급시설은 너무 비싸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입소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그 아래 단계에서 적당한 시설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살고 있는 집 가까이에 이런 시설이 있다면 이용자로서는 고려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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