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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랑가바드의 버스 승강장에 아침이 오고 있다.
아우랑가바드의 버스 승강장에 아침이 오고 있다. ⓒ 조태용
우리는 뭄바이에서 아우랑가바드까지 야간 침대버스를 이용했다. 야간 침대버스의 침대칸은 1층과 2층으로 구분되어 있고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2인용과 1인용 침대가 있다. 우리는 2인용으로 되어 있는 오른쪽에 자리를 잡았다. 뭄바이에서 아우랑가바드까지는 약 9시간이 소요된다.

덜컹거리며 정차하는 소리에 잠을 깼다. 아직도 사방은 칠흑같이 어둡다. 잠시 휴게소에 멈춘 것이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버스에서 내렸다. 멀리 불 꺼진 식당 하나가 희미하게 보이고 들판엔 덩그러니 놓여진 콘크리트 화장실 하나가 승객을 맞이한다. 지붕도 없는 화장실에 들어서니 진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래 전 우리의 공중화장실을 보는 것 같다.

한 밤중이라 보이는 사람도 없으니 화장실 보다는 밖에서 해결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다른 승객들도 뜻이 통했는지 들판에 자리를 잡는다. 묘한 동지의식이 느껴진다. 시원한 밤 바람이 거친 황토지대를 거쳐 나에게 불어온다.

버스 안으로 돌아가니 아내는 깊은 잠에 들어있다. 버스는 다시 시동을 켠다. 버스는 신나게 달린다. 그 속도만큼이나 나도 깊은 잠에 빠져든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빈부격차'는 더 크다

도시 주변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집단 거주지
도시 주변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집단 거주지 ⓒ 조태용
다시 눈을 떠보니 동이 트고 있다. 도로 옆 넓은 들에는 벼와 밀밭이 펼쳐져 있다. 농부들이 초막처럼 생긴 집에서 하나 둘 들판을 향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야윈 몸이 아침 태양에 비춰 더욱 가늘어 보인다.

초막집들이 모여 있는 중앙에는 부자들이 사는 견고한 집들이 있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빈부 격차는 더욱 크다. 어느 나라나 부자는 있기 마련이고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하다. 그들의 야윈 다리만큼 여행을 다니는 내 모습이 미안해진다.

어린시절 들에서 일을 할 때 대학생들이 자전거 타고 놀러 가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그들도 여행자를 곱게 보지는 않을 것 같다.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과 삶의 지친 사람들의 눈에 여행자는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을 넘어 증오에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한사람 떠나라"고 모 광고 카피는 말하지만 그렇게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열심히 일한 사람보다는 열심히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란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항상 열심히 일만하게 된다. 그들에게 여행은 너무 먼 이야기다. 더구나 해외 장기 여행은 더욱 그럴 것이다. 나에게도 역시 여행은 너무 먼 이야기였다. 차라리 열심히 일하기를 포기하면 여행을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아우랑가바드 도착

"여보. 여기가 어디야?"
"몰라. 어디쯤 가고 있겠지."
"아우랑가바드는 아직 멀었어?"
"몇 시간 더 가야 할 걸."
"도착시간이 8시쯤이라고 하지 않았어?"


아내는 졸린 눈을 비비며 말을 건넸다. 버스는 알 수 없는 도시와 들판을 가로질러 묵묵히 목적지로 향했다. 아침 공기의 선선함과 더운 태양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3월28일 저녁 7시에 한국을 떠나 비행기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다시 버스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그렇게 이틀이라는 시간은 움직이는 곳에서 잠을 청했다. 그래서 그런지 눈꺼풀이 무겁다.

졸린 눈을 잠시 감고 있는데 운전기사가 아우랑가바드에 도착했다면 빨리 내리란다. 엘로라 아잔타가 있는 아우랑가바드에 우리는 도착했다. 뜨거운 데칸 고원의 3월의 열기가 발끝부터 머리까지 전해졌다. 이제 석굴 사원에 가는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기농 직거래 참거래 농민장테(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우랑가바드#뭄바이#인도#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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