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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기타동호회 월요반 회원들이 기타를 치고 있다.
ⓒ 이명옥
주민자치제가 활기를 띠면서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통기타 강습 붐이 다시 일고 있다. 동네마다 동사무소나 문화센터를 중심으로 통기타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

그러나 기본음인 '도'가 어디서 시작되는지도 모르는 주부가 기타를 배우겠다며 문화센터나 동사무소에 선뜻 등록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지하철7호선 수락산역에서 가까운 수락산 기슭에 자리한 라이브 카페 '사계'에서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시간을 이용해 동네 주부들에게 1년 6개월간 통기타 강습을 해 오고 있다기에 그들을 만나보았다.

▲ 라이브 카페 '사계'의 주인이며 기타 강사인 태훈씨
ⓒ 이명옥
카페 주인 겸 통기타 강사인 태훈씨에게 '주부 통기타 동호회'를 만들게 된 이유를 묻자 "라이브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의외로 통기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더라"면서 "요즘 7080문화 확산 바람을 타고 통기타 문화가 다시 복귀되어 있는 상태이고 나 역시 통기타를 좋아해 카페 문을 열기 전인 오전 시간을 활용해 주부기타반을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기타 강습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는가 묻자 "물론 쉽지 않았지만 기타를 배우는 주부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강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부분 40~50대 주부들이지만 70이 넘은 분도 계시고, 개인적으로 물으며 배우는 20대도 있다고 한다.

수강 자격 조건을 묻자 아무런 제약이 없으며 실제로 전혀 악보를 보지 못하는 주부들이 대부분이어서 두려움 없이 시작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이끌어 주는 데 중점을 두어 강습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학습 방법은 가능한 한 쉽게 풀어 가르치는 것, 완전히 익힐 때까지 반복 학습을 하는 것, 결코 서두르거나 강요하지 않는 것 등이다. 그래서 초보자부터 8개월인 사람까지 특별한 불만 없이 서로 즐겁게 함께 하고 있다고.

"기타 치며 노래하다 보니 우울증이 다 날아갔어요"

▲ 기타치며 노래하며 우울증이 없어졌다는 양금주씨
ⓒ 이명옥
문외한인 채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 이제 5개월 차인데 아주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주부 양금주씨는 '도'가 어디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첫마디가 "나 같은 사람도 기타 배울 수 있나요?"였다고 들려준다.

기타를 배우기 전 그는 전업 주부로 매사에 자신감이 없었고, 의욕과 즐거움이 없어 약간의 주부 우울증 증세를 겪기도 했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우울증 증세는 다 날아가 버렸고, 자신도 놀랄 만큼 밝고 긍정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양씨는 기타를 배우면서 얻게 된 가장 큰 보람을 '자신감'이라고 꼽는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정모 때 두어 번 무대에 선 경험이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계기가 됐다.

이제 기타를 배우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즐거워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고 자랑했다. 기타를 더 열심히 배워서 할머니 할아버지 등 소외된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을 찾아가 기타와 노래로 봉사를 하고 싶은 꿈을 지니고 있다.

동호회의 주부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통기타를 통해 만난 순수한 사이라 나이를 초월해 끈끈한 만남을 이어 갈 수 있다"고 자랑했다. 실제로 어떤 회원은 만남이 너무 좋아 기타 강습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겨울쯤엔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선보일 작은 음악회를 기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부기타동호회#수락산#라이브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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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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