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군대를 피하려 했으면 시민권을 획득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가수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할 일은 당연히 해야 한다." - 신체검사 당시

"이제 가수의 생활에 익숙해져 다른 일의 감사함을 잊고 사는 것 같다. 또 내 자신에 투자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숨이 찰 만큼 앞만 보고 왔다. 공익근무요원을 하는 동안은 내게 정말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 공익근무요원 판정 후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던 것 같다. 또 한국 군대와 역사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 잘못한 것에 대해 쉽게 용서가 될 줄 알았다." - 2007년 6월 19일, 케이블방송 tvN '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군 입대'는 이해하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라,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할 것을 강요당하면서, 그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전에 미리 결정되는 한국 남성의 운명이다.

그가 부럽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평범한 우리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현역이든 공익이든 복무할 것을 강요받지만, 그는 '이해를 못했다'는 생각을 그대로 실천할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법적 처분은 확실히 '시범 케이스'로 적용된 면은 있어 보이지만, 그에게는 다른 일부 병역비리 연예인과는 다른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적어도 그 당시, 다른 남성 연예인들은 '군 입대 약속'을 통해 '당당한 대한의 남아'를 외친 적은 없었다.

그의 결정적인 죄목은 '거짓말'이다. '당당한 대한의 남아'라는 이미지를 '연예인'이라는 자신의 직업, 조금 노골적으로 말해 '돈 버는 데'에 이용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그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분석해, 그가 미국 시민권 취득 이후에도 줄곧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매니저와 기획사는 대체 누구일까? 그에게 '한국 남성'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을 아직도 제대로 시키지 않은 것이다. 그 큰일을 겪고도 말이다. 이래서야 "한국팬들이 아무리 보고 싶다"고 눈물을 글썽여도, 듣는 소리는 "한국에서 돈 벌고 싶어하는 것"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그에게 이해의 여지란 없다. 자신이 "당당한 대한의 남아"라는 것을 너무 공개적으로 선언했으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타이밍도 하필이면 '현역'도 아닌 '공익근무요원 판정' 이후에 맞춰졌다.

그뿐일까? 미국 시민권 취득의 이유도 "가족이 보고 싶어서"라는, 어린 아이도 믿지 않을 말을 내세워 더 많은 비난을 자초했다. 그는 그 이전에 이미 '영주권 소유자'였다. 군 문제에 예민한 남성 누리꾼들이 그 사태를 잊을 리가 없다. 이제 겨우 5년이 지났을 뿐이다.

'유승준'이 못 본 공익근무요원의 4주 기초군사훈련

이 글을 쓰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앓던 지병이 있어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 이후로 2년에서 3년 가까이 가족과 떨어져 먼 곳에서 고생하는 현역병 출신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가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기에, 나도 "현역도 아닌 주제에 왜 이런 글을 쓰느냐"는 욕먹을 각오 충분히 하고 고백하는 것이다. 공익근무요원들의 4주 훈련 모습을 보면 유승준은 놀랄지도 모르겠다.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아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청년들, 대한민국에서 어지간한 병을 앓는 청년들은 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혈압 수치가 220까지 치솟는 것으로도 모자라 당뇨까지 앓는 동료, 심각한 비뇨기 질환을 앓아 조금만 움직여도 배가 당겨 쓰러지는 동료도 있었다.

그뿐일까? 부모님 없이 할머니를 모시고 살지만, 할머니의 호적이 이모의 주소에 등재되면서 '부양가족이 없다'는 명목이 적용돼 그나마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동료도 있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그 역시 당뇨병과 고혈압을 앓는 중환자였다.

연예인들의 공익근무요원 판정 사유는 대개 '허리디스크'인 경우가 많지만, 이 또한 4주 기초군사훈련을 조금이라도 목격했다면 그들의 사유를 미심쩍어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허리디스크'임에도 현란한 춤을 추거나, '출발 드림팀'에 출연해 놀라운 운동신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내가 육군훈련소에서 본 허리디스크 환자들은 정상적으로 걷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유승준'이나 그 외의 연예인들은 그 건강한 몸매와 현란한 운동신경에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으며, 체격이 건장하기 이를 데 없는 야구선수들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 자신도 스스로 몸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은 편인데다가, 앞서 이야기한 사례들을 4주간 매일같이 목격했던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유승준은 그 '이해할 수 없는 일'조차 거부해버렸다. 그 '거부'에는 그렇다면 이 정도의 각오는 충분히 다져졌어야 한다.

잘잘못을 떠나 '이미지'로 먹고 살았고, 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군 입대'라는 키워드를 끌어들인 사람이 그것을 뒤집는 행동을 한 것이다. 당연히 각오해야 한다. 어설픈 동정심 유발은 앞으로도 통하기 어려울 것이다.

연예인과 운동선수 "그들은 돈 벌 수 있는 기간이 짧다?"

싸이에게 기본적인 판단력이 있다면, '유승준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몇 년 전, 병역비리 파동에 휘말린 남성연예인들은 그 이후로 대부분 '현역'으로 군을 마쳤다. 대한민국 인터넷 사상 가장 많은 악플의 주인공이었던 문희준도 '현역 입대'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행정소송' 같은 것은, 말만이라도 꺼내는 그 즉시 싸이 역시 '유승준'이 되는 불상사를 겪을 수 있다.

한국 남성들에게 '군 입대'라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는 미명아래 강요되는 '운명'이다. 20대 초중반의 남성이 사회에서 2년간 할 수 있는 일은 대단히 많다. 하지만 그 2년을 감수하고,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몸이 아파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되지 않는 이상, 누구처럼 '피할 수 있는 길'이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유명 운동선수와 유명 연예인은 "돈을 벌 기간이 짧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그 외의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노력 여부에 따라 '롱 런'의 길을 만들 수도 있으며, 능력 있는 감독이나 코치가 돼 또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남성들은 취업을 해도 하루하루가 살얼음이다. 직장이라도 잡으면 다행인 것이 이 시대 젊은 한국 남성들의 삶이다. 그리고 정신없이 결혼하며 아이를 키우면서,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남성의 '2년'도 누구와 다를 바 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제대로 된 '보상'을 약속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 남성들, 그래서 군 문제에 예민한 것이다.

유승준이 해야 할 말은 그저 솔직한 고백이다. 차라리 "너무 입대하기 싫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가 나았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한국 남성들은 '이해'를 하고 군대에 간 게 아니라, 그저 가야 하니까 간 것뿐이다.

어쩌면 이거야말로 '유명 연예인'과 '평범한 한국 남성'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사람이란 끊임없이 현실에 부딪혀 살아봐야 하는 것이다.

'특권'을 누리면서 '현실'에서 유리되면, 인간을 성찰할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유승준이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현실'을 깨닫길 바랄 뿐이다. 5년, 그 정도면 충분히 깨닫고도 남았어야 할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승준#싸이#싸이 현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