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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시 대곶면 대명2리 이택문 이장
ⓒ 김정혜
"미생물은 농업의 기본입니다. 토양을 가꾸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미생물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우리 농업은 질로써 승부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생물 농업은 양손에 든 떡이죠. 미생물 농업은 생산비절감은 물론, 질 좋은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김포시 대곶면 대명2리 이택문(54) 이장. 유기농이란 낱말이 퍽이나 낯설었던 5년 전 참 획기적인 선택을 했다. 바로 미생물농법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이택문 이장은 유기농법의 성공을 확신한다. 처음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지금은 16명이나 되는 농부들이 그와 함께 유기농의 꿈을 펼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기농을 시작하던 그때, 물론 시행착오도 겪었다. 친환경 농업이 부각되면서 미생물 자재가 난립한 것이 원인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광합성 미생물 탓에 원균이 제대로 배양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벼농사의 시작인 못자리를 망쳐 버려 모내기 한번 해보지 못한 채 한 해 농사를 깡그리 망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택문 이장은 천생농부였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미생물 농업을 고집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끊임없이 시행했다. 일반적인 벼농사에 비해 몇 수십 배 더 땀을 흘려야 하는 유기농임에도 이택문 이장은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앞으로 우리 농업은 분명 유기농이어야만 승부를 걸 수 있다는 농부로서의 철두철미한 농업철학 때문이었다.

▲ 유박퇴비와 돈분액비만을 사용한 이택문 이장의 논
ⓒ 김정혜
"땅만큼 정직한 게 없어요. 내가 흘린 땀방울만큼 보상해 주는 게 바로 땅입니다.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땅이 기름진 토양으로 변하고 그곳에서 수확한 쌀로 지은 밥이야말로 기름기가 잘잘 흐르죠. 평생을 두고 먹는 게 바로 밥입니다.

그렇다보니 밥맛에 대해 특별한 그 무엇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유기농 쌀로 지은 밥맛은 분명 다릅니다. 밥이 보약이라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우리 집 밥은 보약 중의 보약이지요. 찰지고 구수한 맛이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어요. 어쩌다 밖에 나가 밥을 먹어 보면 우리 집 밥맛이 최고라는 걸 바로 느낄 수 있더군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먹어보지 않았으니 이택문 이장의 밥맛 자랑이 긴가민가하다. 그러나 이택문 이장네 쌀을 구입하기 위해 일부러 먼 길을 마다않는 사람들의 발길이 갈수록 잦아진다는 소리에 이택문 이장의 밥맛 자랑이 결코 허무맹랑한 허언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 유박퇴비와 돈분액비만으로 재배한 나락
ⓒ 김정혜
이택문 이장은 현재 1200평의 개인 논과 16명의 회원들이 공동으로 경작하는 11ha의 논에 유박퇴비(퇴비를 입자로 만든 것으로 성분은 퇴비와 동일)와 돈분액비(돈분을 발효시켜 액비로 만든 것)만을 사용하여 논농사를 짓고 있다. 또 질 좋은 돈분액비를 직접 만들기 위해 1200t 규모의 돈분액비 제조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지칠 줄 모르는 이택문 이장의 유기농법에도 나름 아쉬운 게 있다. 흘리는 땀방울에 비해 수확량이 적다는 것과 아직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은 상태라 일반 쌀과 함께 수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여 일간에서는 힘은 몇 배로 들이면서 수확량이 적은 유기농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 또 지금이라도 유기농 인증을 받아 일반 쌀과 함께 수매를 할 것이 아니라 유기농산물에 대한 확실한 가치를 인정받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택문 이장의 생각은 다르다.

"일반 쌀과 함께 수매한다고 해서 유기농 쌀이 일반 쌀이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경로야 어쨌든 소비자가 질 좋은 유기농 쌀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 있고 충분히 뿌듯합니다. 소비자들이 그런 유기농 쌀로 지은 밥맛에 익숙해지고 따라서 유기농 쌀만을 고집하게 되고 그에 따라 우리 농업이 자연스럽게 유기농 정착을 하게 되는 것, 그게 제 바람입니다.

일각에서는 유기농은 비싸다는 인식이 보편화 되어 있는데 아직 유기농이 일반화 되지 않은 다소 특수한 농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유기농이 정착되면 유기농산물이 비쌀 이유가 없죠. 앞으로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 바로 그 길입니다. 온 국민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질 좋은 유기농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 우리 농부들이 꼭 해야 할 일이지요."


자신이 수확하는 농산물에 100% 자신감이 담보될 때 유기농산물 인증 신청 절차에 들어갈 것이며 더불어 당당히 '유기농산물인증'을 따낼 것이라는 이택문 이장의 호언장담이 또한 우직하다.

▲ 비가림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이택문 이장의 포도밭
ⓒ 김정혜
이택문 이장의 이러한 우직함은 포도농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비가림 포도가 바로 그것이다. 96년, 안성포도밭을 견학하던 중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것이 바로 비가림 포도 재배법이었다. 비가림 포도 재배란 포도나무 상부에 비닐을 씌워 산성비로부터 포도를 보호하는 재배법이다.

집으로 돌아온 이택문 이장은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포도가 익을 때쯤이면 어김없이 불어닥치는 태풍에 구조물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몇 번의 거듭된 실패는 이택문 이장으로 하여금 태풍에도 끄떡없이 튼튼한, 또 접고 펴기에 편리한 그만의 비가림 구조물을 만들게 했다.

▲ 이택문 이장이 직접 만든 튼튼하고도 편리한 비가림 구조물
ⓒ 김정혜
그런 부단한 노력 때문일까. 이택문 이장네 포도는 유난히 달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당도는 빛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비 맞은 포도는 당이 수분에 희석되어 당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것을 비가림 시설이 차단한다는 것이다.

또 화학비료 대신 완숙퇴비 및 유기질비료를 사용하니 유기농 재배는 물론이거니와 비가림 시설이 병해충을 방지하여 무농약 재배를 가능케 해 당연히 고품질 포도로 각광을 받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택문 이장네 포도는 수확 철이 되면 따기가 무섭게 단골들이 사간다고 한다.

▲ 비가림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이택문 이장의 포도밭
ⓒ 김정혜
이택문 이장은 말한다.

"농부는 내 수확물에 대하여 떳떳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떳떳함을 소비자가 인정해 주어야만 진정한 농부이고 그런 농부만이 진정 행복할 수 있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생산해야 합니다. 안심하고 먹는 게 무엇이겠어요? 바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산물입니다.

그런데 이 유기농도 혼자선 할 수가 없어요. 아무리 무농약 재배를 하려고 해도 이웃에서 농약을 쳐버리면 허사가 되어버리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유기농이야말로 이 세상 농부들이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인 것 같습니다."


온 세상을 헉헉거리게 만드는 용광로 같은 태양 볕에도 불구하고 그 태양 볕으로 나락이 익어가니 그 폭염조차도 감사하다는 이택문 이장. 서둘러 논으로 발길을 재촉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논에는 행복들이 알알이 영글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행복은 논에서만 영글고 있는 게 아닌 듯하다. 그의 구리 빛 얼굴에도 행복이란 구슬땀이 대롱거린다.


태그:#유기농, #김포시, #유박퇴비, #돈분액비, #이택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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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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