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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풀무생협·보건의료노조·전교조·학교급식네트워크 등이 모인 '푸른연대'와 환경농업단체연합회와 함께 우리 먹을거리의 현실을 짚어보고 현재 판로가 막혀있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기농업에서 그 대안을 모색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유기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쌀을 할인된 가격에 직거래하는 '푸른쌀 주문하기' 캠페인도 진행합니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살리는 데 독자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유기농쌀 맛있어? 뭐가 좋아?"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몸에 좋으려니 하고 먹는 거예요. 속이 좀 편한 것 같기는 한데…."

▲ "유기농 쌀은 믿을 수 있어..." 원주 영산 작목반을 꾸리면서 벼농사와 복숭아, 고추농사를 유기농법으로 짓고 있는 허균(60) 원주생협 이사장을 만났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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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부터 유기농쌀을 먹기 시작한 기자에게 사람들이 던진 질문은 비슷비슷했다. 도대체 유기농쌀의 좋은 점이 구체적으로 뭐냐는 것.

사실 그 질문에 속시원한 대답을 하지는 못했다. 스스로도 뭐가 좋은지 자세히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돈을 주고 쌀을 구입해야 하는 도시인들에게 단지 농약을 치지 않고 몸에 좋다, 유기농가를 살려야 한다는 두루뭉술한 설명은 통하지 않는 법.

결국 유기농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로 향했다. 원주는 우리나라 생명 사상의 발생지로 오랜 친환경 농업 역사를 자랑한다. 원주 영산작목반을 꾸리면서 벼·복숭아·고추를 유기농법으로 길러내고 있는 허균(60) 원주생협 이사장을 만났다.

"피 한번 안 나오는 제초제, 그거 안 쳐도 농사 지어"

허균 원주생협 이사장
 허균 원주생협 이사장
ⓒ 오마이뉴스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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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렁이 농법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예전에 우렁쌈밥이 유행할 때 남미에서 우렁이가 많이 수입됐다. 나도 우렁이 사육을 했는데 배추 같은 것 주니까 잘 먹더라. 그래서 논에다 한 번 넣어봤는데 물풀들을 다 먹어치워 제초용으로 논에 넣게 됐다. 이 놈들은 벌레도 잡아먹는다, 빨리 움직이는 거 아니면. 벼농사에 제초용으로 아주 좋다."

- 관행농법으로 하는 쌀농사와 어떻게 다른지?
"관행농법에서는 모를 심고 2~3일 있다 제초제를 친다. 그렇게 하면 물풀은 물론 피도 안 나온다. 더 깨끗하게 농사짓는 사람들은 15일 있다가 중간 제초제를 또 친다. 두 번 치면 깨끗하다, 하나도 없다. 반면 환경농법으로 하면 1주일 있다가 제초제 대신 우렁이를 넣는다. 논 한 마지기(150평)에 4kg 정도. 우렁이가 제초 작업을 하고 나머지는 사람이 손으로 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모내기 후 20일 정도 있다가 먼저 기계로 논을 맨다. 그 다음 벼 포기 사이에 있는 거는 우렁이가 먹고 못 먹은 거는 사람이 손으로 한다. 우렁이는 큰 거 말고 물풀만 먹는다. 관행농법은 제초제 뿌리니까 논 매는 게 없다."

- 농약을 전혀 안 치는 건가요?
"전혀 안 친다. 하지만 보다시피 농약 안 쳐도 농사 잘 됐다. 예전엔 화학비료를 못 써서 어려웠는데 요즘에는 깻묵이나 볏짚 같은 걸로 만든 유박비료가 있다. 유기농이라고 해서 비료를 전혀 안 쓰는 건 아니다. 단 친환경적인 비료를 쓴다."

- 벼농사에는 물이 중요한데 물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이곳은 개울처럼 흐르는 물도 없고 모두 지하수다. 논마다 전주가 서 있는데 바로 지하수 관정이다. 지하수 끌어 올려 쓰는데 공장 같은 게 없기 때문에 오염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 과학적인 수질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지요?
"한다. 정부가 하는 품질인증관리소가 있다. 자기네들이 물 떠다가 농약 쳤나 안 쳤나 검사도 하고 수질이 어느 정도 유지되나 이런 것도 본다. 채소 같은 거 심으면 어느 정도 컸을 때 와서 뽑아서 다 검사하고 한다. (농약 친 거) 한번 걸리면 난리 나는 거다."

"유기농쌀은 맛있지 않다, 다만 신뢰할 수 있을 뿐"

우렁이 농법에 쓰이는 우렁이.
 우렁이 농법에 쓰이는 우렁이.
ⓒ 오마이뉴스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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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목반 자체적으로도 감시도 하나요?
"작목반에서도 서로 감시한다. 누가 약을 치는지 안 치는지…. 한 명이라도 농약 친 게 걸리면 그 작목반이 다 망가지는 거다. 그 한 사람뿐만 아니라 작목반 전체가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 쌀을 못 푼다."

-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나요?
"쌀은 없었고 야채 같은 거는 있었는데 개인 한 사람만 못하는 걸로 처리됐다.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게 힘드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순간적으로 그러는 거고, 대부분 양심이라는 게 있으니 못한다. 나 혼자 못하고 말면 그럴 수 있지만 옆 사람까지 망가지는 거니까 못 하는 거다."

- 유기농으로 지은 쌀이 맛있다고 할 수 있나요?
"솔직히 화학비료 주고 농약 쳤다고 해서 맛이 없다고 볼 순 없다. 오히려 화학비료엔 여러 성분이 들어가 있어 입에서는 밥맛이 약간 더 좋을지도 모른다. 유기농쌀이라고 해서 밥맛이 꿀맛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오판이다. 다만 신뢰할 수 있는 농민이 지은 쌀이기 때문에 나 자신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 먹이는 거다. 맛이 더 기가 막히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 그럼 유기농 야채나 과일은 어떤가요?
"과일이나 야채는 화학비료로 지은 것보다 실제로 맛이 좋다. 복숭아만 해도 당분이 높고 배추는 구수한 맛이 난다. 그건 틀림없다. 배추 잘못 사면 김치에서 쓴 맛이 난다. 화학비료 많이 친 거 걸리면 맛이 없다."

- 소득은 어느 정도인지요?
"유기농이라고 비싸게는 못 받는다. 사실 관행이나 유기농이나 별 소득이 없다. 그나마 지금은 생협 통해서 소비가 다 되니까 다행인데 앞으로는 쌀 팔기가 어렵지 않을까 한다. 외국에서 유기농쌀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농업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정희 때부터 농약 많이 사용... 우리나라 땅 망가졌다"

추수를 앞두고 있는 허균 이사장의 논.
 추수를 앞두고 있는 허균 이사장의 논.
ⓒ 오마이뉴스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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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농약을 많이 쓴다고 하던데요.
"박정희 대통령 때 우리나라 농업이 많이 발달했다. 그때부터 화학비료, 다수확종자 이런 게 나왔고 농가 소득이 한창 올랐다.

그전에는 화학비료도 많지 않고 비료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는데 이후에 비료 나오고 농약 나오고 그러면서 우리나라 농업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땅이 황폐해지고 실제로 우리나라 땅이 다 망가졌다."

- 친환경농업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10년이 좀 넘었다. 예전에 관행농법으로 농사지을 때도 농약 치는 거 굉장히 싫어했다. 농약 치면 그렇게 머리가 아프더라. 관행농법으로 농사짓는 데 가면 농약 냄새 엄청 난다. 여기는 냄새도 안 나고 공기도 맑다."

- 일일이 손으로 하려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실 텐데.
"나이를 먹으니까 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피사리도 하고 풀도 많으면 뽑아야 하니까. 이 논도 3번 정도 깎아서 이 정도다. 복숭아 농사를 3000평 정도 하는데 제초제를 못 쓰니 일일이 벌레를 잡아야 한다. 특히 여자들 고생이 많다. 아내를 보면 불쌍한 생각이 든다. 계속 밭을 매다보니 관절이 나빠져 걸을 때 절룩절룩한다."

- 편하게 농사짓고 싶지 않으세요?
"든다(웃음). 더러 그런 생각이 든다. 힘들 때는 아, 진짜 이렇게 내가 농사를 지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막상 농법을 바꾸려고 하면 내가 10년 넘게 해온 농산데 포기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계속 하고 있다. 포기하겠다, 그런 생각은 안 든다."

"친환경 하는 사람 중에 관절 성한 사람 없어"
[인터뷰] 손광자씨

농약과 제초제 대신 일일이 사람 손으로 해야만 하는 유기농법은 관행농법에 비해 서너 배 이상의 힘이 든다. 그래도 허균 이사장에게는 든든한 동반자가 있다. 관절이 아파 절룩거리면서도 고된 유기농업을 함께 하고 있는 아내 손광자(52)씨. 저농약 복숭아 포장 작업에 한창이던 손광자씨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 상품이 되지 못하는 복숭아 비율이 높은 것 같다.
"이건 저농약 복숭아인데 100㎏ 수확하면 30㎏ 정도 상품이 된다. 버려지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 일반 농사 지으면 농약을 쳐서 물러지는 게 없다. 우리는 그걸 못하니까..."

- 과일에 왜 그렇게 농약을 많이 치나?
"소비자들이 좋은 것만 찾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흠집이 있으면 안 찾는다. 그래서 농사짓기 힘들다. 그런 걸 이해하고 먹어주면 농사꾼들이 양심적으로 일할 텐데 그게 안 되는 거다. 크고 보기 좋은 것만 찾으면 농약을 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초여름에 나가는 건 무농약으로 하고 나중에는 저농약으로 한다. 비가 한번 내리면 나무 자체에 균이 생기고 그런다. 무농약으로 하면 너무 힘들어서 늦게 나가는 건 저농약으로 한다."

- 유기농 복숭아 맛은 어떤가?
"무농약이 맛은 좋다고 한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면 당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관행농법에서는 비가 와도 무르지 않는 처리를 하지만 우리는 곧이곧대로 한다. 그래도 맛이 조금 떨어져도 건강을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 힘들지 않나?
"왜 힘이 안 들겠는가? 잡초 같은 것도 농약 치면 한나절이면 다 할걸 이틀씩 손으로 한다. 두세 배? 너덧 배는 힘들다. 작년까지 옥수수를 많이 했는데 약 한번 안 치고 손으로 매려면 밭에서 살아야 한다. 친환경 하는 사람치고 마디 관절 좋은 사람 별로 없다. (농약 치고 싶지 않은가?) 농약 치면 무농약 한다고 말할 수 없지."

- 친환경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농약을 치면 땅이 많이 망가진다. 미생물도 없어지고. 근데 유기농을 하면 지렁이도 보이고 그만큼 땅이 살아있다는 거다. 살아있는 데서 농사 지어 먹으면 우리 모두 건강한 거다. 안 그런가?"


태그:#유기농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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