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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부잣집 서울방송 <웃찾사>의 '딸 부잣집'.
▲ 딸 부잣집 서울방송 <웃찾사>의 '딸 부잣집'.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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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인지 아들인지 혼란스럽게 하는 '딸'을 둔 아버지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딸들이 나오는 개그 코너. 현재 방영 중인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딸부잣집'을 떠올렸는가? 아니다, 내가 설명한 건 종영한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사랑의 가족'이다. 어쨌든 틀렸다고 할 순 없다. '딸부잣집'을 설명하래도 같을 테니.

'사랑의 가족'과 '딸부잣집'의 딸들은 김신영을 제외하곤 모두 '남장 여자'다. 우스꽝스러운 복장임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두 집안의 딸들은 자매간에는 서로 부끄러워하지만 스스로는 당당하기만 하다.

이런 딸들에게 두 집안의 아버지는 하나같이 솔직하다 못해 지나칠 정도(?)로 주제 파악을 시킨다. "어깨부터 발끝까지만 사랑스러워"라거나 "네 얼굴은 그냥 꽝이다"는 식이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라고 했던가? 이 말을 무색케 하는 게 두 코너의 공통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두 코너는 방송사를 뛰어넘어 닮았다. 코너를 기획한 작가나 개그맨이 의도했건 안 했건 소재뿐만 아니라 구성까지 흡사하다. 정확히 말하면, '딸부잣집'이 '사랑의 가족'을 빼쏜 셈이다.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그냥 옆그레이드?

삼인삼색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삼인삼색'.
▲ 삼인삼색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삼인삼색'.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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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딸부잣집'에 대한 반응은 첫 방송부터 나왔다. 'greatdobal'이란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개콘>에서 했던 '사랑의 가족'과 똑같고, 결국 사람만 한 명 늘어난 셈"이라면서 "인기 코너의 콘셉트만 따온 것도 아니고 내용에서도 너무 흡사하다"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이어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없고 그냥 옆그레이드 느낌이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웃찾사 시청자게시판에 시청 소감을 남긴 이준희씨도 "정말 '딸부잣집' 좀 폐지했으면 좋겠다"며 "이 코너 예전에 <개콘>에서 했던 '사랑의 가족' 코너랑 똑같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억울해도 어쩌랴, 늦게 태어난 걸.

닮은 코너는 이뿐이 아니다. "우리는 성형 전 성형 후, 부작용이올시다"라고 외치는 <개콘> '삼인삼색'도 마찬가지.

'삼인삼색'은 이런 식이다.

성형 후 : "내 남자친구도 응원 있을 때마다 경기장 찾아온다, 다른 남자들이 나한테 집적댈까 봐."
부작용 : "내 남자친구도 그렇게 경기장마다 응원하는데 찾아오더라. 근데 너 인마, 자꾸 술 취한 척하고 나한테 빈 병 던지더라. 너 실수한 거야 인마, 내가 이운재의 방어력을 가졌어!"


그런데 각기 '다른 외모의 세 여성'이 '같은 상황에서 겪은 다른 경험'으로 이뤄지는 코너, 예전에도 있었다. 남자친구가 약도를 내밀고 "이리로 가면 내 마음으로 가는 지름길이야"라고 했다는 친구의 말에 자신의 남자친구는 "이리로 가서 이리로 가면, 단식원이 나올 거야"라고 했다는 식의 코너, '꼭 그렇지만은 않아'다. '막돼먹은 영애씨' 김현숙이 처음 얼굴을 알린 코너로 2005년 <개콘>에서 방영된 바 있다.

실제 '삼인삼색' 방영 초창기, '천군만마'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출산드라(김현숙)'가 처음 이름을 알린 개그와 비슷한, '닳고 닳은 진부한 소재'"라고 지적하면서 "한 번 치고 두 번 치고, 세 번째 반전을 날리는 '유치한 개그'를 하고 있더라"고 꼬집었다.

사실 '삼인삼색'은 신인 개그맨이 대거 출연했던 '개그전사 300'에서 처음 선보였다가 반응이 좋아 독립한 코너다. 그만큼 애초 '꼭 그렇지만은 않아'를 본떴다고 할 수 있다.

재탕한 '왕의 여자', '마빡이 시즌2'? 글쎄...

귀신이 산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마빡이 시즌2', '귀신이 산다'.
▲ 귀신이 산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마빡이 시즌2', '귀신이 산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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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부잣집'과 '삼인삼색'이 어디서 '본 듯한 코너'라면, 어디서 '분명히 본 코너'도 있다. 7일 첫 방송으로 돌아온 KBS <개콘>의 '마빡이 시즌2', '귀신이 산다'가 그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쪽은 엄연히 '시즌2'라는 전제를 뒀다는 것. 전제대로 '마빡이'와 소재와 형식은 '같다'. '마빡이'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해 힘이 드는 출연자의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물론 '시즌2'인 만큼 차이도 있다. 김시덕을 제외한 출연진들이 바뀐 것은 차치하더라도,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데 명분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것이 "귀신이 붙었다"는 별거 아닌 이유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귀신이 산다' 설정은 지난달 '개콘 귀신 목소리 소동(지난 9월9일 삼인삼색 코너에서 귀신 목소리가 방송을 탄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즌1 멤버인 김시덕이 기획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마빡이 시즌2'가 불과 3주 만에 구체화된 셈이다. 어째 못내 불안한 이유 중 하나다.

더불어 "웃음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구걸하는 것"이라는 출연자 김재욱말처럼 강요건 구걸이건 웃음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면 마찬가지다. 문제는 관객이 웃을수록 동작이 약해지기 때문에 안 웃으면 '독종'이라 치부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는 '형만 못해'도 한참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귀신이 산다'의 경우 콩트 형식이 아닌 만큼 첫 방송만으로 단정하기엔 이르다. 때문에 정말 '시즌2'인지, 아니면 참았으면 좋았을 '우려먹기'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진한 개그를 맛볼 수는 없을까

코너가 종영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별다른 웃음 요소를 보태지 않았다면 그저 '재탕'만 한 셈이 된다.  '우려먹기'식 개그로는 큰 웃음을 줄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새로운 개그 코너를 짜는 작가나 개그맨의 노력은 치열하다고 한다. 한정된 개그 소재에 웃음 요소는 늘 뻔한 까닭이다. 더욱이 어느 때보다 버라이어티쇼가 웃기고, 사람들의 눈높이도 한없이 올라갔으니 웃기는 게 점점 어렵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처음 우려낸 녹차처럼 '진한 개그'를 맛보고 싶은 건 욕심일까.

덧붙이는 글 | 이덕원 기자는 티뷰기자단입니다.



#개그 코너#웃찾사#개그콘서트#개그야#우려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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