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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65년도 중위시절, 맹호부대 소총중대 요원으로 월남전에 참전하여 죽음을 넘나드는 많은 전투를 경험한바 있다. 정글을 누비며 월맹 정규군과 맞싸웠던 두코 전투, 야간행군의 위험을 무릅쓰고  적의 후방에 침투하여 용전했던 맹호 5호 작전의 아슬아슬한 기억은 평생 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솔직히 나는 한순간도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라는 그런 거창한 애국심을 가지고 전투에 임한 적은 없었다. 주어진 임무를 그냥 최선을 다해 수행했을 뿐이다.   


박정희 정권은 온갖 미사여구를 구사, 월남파병의 당위성을 끊임없이 교육했다. ‘맹호부대 용사’ 노래까지 만들어 모든 언론을 총동원 선동 찬양했다. 일제시대 친일 앞잡이들이 우리 젊은이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 때 이러 했으리라 연상되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벌인 불의한 침략전쟁에 끌려간 용병이나 다름없는 군대라 비아냥거렸지만 우리 전투원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이유로 참전이 결정되었던 간에 상관없는 일이었다. 나라의 부름 받아 전장에 나왔으니 열심을 다해 용감히 싸우면 그만이었다.


퀴논 항에 도착하여 일단 전장에 배치되고 나니 그런 복잡한 상념들이 오래 머물지 않았다. 날씨는 몹시 무덥고 늘 죽음의 위험이 뒤따르는 긴장이 우리를 단순하게 만들어주었을까? 


여기서 만약 내가 전사한다면, 내가 의식했든 안했든 군인으로서 최고의 영예가 됨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었다. 어떤 성격의 전쟁이었느냐에 따라서 죽음의 의미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쳤다는 거룩한 이유 때문에 동서고금의 어느 국가든 전사자에 대해서는 정성을 다해 최대의 예우를 한다.


재향군인회 성우회 등 일부 예비역 고급간부들이 NLL관련 서해전투에서 장렬히 산화한 장병들의 전사(戰死)의 의미를 정략적으로 해석, 정부의 대북화해정책을 극렬 반대하는 집회 등에서 부연하고 있음을 통렬히 개탄하는 바다. 그들의 위대한 죽음에 군더더기의 사족을 붙여 들먹이는 그런 정치적 저의 깔린 주장은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옷깃을 여며 경건 정중하게 흠모해야할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의 의미를 ‘전쟁불사’의 호전적 관점으로 멋대로 해석하여 삿대질하는 망동에 대해 국민들은 눈살 찌푸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 홀로 애국’의 그런 작태는 민족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목숨 바치신 고귀한 희생의 의미에 먹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친일 독재에 뿌리를 둔 이들 일부 군 고위직 예비역들과 예의 극우냉전 선동 신문은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의 시행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 걸고 반대하여 적대적 증오와 갈등 조장 책동에 혈안이 되어왔다. 그들은 민족의 장래야 어찌되던 부하장병들의 생사가 어떻게 결정되던 상관없이 오직 자신들이 누려온 기득권 유지에만 집착,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해 교전 사건 발생시 그들은 전쟁불사의 길밖에 없는 양 요란 법석했다. 어디까지나 기 설정된 평화지향적인 국가비전과 국방정책을 기준하여 전략적 판단을 거쳐서 조치해야할 정상적 절차임에도 무작정 즉각적으로 밀어붙여 전투적 충돌을 유발시키고자 안달이 나 있었다.


군 최고위 간부출신들이 대북관련 국가 기본 정책이 적대유발인가? 긴장 완화인가를 모를 이 없을 것이다. 어떤 군사적 돌발 사태에 직면하더라도 이 기본정책을 기준으로 분석 판단하여 지혜롭게 대처해야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급할수록 마음의 평정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함이 예비역 간부들의 자세일진데 정반대였다.


혹이나 예의 극우 신문과 예비역 선배들의 이런 분위기에 압도되고 휩쓸려 전쟁 상태도 아닌 상황에서 필요이상의 과도 조치를 취하진 않았는지, 과연 그런 선택이 최선이었던지 등 면밀한 분석의 엄격한 자기성찰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과거 우리 군은 고위직으로 올라 갈수록 권한만 있고 책임은 늘 생략 되고 묻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문책은 항상 아래로만 내려 보내졌다. 미리 선수를 쳐서 아래 사람을 처벌함으로서 혹은 대대적으로 칭송함으로서 윗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해왔다.


어떤 위급한 상황 하에서도 부하의 생명 지키기에 최우선 관심을 가져야함에도 과거 우리군대는 그렇지 못했다. 생명 경시의 일본 제국군대 문화의 영향과 윗사람이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가에 맞춰 처신하느라 병사들의 인권 인격 생명의 고귀함 등에는 관심 가질 틈이 없었다.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굽어보고 계실 6·25참전, 월남참전 전사자들은 “진정으로 부하의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는 그런 군대를 만들라!”고 간절히 바라고 계실 것이다. NLL 때문에 희생당하는 군인이 다시는 발생치 않도록 남과 북이 서로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을 모색하기를 바랄 것이다. 제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평화지대 설정에 대해서 참 좋은 생각을 했다고 칭찬하고 있을 것 아닌가.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내가 참전했던 월남은 패망한지 이미 오래다. 지금 월맹은 우리와 우호적인 나라가 되었다. 이럼에도 “월남의 자유를 위하여!” “맹방 미국의 은혜를 갚기 위해!”라는 식의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이들을 정상적이라 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서해 해상 충돌을 유발하여 남북화해 정책을 훼방 놓을 수 있다 생각하여 NLL의 의미를 호전적 측면에서만 해석 주장하는 무리들이 있다면 이를 정상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냉전시대에 비하면 상상도 할 수 없으리만치 남북관계는 격변하여 이미 화해의 길로 들어 서있는데도 말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국제 정세는 끊임없는 변하고 있다. 세상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모르는 일부 군 고위직 출신들이 남북화해의 평화가 정착돼가는 도도한 민족사의 물줄기를 막아보려는 무지 몽매함을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저들이 과연 국방사상과 철학이 서있는 분들인지? 민족의식 역사의식이 있는 사람들일까? 착잡한 생각 금할 수 없다.


서해 북방 한계선이 그어진 동기의 역사적 진실에 입각하여 남북 평화정착을 위해 어떻게 서로가 협조 협력해야 바람직할지에 대한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예기에 대해서도 저들은 “서해 전투에서 전사한 장병들을 욕되게 하지 말라!”고 눈알을 부라린다. 


왕년의 기라성인 당신들이 나서서 반민족 반통일적 관점에서 떠벌리면 떠벌릴수록 바로 그분들의 거룩한 전사를 욕되게 하는 짓이다. 국민들은 그대들의 언동을 극도로 백안시, 도무지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다시 한번 되풀이 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가신 님들께서 우리들에게 진정으로 바라는 소망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서해지역의 긴장해소 때문에 어획고도 올리고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이를 실현함이 바로 용사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고 거룩하게 승화시켜 떠받드는 길이다.  일신의 부귀영달만 탐해온 수구세력들은 대오 각성하여 장병들의 영예롭고 고귀한 죽음까지 냉전을 고수하기위한 정치적 음모에 이용하지말기 바란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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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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