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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들의 에너지 소비 실태를 점검한 지난 11월 30일자 기사(서울대·연고대는 에너지 소비도 '순위권')에 대한 후속보도로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세계대학과 지구온난화 포럼'에 참석하고 돌아온 윤수진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에너지정책전공) 인터뷰를 싣습니다.

윤 교수는 미국 델라웨어 대학교에서 환경·에너지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5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교수로 재직중입니다. 2001년부터는 에너지대안센터와 한국환경사회학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으며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에서 환경·에너지 분야 전문위원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는 윤 교수가 귀국한 지 사흘 뒤인 12월 4일 교수연구실에서 이뤄졌습니다. [기자 주]

 세계대학 기후변화 포럼 공식 엠블럼
 세계대학 기후변화 포럼 공식 엠블럼
ⓒ N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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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대학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1월 28일부터 이틀간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정책'을 주제로 뉴욕에서 세계대학 포럼이 열린 것. 이 행사는 세계 대학 전문가들의 연구와 토론 결과를 종합해 유엔에 올바른 기후변화 대응책을 제안하고, 동시에 대학 차원에서 마련할 수 있는 온난화 방지책들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포럼에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대학들이 고루 참석했으며 한국에서는 김신복 서울대 부총장과 윤수진 교수가 다녀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기조연설을 위해 행사장을 찾았으며, 각국 참가자들 사이에 기후변화 문제를 둘러싼 열띤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윤 교수는 "지구 온난화의 책임을 두고 선진국과 개도국 전문가들 사이에 인식 차이가 다소 있었다"면서도 "참석자들 대다수가 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했으며, 대학 차원에서 필요한 노력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각국 참가자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대학 연구소에서 시도할 수 있는 각종 기술개발, 캠퍼스 차원에서 요구되는 에너지 소비 감축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류했다. 윤 교수는 이를 토대로 "현재 기후변화 문제에 둔감한 국내 대학들도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관련 노력들을 전개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윤순진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이번 포럼이 정확히 어떤 성격의 자리였나?
"미국 뉴욕대학교(NYU)에서는 3년째 세계 대학총장 포럼을 열고 있는데, 올해 주제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정책'이었다. 온난화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포럼은 유엔에서도 후원하는 등 꽤 비중있게 열렸다. 세계 25개 대학이 참석했는데, 미국 대학들이 많았고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대학들에서도 대표단을 파견했다.

포럼은 크게 두 세션으로 진행됐다. 세계 대학에서 온 전문가 그룹은 '포스트 교토 체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국제적 차원에서 마련할 수 있는 대응책들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교수들 사이에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대학총장 그룹은 주로 대학 차원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세계대학 기후변화 포럼에 참석했던 윤순진 교수
 세계대학 기후변화 포럼에 참석했던 윤순진 교수
ⓒ 최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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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들 사이에 지구 온난화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충분히 공유됐나?
"지구 온난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되고 있으며 이대로 방치하면 인류의 미래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데 참석자들 대부분이 수긍했다. 행사장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온난화 방지를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유엔도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평화와 환경보호를 위한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이끌고 있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행사장을 방문해 '기후변화는 수십 년 내에 지구촌을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며 대학들도 온난화 방지를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강조했다."

- 전문가 그룹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나?
"모두가 지구 온난화 심각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기후변화 대응책을 둘러싸고 참가국별로 미묘한 인식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 교수들은 대체로 시장경제의 메커니즘 속에서 기술혁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탄소포진 및 저장) 기술을 발전시켜 공기중으로 방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소에너지의 상용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반면에 개도국에서는 세계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대부분을 내뿜고 있는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에게 일방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에너지 집약적인 선진국들의 산업구조부터 바꿔 나가고, 그와 동시에 개도국들의 적응능력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기후변화 대응책들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그 부분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어떤가?
"나는 개도국의 입장에 더 가까웠고, 그런 취지에서 선진국 참가자들을 설득했다. 사실 미국만 해도 혼자서 지구촌 온실가스 방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데, 자국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개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 과다를 문제 삼고,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은 기술혁신으로 감축해 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실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상당 부분은 선진국들에서 배출하는데, 그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개도국들이다. 재해 방지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미 서남아시아 등지에서는 수천 명이 홍수 등으로 목숨을 잃었고, 수억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는 온난화 유발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먼저 솔선수범하고, 개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들도 북돋아 주는 자세가 요구된다. '우리도 줄일 테니 너희도 줄여라'는 식의 접근 방식은 곤란하다. 이미 온실가스 배출 절대량에서 확연한 불균형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기술'만을 통한 접근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이미 기술을 선점한 선진국들 입장에서는 유리하겠지만,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기술과 정보가 없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또다시 선진국들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사태에 직면한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여나가는 동시에, 이러한 기술혁신들도 함께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 한국의 처지는 어떠한가? 교토의정서 비준 당시 한국은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2012년 이후 들어설 '포스트 교토' 체제에서는 의무감축 대상에 반드시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개도국이라고 볼 수 없다. OECD에 가입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이미 세계 10위권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 호주, 일본 등에 비해서는 아직 그 규모가 미미하긴 하다.

내가 행사장에서 발언한 취지는 선진국들과 개도국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먼저 후발주자인 개도국들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앞으로 보다 막중한 국제적 책무를 느끼고 관련 노력들을 진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 온난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대학 차원의 노력들로는 어떤 점들이 논의됐나?
"대학은 교육과 연구의 중심이기 때문에,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정책적 차원의 연구개발 성과를 이룩해야 한다는 점이 먼저 이야기됐다. 그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성도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공감했다.

동시에, 대학 자체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경제주체로서 거대한 '온실가스 배출원'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내가 그 부분 발제를 맡았는데, 토론 결과를 종합한 발표에서 '대학 스스로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서 여기에 기반해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온난화 대책을 세워 실행에 옮기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능도 있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교육'이다. 이를 실천함으로써 대학 구성원들은 물론 사회 전체에 올바른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사회적 파급효과도 매우 큰 것이다."

 윤순진 교수는 국내 대학들도 캠퍼스 차원에서 온난화 방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윤순진 교수는 국내 대학들도 캠퍼스 차원에서 온난화 방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 최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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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사항들이 국내 대학들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국내 대학들의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대학 당국 차원의 노력도 부족하고, 학생들의 인식 수준도 그다지 높지 않다. 환경부에서 2006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20대의 기후변화 인식 정도는 기성세대에 비해서도 매우 낮았다.

대학들은 캠퍼스 내의 에너지 소비 실태부터 명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학교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학교 규모가 크고, 각종 연구시설이 많은 곳은 에너지를 그만큼 더 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방안들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현재 교육용 전기요금 단가가 매우 낮은 점 등으로 인해 대학들이 에너지 소비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남의 문제'처럼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들의 문제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를 살면서 대학들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확충, 건물 신축시 철저한 단열시공, 전자제품 구입시 에너지효율 우선적 고려, 절전캠페인 실시 등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물론 초기투자비가 들 수 있겠지만, 이런 노력들은 결국 대학들에게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된다. 더 넓게 보면 '인류의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지구온난화#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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