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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정치권의 '꼴통보수'로 불려온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3선, 경남 밀양창녕)이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3일 낸 '3선 명예제대를 신고합니다' 보도자료에서 그는 "박수칠 때 떠나려고 한다"고 불출마의사를 공개했다.

 

그는 "어느 날은 의정단상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를 외치다가 쓰러지기도 했고, DJ정부를 조선노동당 2중대로 규탄하는 등 좌파 정권에 비판에 앞장서왔다. 또, 정치권에서도 눈치보지 않고, 소신대로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혹시 저로 인해 개인적으로 상처를 입은 분이 있었다면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고 인사했다.

 

자신을 '보수원조'라고 표현한 김 의원은 "좌파정권이 퇴진하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정부가 나라를 이끌 수 있게 돼 저는 안심하고 물러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보수원조'라고 표현했지만, 그는 신당쪽에서는 대화가 불가능한 대상으로 제껴놓은 인물이었고, 진보개혁진영에서는 '극우보수'의 상징 중 하나로 꼽혀왔다.

 

김 의원의 불출마선언이 4년전에 예고된 것이었고, 그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친박'이었기 때문에 공천받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고 한다. 그럼에도 공천논의가 본격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떨치고 나선 모습은, 그의 극우적 정치성향과는 별개로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면이 있다.

 

특히 대선참패 이후 대통합민주신당이 보여온 모습과 비교해보면 그의 불출마 선언은 두드러져 보인다.

 

"인적 청산하자! 나는 빼고"

 

"완전히 버림받았다", "난파됐다", "법정관리를 받아야 하는 수준"이라는 절규는 많았지만, 지금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정동영 후보조차도 "큰 뜻을 이루려는 내 꿈은 쉼 없이 커질 것"이라고 말해, "패배 이후 후보의 메시지가 정리돼 있지 않다"는 점잖은 표현부터 "저런 후보 처음 봤다"는 말까지 나왔다.

 

대선패배후 쇄신의 핵심은 인적청산이라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50여명은 물갈이해야 한다", "당대표, 원내대표, 내각에서 총리와 장관 등  핵심 자리를 맡았던 이들은 백의종군해야 한다", "당과 정부를 이끌어온 책임 있는 사람 20~30명은 스스로를 버려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시민 의원 정도가 '사지'인 대구에서 출마하겠다고 밝힌 정도다. 몇몇 중진 의원들이 (불출마 등의) 결심을 했지만, 초선의원들의 성명이 나오면서 "일생 전체가 오점이 남을 수 있다"며 결심을 접었다는 말도 나왔다. "그동안 도대체 뭐했느냐"는 비판을 받아온 386의원들도 지역구 단속에 여념이 없다.

 

김근태 의원의 대선불출마 선언으로, 신당창당의 물꼬가 트인 것처럼  중진 5~6명 정도가 불출마선언을 한 뒤 대대적인 공천물갈이 작업을 맡도록 중진들을 설득하자는 안도 나왔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상황이다.

 

지도부 구성문제에 대해서도 '손학규 추대', '경선' '외부선장론' 에서 한 발도 못나가고 있다.

 

이런 무기력함은,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처리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철군이 당론'이라고 재차 확인했음에도 본회의 불참 29명에 찬성 16, 기권 5로 동의안이 가결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의 대응은 원내 대변인의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뿐이었다.

 

사상 유례없는 대선참패에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한 명 없는 판에, 겨우 이 정도 사안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까.

 

김용갑 불출마가 한나라당 공천물갈이로 이어진다면...

 

한나라당은 탄핵풍으로 궤멸을 걱정하며 치렀던 지난 2004년 4·15총선때,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과 김용환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을 공천물갈이로 연결했고, 이는 한나라당이 기사회생하는 한 계기가 됐다.

 

당시 한나라당의 현역·지역위원장의 46.9%가 교체됐고, 한나라당의 안방인 TK지역에서는 60%가 넘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당 지도부에게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견제론'으로 맞서라고 조언했지만, 이조차도 견제의 주체가 제대로 설 때야 가능한 것이다. 김용갑 의원의 불출마가 한나라당의 공천물갈이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최악인 신당에게는 전멸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김용갑 의원의 불출마선언은 한나라당보다 신당에게 주는 메시지가 더 크다.

 


#대통합민주신당#김용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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