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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오해받는 작가가 있습니다. 작가 공지영의 이야기입니다. 머리말에서처럼 우리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남자들이 그녀를 평가절하 하지요. 가장 많이 팔리고 사랑받는 작가이지만, 동시에 비평가들의 참혹한 비평 대상이 되기도 하는 작가. 그녀를 우리나라 최정상급의 인터뷰어 지승호가 만났습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는 작가의 어린 시절은 물론이거니와 굴곡 많았던 결혼 생활, 공동체에 대한 견해, 종교, 여성과 모성성 문제, 사형제도, 현 정권과 촛불집회 등 그녀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 대담집입니다. 우직하고 충실한 준비와 진행으로 찬사를 받는 지승호의 작품답게 어느 문제든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 꼼꼼함을 보여주지요.  

 

포털사이트에서 공지영 작가 이름을 치면 평가가 흔히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선생님 때문에 인생이 달라졌다'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상업 작가로 전락했다는 비난과 세 번의 결혼생활을 빌미삼아 사생활을 문제 삼는 분도 있습니다. 책에서 작가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전혀 숨기지 않고, 속 시원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요. 시종일관 당당하면서도 독자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그녀의 이야기는 잔잔하게 흐르는 물처럼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쿵쿵 흔들어 놓습니다.

 

착한 여자, 공지영 

 

그녀의 말에서는 '아름다운 개인주의자'의 풍모가 느껴집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모든 것에 대해 분명하고 확실한 의사표현을 하는 편이지요. 그녀가 오해받는 결혼생활이나 공동체, 그리고 아이들 교육 등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질없다고 느껴졌던 거죠. 이것은 내 삶인데, 내 팔다리 세 개가 잘렸다고, 내가 이것을 숨기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 차라리 당당하게 '나 팔다리 없어'라고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본문 32쪽)

그녀는 어떤 단체에 속하는 것이나 자신을 규율하는 모든 것을 혐오스러워한다.(본문 297쪽)

예컨대 '선생님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라는 말은 하기 싫었어요. 저도 그렇지 않은 것을 많이 경험했거든요. (본문 65쪽)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는 이혼을 금기시합니다. 실생활에서도 역시 그러하죠. 어른들은 이혼을 죽는 것만큼의 천벌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반면 작가는 잘못된 결혼생활일 때는 과감하게 갈라서라고 충고합니다. 평생 누군가에게 묶여서,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사는 종속된 인생은 피하라는 거지요. 그 누구의 무엇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무엇이 되라는 겁니다.

 

이런 사고방식과 행동은 자식을 자유롭게 키운 작가의 부모님 영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부모님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라'는 가치관으로 작가를 키웠다고 합니다. 물론 자립심, 책임감을 갖춘 자유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위녕을 비롯한 세 아이에게도 이런 교육 방식을 택했다는 그녀의 말에서는 진정으로 '개인'을 아끼고 사랑해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작가는 마초들이나 몇몇 페미니스트들에게도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습니다. 여자에 대한 차별과 곱지 않은 시선, 편견은 오래된 관습에서 비롯되어 사회의 정설처럼 여겨졌지요. 그녀는 이를 거부합니다. 페미니스트들의 행동에도 화살을 돌립니다. 남자들처럼 똑같이 상대방을 억누르고, 남자들이 하면 나도 한다는 식의 발상은 잘못 됐다는 겁니다.

 

'착한 여자'가 되라고 하는 말이 무슨 억압이든 간에 용납하고 인내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착한 기질로 경쟁하자는 그 마음은 분명 폭력과 권위의식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지요. 작가는 똑같은 힘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과 위대한 모성애로 다가설 필요가 있음을 시종일관 강조합니다.

 

삶의 희망을 가리키는 시선

 

<괜찮다, 다 괜찮다>에는 이 뿐 아니라 사형제도나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도 담겨있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은 어떤 인터넷 블로거는 이런 말을 하더군요. "도대체 몇 명의 사형수나 인터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너무 순진한 사고방식이다." 예컨대 사형제도에 반대하며 시종일관 취재, 인터뷰에 기초한 그녀의 주장은 때때로 순진한 의견이라 매도당하기 일쑤입니다.

 

누군가에게 뒤집어씌워서 싹 처벌해버리면 마치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라는 망상 같은 것이 우리 모두에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본문 112쪽)

 

작가는 한 사람을 대표로 희생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소외감이나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살해에 대한 복수보다는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보상, 경찰 시스템의 개선과 개발 등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지요.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말이 있듯이 공포정치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힘의 위력은 범죄를 더욱 증가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강하게 누르면 누를수록 더 크게 반발하는 법이니까요. 사형시키고 나서 죽은 이가 되돌아 온다면 사형제도에 찬성할 것이라는 작가의 말은 곧 국가가 법제화 시켜놓은 합법적 살인은 중지되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책은 문학이야기, 혹독하거나 무관심한 문단에 대한 솔직한 심정, 외모에 대한 편견, 촛불집회에서 비롯된 불안한 현 정권 등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특히나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으면서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의 심정 또한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작가는 얼굴을 찡그리거나 우울한 말을 하는 대신, 당당하고 힘차게 아이들을 응원하고 위로하며 그들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어 줍니다. 억압하고 가로막고 때리고 강제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응원하고 위로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진정한 도리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아이들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응원할 거라는 그녀의 다짐이 그러하듯.

 

공지영은 이번 책에서 계속 희망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삶에는 의미가 있다고 믿는 것". 그녀는 그게 진짜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위로와 응원은 바로 그런 희망을 전해주기 위한 일종의 매개체겠지요. 그래서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 겁니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그런 그녀의 착한 기질과 유쾌한 희망선언이 <괜찮다, 다 괜찮다>에 듬뿍 담겨 있습니다.


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알마(2008)


#공지영#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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