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안재환씨 사망 소식이 들려온 지 채 한 달도 안 돼 국민 탤런트 최진실의 사망 소식이 들려와 전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최씨 사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경찰은 2일 오후1시 "명백한 자살"이라고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2004년 9월 야구스타 조성민씨와 이혼 이후 최씨는 우울증에 시달려왔다고 합니다. 여기에 최근 고 안재환씨에게 25억원의 사채를 빌려줬다는 괴담과 악의적 댓글로 무척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평소 최씨는 인터넷에 달린 악의적인 댓글들을 일일이 읽어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등 성격이 매우 민감한 편이라고 합니다. 결국 최근에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이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2일 경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보니 최씨가 그동안 신경안정제를 꾸준히 복용해 왔으며, 6개월 전부터 복용량을 늘렸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우울증 증세가 악화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가장 많은 유형의 사람들이 최씨와 같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입니다. 실제로 자살하는 사람의 80% 이상이 우울 증상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자살을 시도합니다.
특히 경찰 발표에서 최씨는 술을 먹은 상태로 귀가해서 어머니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섭섭하다, 사채와는 상관없는데 왜 이렇게 괴롭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울었다고 합니다. 악성 댓글 등에 의한 스트레스가 심화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민성길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아무리 유명인이라도 그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다"면서 "유명인일수록 마음 속 갈등을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민 교수는 "유명인들은 안 그런 척하고 걱정을 감추고 살았어야 할 내용이 많다"면서 "감추는 것들이 표현하기 힘든 분노일 확률도 많다"며 최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합니다.
죽음 전 암시 남겨... "공감 통해 문제 해결해야"
앞서 <"자살하고 싶니?" 당신의 관심이 곧 '예방주사'>라는 기사에서 "실제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80% 정도는 죽기 전에 자신의 자살 의도를 밝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드렸습니다.
실제로 최씨도 메이크업 담당자에게 "제일 사랑하는 OO아, 언니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애들을 잘 부탁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죽음을 암시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주변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지인과의 통화 내용과 유사하게 다른 지인들이나 가족, 성직자 등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자살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지 상대방의 고민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말을 신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이에 대해 하규섭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민을 들을 때에는 섣불리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같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입장에서 마음속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한편, 탤런트 고 안재환씨의 자살 이후 연탄가스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고 최진실씨 사건에 있어서도 벌써부터 불필요하게 자살 방법을 기사화하는 언론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언론 보도는 매우 위험한 것이 사실입니다.
'베르테르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나온 18세기 말 유럽에서 극중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 낸 '모방 자살'이 급증했는데, 이같은 현상이 유명인의 자살 이후 많이 나타납니다.
한국자살예방협회의 자살 보도 권고기준에서도 "자살은 전염된다"면서 "어떤 방법으로 자살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명인이든 일반인이든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비슷한 갈등과 고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명인이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갈등하고 자살을 하면, 자신 또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같은 방법을 택하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불안해서 자살을 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일수록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데, 유명 인사를 닮고 싶어하는 젊은 세대에서 모방 자살 확률이 높습니다.
자살은 예방이 최선... 서로 관심두는 게 가장 좋아
민성길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이러한 자살(모방 자살 포함)을 막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을 누구에게 의논하고 표현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이은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도 "자살만이 문제의 해결책이 아님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친구, 의사 혹은 평소 위기에 처한 사람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받는 것도 좋다"고 조언합니다.
자살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입니다. 이전 기사에서도 강조했듯이 '자살 핫라인'으로 불리는 생명의 전화(1588-9191)도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 마음을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살하려는 마음을 먹은 그 순간을 넘겨야 합니다. 자살은 예방이 최우선이고, 가장 좋은 것은 서로에게 관심을 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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