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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실핏줄로 불리는 도랑을 살리기 위해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한 (사)물포럼코리아에서는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3박 4일 동안 일본 구마모토 현 일대의 물 관리 및 하천관리 실태, 도랑복원 사례 등을 돌아봤다. <오마이뉴스>가 여기에 동행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구마모토 다마나시의 우라가와. 쓰레기와 생활하수로 오염된 곳을 지자체와 주민들이 복원한 곳으로 해마다 5-6월이면 꽃창포 축제가 열린다.
 구마모토 다마나시의 우라가와. 쓰레기와 생활하수로 오염된 곳을 지자체와 주민들이 복원한 곳으로 해마다 5-6월이면 꽃창포 축제가 열린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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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마모토 사가라무라의 논 가운데를 흐르는 한 수로. 콘크리트로 정비되어 있는 수로에는 쓰레기 등 오염원이 전혀 없었다. 사진의 인물은 수로관리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는 지역주민.
 구마모토 사가라무라의 논 가운데를 흐르는 한 수로. 콘크리트로 정비되어 있는 수로에는 쓰레기 등 오염원이 전혀 없었다. 사진의 인물은 수로관리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는 지역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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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방문단이 도착한 곳은 다마나시의 우라가와. 이 곳은 생활하수와 쓰레기 오염된 도심 속 도랑을 주민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참여, 새롭게 복원한 곳이다.(관련기사 <청계천에 없는 2%, 여기 있었네> 참조)

오염원을 걷어내고 주변을 정리한 뒤, 나무데크를 놓아 주민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바닥에 꽃창포를 심어 해마다 5~6월에는 축제를 열고 있다. 이곳에는 연간 2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경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쓰레기와 생활하수로 넘쳐나던 도심의 도랑을 주민참여를 통해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복원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도록 한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사가라무라. 이 곳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가와베강 상류에서 10㎞ 이상의 수로를 만들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수로는 약 80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40년 전에 콘크리트로 보수공사를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농업용수가 공급되는 농지는 무려 130㏊에 이른다. 때문에 사가라무라에는 수로관리 전담 공무원이 있으며,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또한 오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시로 관리하고 있었다.


도랑, 복원사례 있지만 대부분 콘크리트 발라진 수로로 사용


방문단은 논 한가운데 수로에도 찾아갔다. 농약병과 농자재·쓰레기 등으로 넘쳐나는 한국 농수로와의 비교를 위해서다.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지만 일본의 하천은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했다.

다만 너비 20㎝ 밖에 되지 않을 만큼 작은 수로에까지 모두 콘크리트를 발라놓은 것이 특징이다. 홍수피해가 많고 하천을 수로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일본 농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도랑은 수로의 개념도 크지만, 빨래도 하면서 생활하수도 흘러가고, 이를 다시 농업용수로 활용한다. 특히, 일부 도랑은 하천으로 흘러들어 도시민들의 음용수로 활용되는 다목적 댐으로 흘러들어가기도 한다. 우리가 돌아본 일본 도랑과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구마모토 니시키마츠 마을을 흐르는 도마가와. 마을 앞 작은 도랑이지만 콘크리트 옹벽으로 덧칠해져 있고, 축산폐수가 그대로 흘러들고 있었다.
 구마모토 니시키마츠 마을을 흐르는 도마가와. 마을 앞 작은 도랑이지만 콘크리트 옹벽으로 덧칠해져 있고, 축산폐수가 그대로 흘러들고 있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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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마모토 키쿠요마츠에 있는 '하나구리'수로. 400년전 만들어진 이 수로는 물에 섞여있는 화산재가 쌓이지 않도록 독특한 모형의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이 바로 '하나구리'로 소의 코뚜레모형을 닮았다. 이 장치를 통해 물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와류가 생겨 화산재 찌꺼기가 물과 섞여 흘러나가게 된다.
 구마모토 키쿠요마츠에 있는 '하나구리'수로. 400년전 만들어진 이 수로는 물에 섞여있는 화산재가 쌓이지 않도록 독특한 모형의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이 바로 '하나구리'로 소의 코뚜레모형을 닮았다. 이 장치를 통해 물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와류가 생겨 화산재 찌꺼기가 물과 섞여 흘러나가게 된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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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단은 좀 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니시키마츠라는 마을을 찾았다. 마을 한 가운데에 도마가와라는 도랑이 흐르고, 집집마다 소나 닭 같은 가축을 키우고 있었다.

문제는 이 도랑이 상당히 오염이 되어 있다는 것. 위에서 내려오는 축산폐수가 그대로 이 도랑으로 흘러들고 있었고, 하천의 바닥과 옆면은 두꺼운 콘크리트로 발라져 있었다.

이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40년 전에는 물이 깨끗해서 목욕도 하고 빨래도 했지만, 큰 홍수가 난 이후 콘크리트로 공사를 했고, 그 뒤로는 물이 더러워졌다"고 말했다. 이 도랑을 계속해서 따라 올라갔지만 콘크리트 옹벽은 끝날 줄을 몰랐고, 더러운 물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방문단은 또 키구요마치에 있는 하나구리이데를 찾았다. 이곳은 400년 전 만든 독특한 수로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활화산인 아소산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곳으로 용수로에 화산재가 쌓이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바닥에 쌓인 화산재를 정기적으로 긁어내야 하는데, 산을 깎아서 깊은 골의 수로를 만들었기에 이러한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고안해 낸 것이 바로 '하나구리'다. '하나구리'는 소코뚜레를 의미하는 것으로 수로의 중간 중간이 갑자기 좁아지도록 만들어 유속이 빨라지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이곳에서 와류가 생기면서 바닥의 화산재가 모두 물에 섞여 흘러나가게 되는 것.

이처럼 400년 전 조상들은 하천을 이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했고, 지금은 관광 상품이 되어 후손들이 이를 보존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지자체 관리 대형하천은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 중

 구마모토 구마군 이츠키마을.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와베가와댐이 건설될 경우 수몰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구마모토 주지사가 댐 건설계획 철회를 선언한 상태다.
 구마모토 구마군 이츠키마을.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와베가와댐이 건설될 경우 수몰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구마모토 주지사가 댐 건설계획 철회를 선언한 상태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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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마모토 시내를 흐르는 시라가와. 일본 정부는 최근 콘크리트 옹벽을 걷어내고 자연형하천으로 복원했다.
 구마모토 시내를 흐르는 시라가와. 일본 정부는 최근 콘크리트 옹벽을 걷어내고 자연형하천으로 복원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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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단은 일본 정부의 댐건설 계획이 무산된 구마군 이츠키 마을도 찾아갔다. 이곳은 일 정부가 홍수조절과 하류지역의 농업용수 확보 등을 위해 40년 전부터 대규모 댐건설을 계획했으나 주민들의 반발을 샀던 곳이다.

최근 구마모토 가바시마 이쿠오(61) 주지사는 수몰예정지역 보상, 주민 이주, 도로공사 등 본 댐 건설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공사를 마친 상황에서 가와베가와댐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관련기사 <40년의 물싸움, 동네 주민들이 일본 이겼다> 참조).

일본에서는 처음 있는 일로, 미국과 선진국이 기존 댐을 철거하고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는 정책으로 하천관리정책을 전환했듯, 일본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었다.

방문단은 구마모토 시내를 흐르는 시라가와에도 찾아갔다. 잦은 홍수에 대비해 높은 콘크리트 옹벽으로 강둑을 쌓았던 일본은 최근에 와서 이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자연형하천으로 변모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문단이 찾아간 곳도 45도 정도의 일자형 콘크리트 강둑을 걷어내고 3번의 단차를 둔 강둑으로 만들어 그 곳에 자연스럽게 풀이 자라도록 했다. 시내 한복판을 흐르는 시라가와는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했고, 때마침 유치원 아이들이 곤충채집망을 들고 소풍을 나오기도 했다.

 구마모토 시라가와의 수원지. 이 곳에서는 1분에 60톤의 지하수가 용출하고 수온은 연중 14도가 유지된다. 1985년 일본 100대 '명수'로 선정되면서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구마모토 시라가와의 수원지. 이 곳에서는 1분에 60톤의 지하수가 용출하고 수온은 연중 14도가 유지된다. 1985년 일본 100대 '명수'로 선정되면서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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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표수가 지하수로 스며들도록 휴경농지에 물을 담아놓는 지역을 표시하는 안내 푯말.
 지표수가 지하수로 스며들도록 휴경농지에 물을 담아놓는 지역을 표시하는 안내 푯말.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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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단은 또 구마모토 시민의 음용수를 담당하고 있는 '구마모토시수도국 취수사업부'를 찾아갔다. 구마모토시는 인구가 약 67만 명에 이르지만 모든 음용수를 지하수로 공급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구마모토 현 전체가 지하수를 음용수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전체로 보면 약 20% 가량이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하는 반면, 구마모토는 80%가량이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가능한 것은 구마모토가 지하수가 풍부한 지형적 특성이 있기도 하지만, 철저한 물 관리에서 비롯된다.

풍부한 강우량을 바탕으로 한 지표수는 지하로 스며들어 5년에서 20년에 걸쳐 지하수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양의 지표수가 지하수로 스며들도록 휴경 중인 농지에 물을 채워놓는 기간을 정하고, 지주에게 이에 따른 보상을 해 주고 있다.

방문단이 찾은 또 하나의 장소는 시라가와의 수원지. 연중 변함없이 일정한 양이 지하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이곳은 시라가와 천이 시작하는 곳이다. 이 곳 주민들은 이곳에 신사를 만들고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다.

방문단이 머무는 잠시 동안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이 곳을 다녀가고 있었으며, 저마다 큰 통을 들고 와서 이 물을 떠가고 있었다. 물을 가까이 하고 소중히 하려는 일본인들의 생활습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의 도랑살리기는 미래형 하천운동

 자연형하천이 잘 발달해 있는 구마모토 가와베강의 한 지점.
 자연형하천이 잘 발달해 있는 구마모토 가와베강의 한 지점.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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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짧은 기간 동안 구마모토 현만을 돌아봤지만, 일본의 하천은 대부분 철저히 관리되고 있었다. 국가나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는 중대형 하천은 많은 부분이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되거나 복원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주민들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 마을 앞 소하천도 대부분 오염원이 보이지 않고 깨끗한 상태로 관리되고 있다. 다만, 도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마을 앞 소하천까지 모두 콘크리트가 발라져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오염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방문단은 우리나라에서 시작하려는 '도랑살리기'가 물관리가 철저한 일본을 앞지를 수 있는 좋은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하천에 콘크리트 공사를 했던 일본이 큰 하천을 시작으로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을 추진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자연형 하천 복원이 지자체별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만, 하천오염의 큰 원인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최상류의 마을 앞 도랑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자체 모두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만일 일본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갈 경우, 모든 농촌의 도랑이 콘크리트로 발라질지 모른다.

이 때문에 큰 하천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는 일본의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을 우리는 마을 앞 도랑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방문단을 이끌었던 물포럼코리아 최충식 사무처장은 "규모가 큰 하천을 자연형하천으로 바꾸려는 노력이나 댐건설을 중단하는 일본의 하천정책은 매우 선진적이라 평가할 수 있지만, 산간마을 앞 수로에까지 콘크리트 옹벽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면서 매우 안타까웠다"며 "아직 일본에서조차 정부나 지자체의 관심 밖에 있는 마을 앞 도랑살리기를 한국에서 먼저 대대적으로 전개한다면, 일본보다 더 아름다운 하천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랑살리기#물포럼코리아#구마모토#자연형하천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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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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