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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의 러닝메이트이자, 오바마 승리시 대외정책의 실권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조셉 바이든은 이란 문제 해결에 있어 '북한 모델'을 강조한다. 사진은 지난 8월 31일 미국 미시건주 배틀 크릭에서 선거유세중인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부통령 후보 조지프 바이든 의원
오바마의 러닝메이트이자, 오바마 승리시 대외정책의 실권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조셉 바이든은 이란 문제 해결에 있어 '북한 모델'을 강조한다. 사진은 지난 8월 31일 미국 미시건주 배틀 크릭에서 선거유세중인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부통령 후보 조지프 바이든 의원 ⓒ EPA=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승리를 굳히는 분위기이다. 이미 미국발 금융위기는 '페일린 효과'를 집어삼켰고, 공화당의 존 매케인 캠프는 오바마에 대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가 오히려 역풍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여론조사 기관과 방식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오바마는 3-10%p 정도 매케인을 앞서고 있고 특히 접전 지역 및 전통적인 공화당의 우세 지역 일부에서도 오바마의 선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인종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고, 경제 문제를 압도할 안보 문제가 터지면 매케인은 반격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내년 1월 백악관의 새 주인이 다뤄야 할 문제들은 산더미 같이 많다. 이들 가운데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사안은 바로 이란 핵문제이다. 시기적으로 볼 때, 이란의 핵무장 능력 확보와 차기 미국 정부의 임기는 겹친다. 만약 이란이 핵무장에 성공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란이 핵클럽 문턱에 도달하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예방적 선제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이란의 핵무장에 불안을 느낀 중동의 수니파 국가들 역시 핵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될 것이다. '중동 핵 도미노 시나리오'이다. 이란이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러집단으로 낙인찍은 세력과 유착관계에 있다는 것 역시 이란 핵무장의 파급력을 가늠케 한다. 미국 내에서는 '핵 테러 9·11'이 맹위를 떨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핵무장한 이란과 시아파가 권력을 장악한 이라크의 동맹 결성이다. 차기 미국 정부가 이란 핵문제에 최고 우선 순위를 둘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이란 핵문제가 북핵 문제보다 더 까다로운 이유

 

그런데 이란 핵문제를 풀기란 대단히 어려운 현실이다. 북핵 문제와 비교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다. 이에 따라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성실히 받으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를 막을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는 극히 취약하다. 반면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과 제네바 합의를 통해 핵무기 개발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이란 스스로가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를 양도할 수 없는 권리로 못박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는 핵문제를 협상 카드로 삼고 있는 북한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북한은 핵카드를 통해 정치적, 경제적, 안보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반면에, 이란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부시 행정부의 이란 정책이 자초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시 행정부는 2002년 1월 이란을 북한,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라고 부르면서 이들 국가의 정권교체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개혁 성향의 하타미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고 아흐마디네자드 등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었다.

 

또한 부시 행정부 출범 이전에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은 거의 없었지만, 2008년 9월에는 약 40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직접 대화를 거부한 사이에 이란은 1년에 2~3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보해나간 것이다. 아울러 부시 행정부가 이란의 적대세력이었던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의 제거를 시도하고 이들 지역에서 수렁에 빠지면서 이란의 영향력을 키워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결국 이란 핵문제 해결의 공도 차기 미국 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는 '대화를 통한 해결'에, 매케인은 무력 사용을 포함한 '강압적인 해결'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오바마 "대화해야" vs 매케인 "대화는 굴복"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내슈빌 벨몬트대학에서 열린 타운홀 방식 대선토론에서 악수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내슈빌 벨몬트대학에서 열린 타운홀 방식 대선토론에서 악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물론 오바마 역시 이란 핵무장의 심각성을 경고해 왔다. 그는 줄곧 핵보유국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특히 지난 9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면 게임의 변경자(a 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지정학이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이란 정책은 청자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작년 3월 미국 유대인 그룹인 AIPAC 연설에서는 "나는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을 배제해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고 말해, 미국 내 개혁·진보 진영으로부터 비난을 샀다.

 

그러자 작년 4월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무력 사용 및 사용 위협은 이란 핵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후 오바마는 무력사용 언급을 자제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의 기본적인 입장은 "적극적이고, 직접적이며 최고위 수준의 외교"를 펼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즉, 미국은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우방뿐만 아니라 적과도 대화할 수 있어야 하며, 이란의 핵포기 대가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허용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러닝메이트이자 오바마 승리시 대외정책의 실권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조셉 바이든은 '북한 모델'을 강조한다. 부시 행정부가 뒤늦게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나서 성과를 낳고 있는 것처럼, 이란과의 대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무력 사용은 "나쁜 선택일 뿐만 아니라 재앙 그 자체"라며, 부시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없이 이란과의 전쟁을 벌이면, 탄핵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란 핵무장에 대한 매케인의 경고는 훨씬 강경하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야기할 것이라며, "군사 행동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매케인은 이란 대통령과의 대화에도 부정적이다. "미국-이란 정상회담은 이란이 세계 최강의 국가로부터 양보를 얻어낸 것이 되기 때문에, 미국의 용서할 수 없는 적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핵무기 개발 및 테러 지원, 그리고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이란 대통령의 신념을 강화시켜 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9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장관급 이하의 회담은 지지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이란 협상파에 힘 실어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란 정부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를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며 비타협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에서 협상파의 입지가 강화되지 않는 한, 이란 핵문제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매케인의 공약은 부시의 실패한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매케인 당선시 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난망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오바마의 미국'은 이란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관건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오바마가 미국 내부 및 이스라엘 강경파의 반발을 뚫고 이란과 실질적인 직접 협상을 벌일 수 있느냐이다. 이러한 협상을 벌일 수 있다면, 이란 내에서도 협상파가 부상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또 한 가지는 차기 미국 정부와 러시아와의 관계이다.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러시아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이란과 핵거래를 해온 나라이다. 특히 러시아는 이란이 자체적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기할 경우 자신이 핵 연료를 제공하겠다는 중재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는 이란 핵문제의 유력한 해결 방안으로 거론되어왔다.

 

이에 따라 '오바마의 미국'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이란과 직접 대화에 나서면 이란 핵문제의 해결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란#오바마#매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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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2008 미국 대선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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