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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그녀의 stylish 세계 여행> 겉 표지
 <까칠한 그녀의 stylish 세계 여행> 겉 표지
ⓒ 살림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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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했던 모든 곳들이 나름의 맛을 가지고 있었지만, 친구나 후배에게 이곳은 꼭 가보라고 하고 싶은 곳. 그런 곳들이 있었지. 늘 꿈꾸던 곳들이었고 지금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게 된 그런 곳들이지.

거기가 어디였냐고? 그걸 이야기하려고. 내 마음에 담아뒀던 보석들만 골랐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할지. 편협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어떡하나. 나는 그곳에서 그렇게나 행복했는 걸."

책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속표지에 담긴 '스타일리시'한 저자의 사진과 여성적인 문체는 왠지 그저 그런 느낌의 여행 서적일 것이란 선입견을 주었다. 하지만 나는 금세 평범한 여행 서적과는 다른 저자의 다양한 시각에 빠져들며, 이 여행 작가가 다닌 그 많은 여행지들을 모두 밟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맨 첫 장은 '스타일리시한 여자들의 쇼핑 천국'이라는 소제목답게 쇼핑하기 좋은 여러 장소를 소개한다. 쇼핑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 홍콩을 비롯하여 전자제품과 작은 소품을 사기 좋은 일본 도쿄, 포르투갈식 디저트가 명물인 마카오 등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지가 소개되어 있다.

<라이언 킹>의 고향 잔지바르는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쉬면 되는 곳

첫 장에서 지나치게 쇼핑만을 강조하여 실망했다면 그 다음 장부터는 다채로운 여행지 소개가 펼쳐지니 속단은 금물이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수많은 장소들, 그 중 저자가 낭만적인 곳이라고 꼽은 데는 터키의 카파도키아. 수백만 년 전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흘러내린 용암 위에 바람과 재들의 풍화작용이 거듭되면서 생긴 버섯바위 풍경이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사라지기 전에 한번쯤 가봐야 할 곳은 아르헨티나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다.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자연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는 빙하 여행은 푸르스름한 빛깔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빙하 앞에서는 누구든 개미라도 된 듯 하염없이 작아지고, 좁은 세상에서 아웅다웅 살아온 인간들이 어리석게만 느껴진다.

이 책은 누구나 다 아는 흔한 여행지보다 독특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많이 소개하는데, 그 중 하나가 호주의 로트네스트 섬이다. 차가 다니지 않는 이 섬은 호주의 퍼스에서 1시간 30분 정도 페리를 타고 들어가는 호주의 대표적인 휴양지라고 한다. 자전거로 5~6 시간이면 일주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섬이지만, 섬 전체가 자연과 더불어 놀 수 있는 여러 레포츠의 천국이다.

휴식과 여유를 추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프리카의 오지, 탄자니아의 잔지바르를 찾는 것도 좋다. 저자는 이곳을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쉬면되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영화 <라이온 킹>에서 자주 나오는 말, '하쿠나 마타타(괜찮아)'의 고장, 잔지바르. 이곳은 인도양에 보석처럼 떠 있는 섬이다. 독특한 것은 아프리카 대륙에 있으면서도 이슬람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 역사적으로 수메르, 이집트, 인디언, 오만, 페르시아, 네덜란드, 영국 등 수많은 나라의 발밑에 놓였건만 아름다운 바다와 다양한 문화의 공존으로 유유자적 흘러가는 곳이 바로 여기다.

어떻게 이런 곳까지 여자 혼자 찾아 갔을까

저자가 소개하는 장소들을 보면 '아니, 어떻게 이런 곳까지 여자 혼자 찾아 갔을까?' 싶은 곳이 많다. 남아공의 와인 마을, 스텔렌보쉬부터 소금호텔로 유명한 볼리비아의 우유니 호수까지 그녀가 여행한 독특한 곳들을 한번쯤은 방문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수많은 여행지를 다닌 그녀가 주변 사람들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하는 곳은 바로 앙코르와트. 저자는 이곳에 가서 '여행이란 과거를 공부하고 현재를 느끼며 미래를 공부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먼저 앙코르와트에 가보라고 추천한다는 사실.

책의 중간 중간에 나오는 여행 팁도 재미가 있다. 여자 혼자 해외 여행할 때 꼭 알아둬야 할 팁으로는 '비상약은 꼭 챙겨라, 낯선 남자를 너무 믿지 마라, 현지에서 동행을 찾자' 등이 있다. 이 중 '낯선 남자를 너무 믿지 마라'는 이견이 분분한데,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들 덕분에 여행이 더 풍성해진 경우도 있고 그 반대로 여행이 망가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글의 끝에서 저자는 행복한 여행을 오래오래 추억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부지런히 기록하고 팸플릿 등의 여행 정보들을 잘 모아 놓을 것, 풍경보다 의미 있는 순간을 촬영해 놓을 것, 자료는 파일로 만들어 보관할 것, 블로그를 통해 여행 정보와 느낌을 타인과 공유할 것. 이런 그녀의 부지런함이 이 책을 만들었으리라.

혼자 자유로이 여행하는 저자를 보니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다. 그곳이 자연의 거대한 울림을 듣는 록키 산맥이 되었든, 지상 최대의 낙원이라는 동남아의 한 휴양지가 되었든, 여행은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까칠한 그녀의 Stylish 세계여행 - 여자의 여행본능을 깨우는 핫 트래블

채지형 글.사진, 살림Life(2008)


태그:#여행서적, #세계여행, #앙코르와트, #잔자바르, #채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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