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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한 업체의 대체에너지 기술이 논란이다. 이 업체가 가지고 있다는 핵심기술은 혼합수소대량발생기와 이를 이용한 수소에너지 상용화 기술이다. 모두 '세계 최초'라는 접두사가 붙는다. 

2005년 설립된 ㈜에너지마스타(대표 조길제)는 불과 3년 만에 한국의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다. 2006년 벤처기업인증을 시작으로 장영실과학기술대상, 비전 2007기술혁신 신재생에너지대상, 100대우수특허제품선정 대상, 대한민국환경대전종합대상, 환경부장관상, 기술혁신기업종합대상, 한미미래산업경영대상, 친환경경영대상, 지식경제부장관상….

 지난 2006년 코엑스(COEX)에서 열린 '에너지 전시회'에 출품한 해당업체의 '세계최초 물로만 보일러' 하지만 이 제품은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 이 행사는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했다.
지난 2006년 코엑스(COEX)에서 열린 '에너지 전시회'에 출품한 해당업체의 '세계최초 물로만 보일러' 하지만 이 제품은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 이 행사는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에너지관리공단이 주관했다. ⓒ 심규상

이 업체는 지난 달에는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주관한 친환경에너지경진대회 본선에 진출했다. 이 업체를 본선에 진출시킨 곳은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로 꼽히는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출연연구원 박사 등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심의위원회였다.

이 업체는 이어 물을 연료로 쓰는 혼합수소가스 발생장치 상용화 기술을 적용한 수소 보일러, 수소 가스레인지 등 모두 12개의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고 홍보했다. 에너지 효율이 4.5배에 이른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상은 사업 확장의 무기였다. 수많은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했고 전북도는 지난해 7월 이 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전주과학산업단지 3만3058㎡(1만평)에 160억원을 투자해 제조 공장을 신설키로 했다. 업체측은 이 같은 내용을 홍보해 총판 22개소와 대리점 209개소를 모집했다.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보증금만 170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계는 이 회사의 '세계 최초이자 최고'라는 기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술 진위 논란은 지난달까지 이 회사의 기술부장으로 재직하던 A씨가 "회사 측이 가지고 있는 기술은 전혀 새로운 게 없는 허접한 것이고 상용화했다는 수소 가스레인지 등 12개 제품은 모두 조작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비롯됐다.

KAIST 평가위원장 "중요한 실수...도의적 책임"

 해당 업체 각종 시상 내역
해당 업체 각종 시상 내역 ⓒ 심규상

진위는? 검찰은 약 보름동안 이 업체의 기술신뢰성에 대한 내사를 벌이다 최근 공식수사로 전환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 업체에 상을 준 관계자들이 '사기'라고 입을 모으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주관한 '2008 친환경전기에너지경진대회'에서 해당 업체를 본선까지 진출시킨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당시 경진대회 평가위원장을 맡았던 박선원 KAIST 산학협력단장은 이날 진보신당 관계자들을 만나 "중요한 실수를 했다.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여러 가지 검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업무를 총괄했던 KAIST의 또 다른 박사도 "지난 9월 말경 문제가 있다고 보고 국무총리실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며 "우리도 '사기'로 고발을 하려고 했지만 당사자가 아니라 고발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회사측과 MOU를 체결하고 전주과학산업단지를 내줬던 전북도 또한 이 회사의 입주를 철회하고 이후 다른 기업의 대체 입주를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과연 정부와 국책연구구기관의 과학기술 검증 및 평가시스템이 있기나 한 것일까?

'찬사' 쏟아내더니…'진짜'라는 사람 왜 한 명도 없나

 관련 언론보도
관련 언론보도 ⓒ 심규상

이와 관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은 지난 3월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해당 회사와 관련 "회사가 주장하는 수치는 허구"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의견서는 결과적으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업체의 대표가 다닌 초등학교에는 지난 해, 조선 세종 때 과학자인 장영실 선생의 동상이 세워졌다. 이 업체 대표의 기증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장영실 과학기술대상' 수상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동상 제막식에는 해당지역 군수까지 참여했다.   

이제 와서 정부와 전문가, 자치단체마저 '우리도 속았다'라고 한다면 이를 믿고 쌈지 돈까지 긁어 투자한 사람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할까?  아직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이다. 이 업체에 수 많은 상장과 찬사를 안겨준 사람들 중 단 한 사람도 '이 기술은 진짜'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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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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