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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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무치·안하무인·주민기만… 더 이상 비난할 단어조차 없다"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다시 마음을 바꿔 계속 의장직을 유지하겠다고 공식선언한 김남욱 대전시의회 의장에게 대전지역 시민단체가 내뱉은 성명의 첫 줄이다.
'어휘력이 부족한가 보다'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대전시의회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도 겨우 세 마디 써놓고 할 말이 없다니… 하지만, 지금부터 대전시의회 및 김남욱 의장의 활약상(?)을 들어보면 그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의장선거 부정으로 끌어온 의회 파행 1년
지난 해 7월 대전시의회는 제5대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 들어갔다. 어느 지방의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의장선거를 두고 '다수파'와 '소수파'가 각각의 후보를 내세우면서 표 대결을 벌였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당연히 '다수파', 즉 '주류파'가 밀어준 김남욱 현 대전시의장이 의장으로 선출됐다. 또한 부의장 2석과 상임위원장 4석도 주류파가 모두 차지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야 하는 '민주공화국'에서 '주류파'의 독식은 불법이 아니다. 다만, 표결로 이겼다고 모든 보직을 '싹쓸이'했다는 도덕적 비난은 감수해야 했다.
문제는 의장선거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저질러진 것이 발각되면서 부터다. 감표위원 역할을 맡은 '주류파'의 김태훈 의원이 감표도장을 찍으면서 '주류파' 의원들의 투표용지에 시계방향으로 돌려가며 찍은 것이다. 배신(?)하는 의원이 없도록 표 단속에 나섰던 것.
이러한 상황이 취재기자에 의해 확인되고, '비주류'에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즉각 비주류는 '부정선거'라며 의장단 전원사퇴를 촉구했다. 그리고 법원에 '투표함 증거보전 신청'을 제출했다.
결국, 법원의 현장검증이 이뤄졌고,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의장선거에 부정한 행위가 개입된 것이다.
사태가 이쯤 되면, 부정선거로 당선된 의장의 사퇴와 부정선거 당사자인 김태훈 의원의 의원직 사퇴 정도의 수습책이 예상된다. 실제로 '비주류'와 '시민단체'도 이 같은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텼다. 쏟아지는 비난은 '뻔뻔함' 하나를 무기로 온 몸으로 견뎌냈다. 겨우 김태훈 의원의 운영위원장직 사퇴가 전부였다. 참다 못한 시민단체는 대전시의원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위계에 의한 업무집행방해혐의'로 판단, 김태훈 의원을 기소했고, 법원은 김 의원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의장선거가 치러졌음을 사법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법원으로부터 유죄가 선고되기까지 기간은 무려 5개월. 시민을 대표한다는 의회가 자신들의 수장을 뽑는 선거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해 검찰과 법원의 판단으로 무려 5개월 만에 그 결과를 통보받은 것이다.
김남욱 의장, '사퇴한다', '안 한다' 말장난
'책임 질 이유가 없다', '곧 입장을 밝히겠다', '책임지겠다'는 등 수 차례 말을 바꾸면서 수개월 시의회 파행을 끌어 온 김남욱 의장은 드디어 올 해 1월 법원의 선고를 듣고서야 마음을 굳혔다. 3월 24일 그는 '사퇴하겠다'고 입을 뗐다.
이러한 소식은 너무, 정말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시의회가 정상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다행이라는 시민들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 실제 김 의장은 의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주류파'와 '비주류'로 갈려있던 의원들도 새로운 의장 선출을 계기로 하나가 되자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새 의장 선출을 위해 소집된 임시회 본회의에서 김남욱 의장의 '사직서'가 부결됐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사퇴를 선언했는데, 사직서가 부결되어 김 의장은 의장직을 계속 수행하게 됐다.
'주류파'의 사전모의에 의한 공작(?)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고, 시의회로 쏟아지는 비난은 봇물을 이루었다. 그래도 김 의장이 이미 사퇴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금세 사태가 수습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김남욱 의장이 이번에는 계속해서 의장직을 수행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나섰다. 중앙시장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누가 의장을 하든 상관없으니 조용히 좀 하라"고 했다는 이유를 들어서 말이다.
참 이럴 때 '아전인수'라는 말을 쓰는 것 같다. 얼마나 시의회가 한심했으면 '제발 조용히 좀 하라'고 했을까, 그런데 이를 자신이 계속 의장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였으니 김 의장의 뻔뻔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는 특히, 시민단체의 비난과 사퇴 요구에 대해 "개의치 않겠다"고까지 말해, 아예 시민 여론과의 '맞짱'을 선언하기까지 했다.
심야 교습시간 새벽 1시로 정했다가 비난 여론에 '번복'
이 뿐만이 아니다. 의장선거 후유증으로 파행을 겪고 있던 시의회는 그래도 식물의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 아래 기본 일정을 충실히(?) 소화해 왔다. 김남욱 의장이 7일 기자회견에서 "파행, 파행 하는데, 할 것 다 하는데 뭐가 파행이냐"고 말했듯이 할 건 다 해 왔다.
대전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는 지난 3월 17일 사설학원의 교습허용시간을 제한하는 '대전광역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해 고교생의 교습허용시간을 새벽 1시로 의결했다.
학생들이 지나치게 학습노동에 시달려 건강을 해치는 것을 막고, 공교육의 정상화를 꾀하기 위해 제정하는 '조례'가 오히려 학생들을 사교육시장으로 더 밀어 넣는 '조례'로 둔갑한 것이다.
최근에는 이 과정에서 시의원들이 학원연합회 관계자로부터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수많은 '욕'을 먹고서야 '밤 12시'로 번복하는 또 한 번의 '초유의 사태'를 연출했다.
외부인 동행한 '욕지도' 연찬회 파문
대전시의회의 뻔뻔함과 한심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3월 25일에는 산업건설위원회가 경남 통영시 욕지도로 2박 3일간의 연찬회를 다녀오면서 여성 2명을 포함한 외부인 3인을 동행시켜 물의를 빚었다.
또 이러한 사건이 알려지자 진실을 캐묻는 취재진에게 해당 의원 일부는 '거짓말'로 일관하기까지 했다. 현재 이번 사건은 윤리위에 회부되어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대전시의회를 바라보면서 시민단체들은 수차례 성명을 냈고, 항의 방문과 기자회견을 했으며, 촛불집회를 열어 규탄해 왔다. 심지어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시민단체의 비난의 말도 갈수록 험악해져 '부도덕한 시의회', '타락한 시의회', '취객 같은 시의회' 등의 극한 표현이 난무했다.
그럼에도 김남욱 의장이 7일 '사퇴' 의사를 번복하고 또 다시 의장직을 수행하겠다고 선언하자, 시민단체가 할 말을 잃은 것이다. 말로 해도, 행동으로 해도 '뻔뻔함' 하나로 버티는 대전시의장과 시의회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버린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말로 '킹왕짱 뻔뻔함'이다.
'킹왕짱' 뻔뻔한 대전시의회
시민단체들은 이제 '대전시의원 전원을 끌어내리는 직접행동에 나서겠다'며 강력한 대응활동을 구상 중이다. '주민소환'을 추진하거나 1년 앞으로 다가 온 지방선거에서 '낙천·낙선운동'을 통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는 각오다.
아무리 비난하고 욕을 해대도 '킹왕짱 뻔뻔함'으로 무장한 그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가 말하는 '직접행동'만이 방법이다. 그러나 과연 어느 정도의 실효를 거둘지도 미지수다.
내년 지방선거가 시작되면 또 다시 중앙정치 선거구도에 휩쓸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지금의 '뻔뻔한 의원'들이 또 다시 등장, 시민의 대표를 자처하게 될지 모른다. 정말 맥 빠지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성 없는 뻔뻔함이 계속된다면 언제가 대전시의회는 시민들의 분노에 의해 '사망선고'를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외친다.
"킹왕짱 뻔뻔한 대전시의회, 네 무덤에 침을 뱉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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