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추모열기에 휩싸인 기운데, 최남단 제주도에도 노 전 대통령을 향찬 애도의 물결이 넘치고 있다.
지난 23일 언론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 김우남 도당위원장, 강창일 의원, 김재윤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세 국회의원은 봉하마을로 조문을 떠났다. 제주도당 양윤녕 사무처장은 긴급하게 소집된 전국 처장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상경했고, 남은 사무처 직원들과 당원들이 분향소를 마련하기 위해 오후 내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민주당 제주도당에 분향소 마련
저녁 무렵 소속 당 국회의원 명의로 화환들이 도착했고, 분향에 사용될 흰색 국화꽃들이 도착했지만 영정사진이 늦게 준비되었다. 봉화마을에서 영정사진으로 쓸 사진의 디지털 파일을 받아서 제주 현지에서 인화하고 액자로 만드는 과정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 분향소가 만들어진 것은 23일 밤이었다.
본격적인 분향은 24일 오전 9시부터 이루어졌다. 오전 9시 김태환 제주지사를 시작으로 당사 분향소에는 당원과 시민들의 참배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오전 10시에는 우근민 전 지사가, 또 오전 10시 30분경에는 강택상 제주시장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과 당직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서귀포 시민들의 불편을 감안해서 서귀포시에도 임시 분향소가 마련되었다. 김재윤 국회의원은 24일 서귀포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할 수 있도록 서귀포시 동홍동 소재 자신의 연락 사무소에 임시 분향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부터 노무현 지킴이를 자임해온 제주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원들은 민주당 제주도당과는 별도로 제주시청 앞 '어울림마당'에 노무현 전 대통령 '도민분향소'를 설치했다.
노무현 지킴이 노사모, 매일 밤 추모제 열기로
제주 노사모 회원들은 전국에서는 드물게 2005년 초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활동을 중단한다'고 선언해 그동안 모임을 갖지 않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2005년 활동 중지를 선언한 이후 제주노사모가 치르는 첫 공식 활동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인 셈이다.
이들은 23일 노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연락이 닿는 대로 모여 노 전 대통령의 추모 절차를 논의했다. 제주노사모 회원들은 24일 이후 일주일 동안 도민분향소를 유지하고, 매일 저녁 7시부터 철야 추모제를 지내기로 결정했다.
24일 첫 번째로 치른 추모제에는 노사모 회원들과 일반 시민 등 7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추모제에서 프로젝트 화면을 통해 그간 노 전 대통령의 살아온 과정을 돌이키며 노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마음에 되새겼다.
제주4.3유족회도 이와 별도로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4.3유족회는 24일 오전 홍성수 회장 주재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25일부터 별도의 분향소를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4.3유족회는 25일 오전부터 제주4.3의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기념하는 4.3 방사탑이 있는 제주시 신산공원에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3유족회가 노전 대통령 분향소를 마련하기로 결정함에 때라 제주도에는 총 네 군데 분향소가 유지될 예정이다.
제주도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이렇게 깊은 애도를 표시하는 이유는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제주와 맺은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제주와 인연 각별해
지난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 당사 전국에서 최초로 치러진 제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선거조직도 가동하지 않은 채 제주노사모의 자발적 후원에 힘입어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노풍의 전기를 마련했다. 또 그해 치러진 대선에서는 제주도에서 56%를 득표해, 40%를 차지한 이회창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리기도 했다.
제주도민들로부터 남달리 큰 사랑을 받았던 노 전 대통령은 집권 후에는 강금실 법무장관,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 많은 제주 출신 인사들을 국정에 참여시켰다. 한때 청와대 행정관과 비서관이 12명에 이른 적도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제주도의 장기발전 비전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포(2005년 1월 19일)해서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가 하면,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로 출범(2006년 7월 1일)시켜 고도의 자치가 가능한 지방분권모델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보여주었다.
노 전 대통령이 제주도민들 가슴에 가장 감동적으로 각인된 부분은 무엇보다도 2003년 10월 31일 제주도를 방문한 자리에의 발표한 공식 사과였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제주4.3사건에 대해 '국가공권력이 제주도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가를 대표해 제주도민과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였다.
60년 가까운 세월동안 정부와 우익단체로부터 '빨갱이의 섬'으로 낙인찍혀 인권이 침해당하는 가운데서도 제대로 항변 한 번 못해본 4.3유족들에게 노 전 대통령의 사과는 그간의 서러움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만한 파격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날 공식사과로 인해 노 대통령은 보수단체와 보수언론으로부터 모진 비난을 받아야 했다.
지금 제주는 그간 소외되었던 변방의 섬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슬픔에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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