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대전 추모제'는 눈물과 분노가 범벅된 가운데 두 시간 진행됐다.
27일 오후 7시 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대전추모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추모제에는 6000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을 메웠다.
이날 추모제는 꽃상여를 무대 위에 올려놓는 열음굿으로 시작됐다. 꽃상여에는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이 실렸다.
"지켜주지 못한 것 미안하고/ 믿어주지 못한 것 괴롭고/ 그런데도 껄껄 웃으며 떠나니..."상두꾼의 상여소리(輓歌)에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상두꾼의 한 마디 한마디가 눈물방울로 또로록 흘려 내렸다.
뒤를 이은 대금소리는 혼을 깨우는 듯 구슬펐다. 사회자는 꽃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대금소리로 재현한 듯하다고 평했다. 때문인지 백좌 안성군씨의 대금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은 대열 맨 뒤 쪽으로 자꾸 늘어만 간다.
"우리 모두 노무현 입니다"
황재학 시인이 추모시를 통해 묻는다.
"진정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는 스스로 이렇게 답한다.
"우리 모두 노무현입니다. 편안히 눈 감으소서"붓춤을 추듯 글씨를 휘갈린 서예가 바우솔 김진호씨와 귀원 송인도씨는 대형 천에 이렇게 새겼다.
"
사랑 눈물... 부활하라! 가슴 속에" 눈물과 분노는 한 길을 오가는가 보다. 서울광장이 꽉 막히고 추모제를 위해 준비한 방송차량이 포위됐다는 서울 소식에 곳곳에서 이우성이 터져 나왔다. 항변의 목소리가 광장에 메아리쳤다.
"추모의 념(念)조차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게 정부입니까. 대체 무엇이 두렵단 말입니까"뒤를 이은 추도사의 톤이 높아졌다.
최교진 추모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대한민국 제 16대 대통령님이 스스로 역사에 몸을 던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믿을 수 없었다"며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이 땅의 권력과 검찰과 언론을 향한 분노가 치솟아 올라 욕을 퍼부어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것은 내 잘못을 덮어 보려는 비겁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우리들 자신이었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당신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우리들 자신이었다"
최 위원장은 "우리는 당신을 보내드리지 않겠다"며 "통일된 나라,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는 나라를 완성하는 날 비로소 당신을 보내드리겠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우리들 하나하나는 당신의 뜻을 마음에 나누어 간직하고, 우리 모두 노무현이 돼 당신이 시작한 역사와 한 판 싸움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의 추도사에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심전심으로 터져 나온 박수였다.
사회자가 추도사의 한 구절을 되뇌였다.
"이제는 편안히 쉬시라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당신의 뜻을 이어 우리가 벌이는 싸움터에 함께 해주시고 지켜보시고 격려해 주십시오"이날 추모제는 28일 저녁 천주교, 불교, 원불교, 기독교 등 종교인들의 합동기도회를 예고하며 밤 9시 40분 경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