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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사진] 회의를 마치고 잠시 소파에 누워 휴식하는 노무현 대통령. (2007.1.31)
 [미공개 사진] 회의를 마치고 잠시 소파에 누워 휴식하는 노무현 대통령. (2007.1.31)
ⓒ 고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 장의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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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사를 읽다가 사진 한 장에 시선이 머물렀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회의를 마치고 소파에서 잠든 사진이다. 한참을 바라 봤다. 깊게 파인 주름과 소파 한 쪽에 올린 다리는 영락없이 우리네 아버지다. 고인이 된 후,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많은 사진들이 이슈가 되었지만 이 사진은 가슴을 짠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 몇 글자 남겨본다.

'잠시 소파에서 휴식하고 있는 노대통령'이라는 사진 설명은 틀렸다. 힘이 풀려 축 처진 그의 두 손만 봐도 그는 잠들어 있다. 꽉 조여진 파란 넥타이를 풀 여유도 없이 잠든 걸까.  

아무리 한 나라의 수장이라도 밀려오는 잠은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꽉 조여진 넥타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라는 직책 때문에 흐트러질 수 없는 5년 동안의 부담의 무게로 느껴진다. 

어제도 오늘도 저는 잘 먹고, 잘 자고 있습니다

조문하러 가서 울고, 추모현장을 TV를 보며 뜨거운 마음을 달래고, 사람들과 만나면 꼭 고인에 대해 한 마디씩 한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원망도 덧붙인다. 가슴이 더욱 먹먹해질 때면 부끄러운 기사도 남들에게 내보여본다. '나 이만큼 슬퍼하고 있노라'고.

그것뿐이다. '이명박 물러가라'는 1인 시위는 무서워서 못하겠고, 봉하마을로 찾아가 하루 종일 조문객들의 조문을 돕는 부지런함도 없다. 가끔 시간 날 때면 고작 기사도 아닌, 부질없는 하소연만을 이렇게 늘어놓을 뿐이다. 

그 외의 시간은 여느 때와 같다. 졸업한 뒤 진로를 걱정하며 취업 준비를  한다. 아르바이트하며 용돈을 벌고, 친구와 나란히 앉아 4000원짜리 커피나 마시며 수다를 떨거나, 세상일은 잊은 채 느긋하게 영화를 본다.

그러다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이내 잠자리에 든다. 포근한 침대에서 그것도 아주 편안히. 이 사회 한 번 바꿔보자고 글 쓸 때는 언제고, 어제도 오늘도 잘 먹고, 잘 자고 있다.

오늘 시선을 머물게 한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은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다. 울며, 촛불만 드는 데 멈춰서는 안된다고. 꿈쩍도 안하는 이명박 정부 앞에서 아무리 외쳐봐야 소용없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된다고. 피곤함에 지쳐 잠든 고인의 모습처럼, 오늘 하루쯤은 기사 쓰다 책상 위에서 그대로 잠들 수 있을까.

여전히 사진 속 노무현 전 대통령은 파란 넥타이를 꽉 맨 채 잠들어 있다. 그를 보고 있는 내 목도 메여온다. 지금 당장 편히 쉬도록 손을 뻗어 풀어버리고 싶지만 너무 늦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blog.ohmynews.com/haimil87/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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