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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매실
 청매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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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매실이 탱탱하게 살이 올랐습니다. 통실 통실한 매실 알갱이가 싱그럽습니다. 지난 겨울 매서운 바람과 한설을 이겨내고 제일 먼저 봄을 알려주었던 꽃이었습니다. 이제는 초록 매실로 또 한 번 농부에게 기쁨을 주는 수확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할머니 (매실) 따는 방법도 가르쳐 주셔야지..."
"그냥 막 뚝뚝 따버려"
"아이고 너무 고맙소이, 다 일손이 없어갖고 요새 살것소,
"일손이 없어요?"
"동네가 작아갖고 전부 과일하지...없어"

지난 1일 광양소방서는 농촌일손 돕기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봉사활동을 할 농가는 진상면 방동마을 김다남(78) 할머니 댁입니다. 비탈진 산기슭 2000여 평 되는 논밭에 밤나무, 매화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다랭이논으로 지금쯤은 벼농사를 준비할 채비로 무척 바쁜 시기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일꾼을 얻을 수가 없어 쉽다고 생각한 과일농사를 짖는데 이 역시도 어렵다고 합니다.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시골. 농사철이 되면 옛날처럼 일꾼을 얻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할 일이라고 합니다.       

"목가지에 걸어." 천군마마를 얻은 듯 매실 담을 주머니가 달린 앞치마 착용 법을 가르쳐 주는 할머니의 모습에서는 생기가 넘쳐납니다. 수확 때를 놓치면 매실은 저절로 땅에 떨어져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매실 수확은 아무나 하나

불 끄는 소방대원도, 인명구조를 전담하는 구조대원,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응급처치를 하는 구급대원, 불 끄는 소방관, 그리고 서장님 과장님 부하직원도 일제히 앞치마를 둘렀습니다. 할머니가 미리 준비한 앞치마를 착용하고 매실 따러가는 몸놀림에서는 어색함이 묻어납니다.

김다남(79) 할머니
 김다남(79)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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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매실
 수확한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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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숲으로 들어서자 온통 초록 세상입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의 빛도 초록그늘에서 잠시 멈추어 섭니다. 이른 봄 산 녘을 온통 하얀 세상으로 만들었던 꽃송이만큼 나뭇가지 사이에는 매실이 조롱조롱 탐스럽게 달렸습니다. 한 알 한 알 손에 잡히는 매실의 느낌이 좋습니다. 매화나무 숲으로 들어선 지도 잠시 작은 포대에는 매실로 가득 찹니다.

농사일에 서툰 소방관들의 손놀림은 느리지만 여러 손이 합치다 보니 일의 성과는 놀랍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매실 수확하는 요령을 슬슬 터득되는 모양입니다. 처음 어색한 모습과는 다르게 제법 농사꾼의 여유가 보입니다.  

임무호 광양소방서 소방과장
 임무호 광양소방서 소방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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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광양은 매실이 많이 나는 산지입니다. 그래서 (농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봐서 오늘하고 내일하고 우리 서에서 100여명이 동원되어서 매실을 따주기로 되어있는데 매실은 특히 기계화가 안 되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 직접 따야 하고 그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생각이 돼서 왔습니다."

지금 시골은 보리수확과 모내기가 한창인 농번기입니다. 보리수확이나 모내기는 기계화가 되어 사람들의 잔손질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계로 매실수확을 하지 못하고 사람의 손으로 한 알 한 알 수확하는 매실수확 봉사활동을 택하였다고 임무호 광양소방서 소방과장은 봉사활동 취지를 말합니다.

오는 26일이면 정년 퇴임식을 하는 그는 소방관으로서의 마지막 봉사활동이라 감회가 남다르다고 합니다. 광양소방서에서는 매년 농사철이 돌아오면 실시하는 연례 봉사활동이라고 합니다. 봉사활동의 내용도 보리수확, 모내기, 매실수확 등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점점 다양해지는 모양입니다.

볼록한 매실 담을 주머니
 볼록한 매실 담을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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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따기 쉽습니까."
"어제 근무하고 힘들지만 이렇게 농촌의 바쁜 일손을 도와서 하루 매실수확을 해 보니까 적으나마 농민들의 힘든 것도 알 수 있고 시골에서 이렇게 근무하면서 농민들의 여러 가지 힘든 일도 체험 할 수 있어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화재진압 업무를 맡고 있는 이재인 소방대원은 농민들의 힘든 사정을 직접 체험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많은 시골주택 화재를 진압하면서 또 다른 농민들의 생활 체험은 이색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수확한 매실
 수확한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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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세 포대 매실 수확
 서른세 포대 매실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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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능숙해 지는 손놀림에 앞치마에 달린 주머니는 금방 매실로 불룩 차오릅니다. 그릇과 포대에 모인 작은 초록매실 알갱이는 앙증스럽게 보입니다. 갑자기 매실 신맛 생각에 혀끝에는 침이 고입니다.

김다남 할머니는 수확한 매실은 서울 등 대도시에 팔고 일부 남은 매실은 매실 장아찌, 매실 엑기스를 만들어 음식으로 쓴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 '매실은 평하며 맛이 시고 독이 없다. 갈증을 없애고 가슴의 열기를 없앤다.' 하여 피로회복, 배탈 예방 등 약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요즘에 농촌 일손이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매실 같은 경우에는 많은 손들이 필요합니다. 저희 직원들이 오늘 비번인데도 동원되어 가지고 이렇게 따 보니까 농촌에서 작업하신 분들이 얼마나 고생한지를 느끼게 하는 그런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3교대를 하는 소방서도 있지만 2교대 근무를 하는 노환생 구조대원은 어제 24시간 근무하고 오늘은 쉬는 비번 날입니다. 얼굴에는 피로감이 뚜렷합니다. 그러나 힘든 농촌현실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 매실수확 지난 1일 광양소방서 매실수확 봉사활동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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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u포터' '전라도뉴스'에도 송고 됐습니다.



태그:#매실, #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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