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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천성관 후보자는 평소 법질서 확립에 대한 소신이 분명한 분으로,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미래 지향적인 검찰상을 구현하는 데 적임이라고 판단해 검찰조직 일신 차원에서 발탁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월 21일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내정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로부터 25일이 지난 7월 15일, 칭찬은 이렇게 바뀌었다.

 

"검찰은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조사하는 곳이다. 검찰의 책임자가 될 사람이 다른 곳도 아닌 국회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내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천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면서 한 말이다. 마치 제3자인 판사가 피고석을 굽어보며 판결을 내리는 것 같은 태도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참 잘하시지 않는가. 어제 (천성관 후보자) 청문회 문제는 너무나 신속하고 정말 획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서 국민들을 아주 기쁘게 했다. 최근에 우리가 한 일 중에 아마 제일 박수를 받을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15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기뻐했다. 앞서 안상수 대표가 "이례적으로 지금까지 청와대가 보여주지 않던 신속하고, 국민의 뜻에 따르는 올바른 판단을 내려줬기 때문에 참으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도 어제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천성관'이라는 외적을 초기에 물리쳤다며, 기쁨의 승전보를 날리는 모습 같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사건과 무관한 듯 질책하는 MB... 비호 의원들은 사라지고, 조기사퇴만 자랑

 

하지만 '스폰서 검사'라는 말까지 유행시킨 천 후보자를 무대에 올린 것은 청와대였고, 인사청문회장에서 그를 감싼 것은 한나라당이었다.

 

'천성관 검찰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한 인사고 당연히 최종책임자도 그다. 처음에 청와대 인사라인은 사법시험 20회와 21회 인물들을 총장후보로 추천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권재진(20회) 서울고검장과 문성우(21회) 대검 차장 중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젊은 기수를 발탁해 검찰을 확 바꾸는 게 어떠냐"며 22회 인물들의 자료를 가져오라고 했고, 결국 천성관 후보자로 결정됐다. 전임 임채진 총장과 3기수 차이가 나는 파격인사였다.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검찰총장에 지명한 것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고, 청와대도 "(기수가 아니라 실력을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스타일이 반영된 파격 인사"라고 적극 홍보했다.

 

 이명박 대통령(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자료사진) ⓒ 청와대 제공

하지만 천 후보자는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3년 이후 청문회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한 최초의 인물이 됐다. 총장과 차장이 모두 공석인 것도 검찰 역사상 처음이다. 그래서 검찰에게 지금 상황은 '사태'다. 그런데 사태의 책임자는 질책만 할 뿐 다른 말은 없다.

 

인사는 만사(萬事)다. 그래서 어렵고,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책임 소재는 명확해야 한다. 청와대 스스로 이 대통령이 직접한 인사라는 것을 다 알린 상황에서, 민정수석에게만 책임을 묻고 넘어가는 것은 면구스러운 일이다. 민정수석실의 검증팀이 검사 중심이기 때문에 차후에 모셔야 할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검증에 소극적이었을 수도 있지만,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인사라는 점이 오히려 검증의 장애물이 됐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의혹과 비판이 쏟아지는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천 후보자를 비호한 것은 한나라당의 검찰 출신 의원들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는데 왜 결혼식 청첩장 안 돌리고 그렇게 했어요, 하면 수억 원의 부조금 들어올 텐데. 그러면 빚도 갚고 제네시스 승용차도 사고했을 텐데 왜 바보처럼 연락 안 했습니까?"(주성영 의원)라는 발언은 거의 '어록'수준이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사태수습에 나선 것을 평가받으려면, 먼저 이런 행태들에 대해 입에 발린 사과라도 했어야 한다.

 

"내 잘못인데, 나는 징계절차도 없고 난감하다"고 사과했던 노무현

 

노무현 정부 때도 재산 문제 등으로 고위공직자들이 사퇴하는 일이 많았고, 인사시스템과 인사 무능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 하지만 당시의 대응방식은 이 정부와는 달랐다.

 

2005년 1월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재산문제와 아들의 부정입학 문제로 임명 57시간 만에 사퇴하자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했고, 김우식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추천회의 멤버 전원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일괄사표를 냈다. 최종적으로는 박정규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이 경질됐다.

 

이어 신년기자회견에서 "최종판단은 내가 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나는 징계절차도 없고 난감하다. 그래서 우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내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인사청문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여기에 한나라당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장관급 인사들에 대한 인사청문제도가 만들어졌다.

 

같은 해 3월에도 이헌재 부총리가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물러나자, 분명하게 진위를 밝히겠다는 뜻과 함께 "참으로 송구스럽고 괴롭고 부끄럽다"고 사과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수석비서관 차원에서 천 후보자 사건을 덮고 가겠다는 것은, 자신들이 자랑하는 신속한 조치가 '쇼'라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줄 뿐이다. 또 이 대통령이 아무리 '친서민'과 '소통'을 강조해도, 자신을 저 먼 하늘에서 국민들을 굽어 살펴주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내줄 뿐이다.


#이명박#천성관#인사,청문회,검찰,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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