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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의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침해와 광장공포증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서울광장 경찰버스 봉쇄가 이어지고 있고, 서울시는 문화행사 이외에는 사용 제한을 내걸었습니다. 광장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시민사회와 야당은 광장의 위기에 맞서 주민직접발의라는 직접민주주의의 방법으로 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찾아오는 서울광장조례개정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광장을 열어라'는 주제로 공동기획을 진행합니다. 독자여러분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2004년 5월1일 오전 공식 개장한 서울시청앞 잔디광장 '서울광장'.
2004년 5월1일 오전 공식 개장한 서울시청앞 잔디광장 '서울광장'. ⓒ 권우성

필자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의원으로 활동했었는데, 이 시기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은 매년 굵직한 서울시책 사업을 추진하면서 재임기간 동안 엄청난 속도로 서울시민들의 삶을 흔들어놓았다.

시민들은 시장의 '속도전'에 울렁증이 날 지경이었는데, 그 수많은 일들이 시민들의 뜻이었기보다는 시민을 앞세운 시장의 뜻이었고 시민합의에 기반하기보다는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었다. 비판하는 시민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 소수의 불만세력으로 치부되었을 뿐이었다.

서울광장은 이명박 시장의 행정스타일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여준 사건이었고 4년간 지속된 울렁증의 시작이었다. 잠시 당시의 일들을 더듬어 보자.

임시로 깐 잔디가 상전 된 광장, 희극인가 비극인가

서울광장은 2002년 이명박 시장이 취임과 동시에 시청 앞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추진되었다. 전문가들로 광장조성위원회를 구성했고 광장설계안 현상공모도 실시했다. 그 결과 2003년 1월, 서현 교수의 '빛의 광장'이 당선안으로 선정되었다.

여기까지는 잘 나갔다. 그런데 그 이후 서울시는 이 설계안에 대해 '기술적 검토'라는 이유로 시공을 연기했고 돌연 그해 12월 광장조성위원회와 당선자들을 모두 배제한 채 시장정책보좌관회의를 열어 당선안을 취소하고 '2004년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 일정에 맞춰 '임시 잔디광장'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광장바닥에 2003개의 LCD모니터를 깔아 야간에 빛의 축제를 하고 벤치와 자전거트랙, 인라인 트랙 등 문화시설을 만들며 노천카페, 벼룩시장 등 생활과 문화가 융화된 교류의 장을 만들겠다"는 빛의 광장은 졸지에 날아가 버렸다. 당시 서현 교수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무대에 올라갈 줄 알았던 배우가 갑자기 극장 밖으로 쫓겨난 기분"이라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왜 안 그랬겠는가. 그렇게 맘대로 할 거였으면 뭐하러 위원회는 꾸리고 현상공모는 왜 했더란 말인가. 

정작 문제는 절차보다도 광장에 잔디를 깔겠다는 발상 자체였다. 광장이란 시민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서울시는 잔디를 깔고 나서 잔디보호를 위하여 시민들의 광장출입을 통제했다. 매주 월요일은 광장휴식일,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동절기 잔디보호 기간, 대규모 집회나 행사가 있은 뒤 며칠은 잔디안식일, 뭐 이런 식으로 시민출입을 통제했다. 

광장 개장 1년 뒤쯤 따져보니 시민들의 광장출입이 통제된 기간은 1년에 7개월이나 되었다. 게다가 잔디보식비로 1년에 1억 8000만원, 관리인력 인건비로 7700만원, 비료, 영양제 등 총 예산 3억 2600만원이 들었다. 이쯤되면 잔디는 과히 광장의 상전이었던 셈이다. 잔디를 상전으로 모시는 광장, 잔디에게 광장을 빼앗긴 시민들의 이 슬픈 이야기가 이명박 시장이 좋아하는 외국사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이것이 희극인지 비극인지 몹시도 헛갈릴 뿐이다.

태생부터 위법인 '서울광장조례'

 2004년 6월25일 저녁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경제살리기 위한 6.25 비상구국기도 및 국민각성대회'가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004년 6월25일 저녁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한미동맹 강화와 경제살리기 위한 6.25 비상구국기도 및 국민각성대회'가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점입가경이라고, 조례 만드는 과정이 딱 그랬다. 잔디광장 개장 3일 뒤 제정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는 아예 법까지 위반한 내용이었다. 당시 필자는 이 조례의 제정을 반대하는 유일한 서울시의원이었는데, 조례를 폐기하든지 전면 재검토하라는 반대토론을 했었다. 

그 이유는 조례가 명백히 집시법을 위반하는 내용이었고, 광장조성목적을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으로 제한하여 정치적 집회나 시위를 막아보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자의적으로 사용을 허가하거나 불허하는 권한을 가져, 조례보다 상위법인 집시법의 신고규정을 하위법인 조례가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법적 상황이 예견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1㎡당 10원, 시간당 13만원의 사용료를 받겠다는 규정까지 두고 있는데 사용료를 징수할 아무런 근거도 없는 조례였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례는 재석의원 62명 중 찬성 54명, 반대 1명, 기권 7명으로 가볍게 통과되었다. 당시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전체 102명이었는데 한나라당이 87명, 민주당이 14명, 그리고 필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명박 시장과 같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렇다 치고 민주당 의원들은 왜 한명도 반대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의문스러운 일이다. 

조례가 통과된 이후 서울시의 광장운영은 예견대로 매우 자의적이고 편의적이며, '정치적'으로 운영되었다.  노숙인 의료비 증액을 요구하는 연대 한마당은 불허하고, 행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인권활동가 등 3인을 고발했다. 그러나 '한미동맹 강화와 경제살리기를 위한 6·24 대강성 비상구국기도회'는 허용했다.

'민족민주열사 합동추모제'는 서울광장 조성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허했지만 이와 유사한 성격의 '군경의문사희생자를 위한 추모제'와 'KAL 858기 실종사건 추모제'는 허용했고, '사학법개정 촉구집회'나 '수도이전반대 결의대회' 등 정치적 목적을 분명히 하는 보수단체들의 집회는 '광장조성 목적에 맞지 않아도' 수도 없이 개최되었다.

이렇듯 서울시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행위가 계속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2006년 5월, '서울시의 서울광장에 대한 자의적 사용허가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 및 광장사용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에 이르렀으나 서울시는 아직까지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서울광장, 시민은 돈 내고 서울시는 공짜로 쓰고

시민에게 돌려준다던 서울광장을 서울시가 앞마당으로 사용했었다는 사실은 지난 6월, 진보신당, 문화연대, 인권운동사랑방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밝혀졌다. 2004년 5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660건의 행사 중 66.3%가 사용료를 내지 않은 행사였는데 이중 53%가 서울시 주관행사였고 나머지는 타 행정기관이거나 서울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사회단체 등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광장을 돈 내고 쓰는 것은 세금을 낸 시민들뿐이었다는 것이고 시민들의 돈으로 만든 광장을 서울시만 '공짜로' '언제든지' '마음대로' 써왔다는 것이다.  

서울광장을 사유지쯤으로 생각하는 서울시의 태도를 보여주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하나, 서울시는 2004년에 서울광장을 시청본관의 부속건물로 만드는 도시계획시설변경을 추진한 바 있다. 그동안 교통광장으로 명명되던 서울광장을 시청본관과 더불어 하나의 '공공청사'로 규정하고 "집회 및 시위에 따른 일반시민들의 이용불편과 시설물 훼손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다.

도시계획시설을 변경한다면서 명확히 규정된 '일반광장'도 아니고 '중심대광장'도 아닌 '공공청사'로 변경하려고 했던 것은 광장을 시청의 부속물로, 서울시의 독점, 사유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다행히 의회의 반대로 이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그동안 광장을 독점하고 사유물처럼 운영해온 서울시가 광장을 명시적으로 독점할 근거를 공고히 하려 했다는 점에서 광장에 대한 서울시의 태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의 서울광장 모습.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의 서울광장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또 하나, 서울광장을 재벌에게 팔아넘긴 일이다. 2006년 월드컵 당시 서울광장에서의 응원전 독점권을 SKT컨소시움(SKT, KBS, SBS,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에게 총 147억원을 받고 팔았던 일이다. 이 일을 두고 현대판 봉이 김선달, 광장의 상업적 독점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SKT컨소시움 측은 "서울광장을 모든 단체와 기업에게 완전히 개방하는 한편 브랜드명이나 기업명도 노출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서울시측은 "적법한 절차"라는 입장만을 고수했다.

광장 조례에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데, 서울광장의 하루 사용료는 472만원이지만 서울시가 받은 돈은 147억이었고 이 중에는 하이서울페스티발 기부액으로 30억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서울광장을 사유지쯤으로 생각했으니 시민의 공간을 재벌에게 팔아넘기는 발상도 가능한 거 아니었겠는가.  

감시의 사각지대, 서울시를 견제하자

서울광장의 잔디는 걷어내야 하고 조례는 폐기되어야 한다. 광화문광장, 세운녹지광장, 청계광장들과 함께 일괄적인 광장운영조례를 만들거나 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구성해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의 역할은 각 행사의 교통정리, 관리자로서의 최소한의 역할로 축소되어야 한다. 더욱이 시민에게만 사용료를 받는 사용료규정은 즉각 없애야 한다. 아니면 서울시도 똑같이 돈을 내고 사용하던가.

서울시민의 공복으로 일하라고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시장과 행정기관이 시민위에 군림하고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행정으로 시민의 시설을 독점하고 위법적인 조례까지 만드는 행위는 이제 끝나야 한다. 이런 상황은 모두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 개입이 부족한 지역정치현실 때문에 발생한다.

시민들은 먹고 살기 바쁘고 서울시 살림을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뽑아놓은 시의원들은 시장과 같은 당이 다수이다 보니 공모하기 바쁘고, 서울이라는 특수성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의 관심과 노력은 서울보다는 중앙정부와 국회에 집중되는 현실 속에서 서울시의 안하무인격인 행정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광장조례를 주민의 힘으로 개정하자는 운동이 조례만 개정할 것이 아니라 일방통행의 서울시를 견제하고 개입하기 위한 시민의 힘을 조직하는 운동으로 나아가야하는 이유이다.

☞ 서울광장 사용권리 되찾기 주민조례개정운동 사이트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 심재옥 기자는 전 서울시의원이자 진보신당 서울정책위 준비단장입니다.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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