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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사진) 지난 7월 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자료 사진) 지난 7월 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남소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7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전날 공보관은 EBS 사장 선임 문제로 기자들과 대화를 원한다고 팁을 주었다.

그러나 기자들은 의아해 했다. 지금 웬 EBS? 일부 기자들은 "우리 회사에서는 EBS를 단독꼭지로 다룬 적이 없다"며 "아무래도 문화부로 아이템을 전달해야겠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당일 기자간담회에서 EBS 신임 사장의 조건을 강조했다. 국내에서 교육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EBS의 위상이 너무 낮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사교육비로 21조 원이나 쓰고 있고, 전 국민이 과외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정작 EBS의 사회적 역할은 크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EBS의 뚜렷한 성과가 뭐냐고 볼멘소리를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골자는 뒤에 있었다. KBS 신임 이사진의 역할과 종합편성채널(PP)에 대한 정부지원 등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최 위원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평소 생각을 쏟아냈다.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장악 시나리오가 단계별로 추진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이 이날 강조한 바는 크게 세 가지다. ▲KBS1, KBS2, EBS를 묶는 'KBS그룹'의 필요성 ▲종합편성채널(PP)의 전폭적 지원 ▲엄기영 MBC 사장의 진퇴를 포함한 방문진 이사들의 소신 있는 활동 강조.

양문석 "공영방송법으로 정치권력의 간섭 제도화"

최 위원장은 "KBS그룹을 만들어서 일반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가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들이 공정한 뉴스를 원할 때 KBS를 틀면 색깔이 없는 뉴스를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민영방송은 각각의 컬러대로 하고, KBS는 따로 떼어내는 게 좋겠다"며 "이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한나라당이 가을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공영방송법과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은 공영방송법을 만들어 KBS1, KBS2, EBS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국영방송'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이 대놓고 "KBS는 영국의 BBC처럼 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은 이 같은 한나라당과 정부의 의도에 대해 "KBS 국영화를 통한 방송장악 음모"라고 비판했다.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한 공영방송법이 자칫 '제2의 미디어법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이 때문에 나온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공영방송법이 결과적으로 ▲KBS에 대한 정치권력의 무제한적 간섭 제도화 ▲KBS2와 MBC의 사영화 ▲KBS와 EBS 통폐합으로 인한 교육방송 고유기능 저하 등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 같은 시민사회의 우려에도 이 법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또 한번의 미디어전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종편에 국민세금 대라? 뻔뻔한 조선일보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정부지원은 오래 전부터 검토돼왔다. 헌법재판소에 '언론법 권한쟁의심판'이 청구된 상태지만, 최시중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 미디어법을 기정사실화 하고 시행령을 마련해 종합편성채널(PP) 지원을 강조했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동아일보> 기자가 "신규로 진입한 종합편성채널을 위해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할 것인가"라고 묻자, 최 위원장은 "세제지원이나 채널번호 선정 등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미 <조선일보> 등이 1개면씩 털어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정부지원(세제혜택, 광고확대 등)을 요구"한 이후, 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날 때마다 "새로 뛰어드는 사업자들을 정부가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책사업 수준에서 도움을 주겠으니 안심하라는 신호 같았다.

때를 같이해 종합편성채널 진출 의지를 공식화한 언론사들은 앞다퉈 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8일치 1면에, <매일경제>는 사설로 썼다.

<조선일보>는 28일치 1면 하단 2단 기사로 '종합편성채널, 세제 등 최대한 지원'이라고 제목을 박았고, <매일경제>는 "정부가 종편 채널을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는 지상파 3사인 KBS MBC SBS의 독과점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것"이라며 "후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 (정부가) 어느 정도 혜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썼다.

자사 이익에 매우 충실한 보도다. 노무현 정부 내내 시장주의를 강조하면서 의료나 사회복지 등 공공서비스 영역을 모두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언론들이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만큼은 유일하게 "정부의 공공지원"을 주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민간회사가 민간자본으로 추진하는 민영방송사업에 국민세금을 쏟아부어 정부가 지원할 이유는 없다. 새로 시작하는 민영사업마다 정부가 지원하기 시작하면 그 예산은 말도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편 진출에 나선 신문사들이 대놓고 정부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뻔뻔한 일이다. 이처럼 뻔뻔한 언론과 손잡고 국민세금을 쓰겠다고 공포한 최시중 위원장은 과연 국민을 생각하는 공직자인지 묻고 싶다.

EBS 통한 친서민 교육정책은 레토릭

 (자료 사진) 지난 8월 13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자료 사진) 지난 8월 13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 권우성
이날 최 위원장은 평소 지론대로 "MBC 정명론"을 강조했다. 방문진 이사들은 "엄기영 MBC 사장의 진퇴를 포함해 MBC가 국민의 전파로서 합당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소신 있게 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의 행보를 전폭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김우룡 이사장은 선임 직후 <PD수첩> 등 MBC 간판프로그램에 대해 편향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영진 흔들기에 나섰다. MBC노조는 이를 두고 "뉴라이트 점령군"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KBS그룹을 통한 국영방송화, MBC 민영화, 종합편성채널 특혜주기는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장악 3종 세트다. 최시중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디어장악 3종 세트를 공고화하고 알리려고 했음이 분명하다. EBS를 강조한 것도 이 맥락이다.

현란하게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지만 본질은 변한 게 없다. 아니, 일종의 확인사살이었다. 좀 더 강고한 미디어 장악에 나서겠다는. 결국 최시중 위원장이 이날 밝힌 "사교육비 21조 원" "부모와 학생들의 과외공포" "EBS를 통한 친서민적 교육정책" 등은 화려한 레토릭에 불과했다.


#최시중#친서민 교육정책#EBS#MBC#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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