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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4코스

 사람들은 그 길을 죽음의 올레라 불렀다. 제주시에서 동쪽 우회도로를 따라 60㎞, 남쪽으로 태평양과 연하여 드넓은 백사장을 가진 서귀포시 표선, 표선 당케포구는 제주올레 4코스의 출발지점이다. 제주올레 4코스는 당케포구에서 남원포구까지로 23km로 제주올레 코스 중 가장 긴 올레이다.

 

 제주올레 4코스는 표선 당케포구 잔디구장-방애동산-해비치호텔.리조트 앞- 갯늪-거우개-흰동산-가마리개(5.5km)-가마리해녀올레-멀개-가는개-토산 바다산책로(9km)-토산 새동네-망오름(11km)-거슨새미-영천사(노단새미)-송천 삼석교(14km)-태흥2리 해안도로-햇살좋은 쉼터(21.5km)-남원해안길-남원포구로 23km이다. 소요시간은 6-7시간.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가마리 해녀작업장(세화2리)을 통과 하니 오르막으로 이어졌다. 10여개의 계단을 올라가자, 폐타이어로 복원된 산책로에 감국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그리고 자갈길이 이어졌다. 담팥수나무와 해송이 숲을 이룬 숲길은 올레꾼들을 호위하고 있는 듯 했다. 바다를 낀 숲길, 확-트인 바다는 그야말로 제주올레 4코스만의 보너스가 아닌가 싶었다.

 

 저 바다를 왜 '멀개'라 했을까?"

 

 11월 15일 11시 10분, 배낭에서 사과 1개를 꺼내 반으로 잘라 낯선동무에게 주었다. 길을 걸으며 우지직-씹어 먹는 사과의 달콤새콤함은 '멀개'로 이어지는 올레길 만큼이나 향긋했다.

 

  "저- 바다를 두고 왜 '멀개'라 했을까요?"

 

 서울토박이 낯선동무에게 이런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그녀는 내가 가리키는 바다만 바라볼 뿐이었다. 어떤 아름다운 풍경에서도 감탄사를 보내지 않는 그녀에 비해, 나는 너무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그녀의 속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멀개란 '아무것도 없는 멀건 바닷가'라는 말이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제주의 어느 바다가 '아무것도 없는 바다'란 말인가? '멀개' 주변 갯바위에 낚시꾼들이 바다 사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멀개'는 분명 바다의 보물이 아닌가. 특히 갯바위에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 갯바위에 붙어있는 보말을 잡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었다.

 

 바다가 가느다란... '가는개'

 

 멀개를 지나자 가는개(해병대길)라는 푯말이 나타났다. 바위 벼랑 아래 보이는 바다가 바로 '가는개'였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2리 남쪽 바닷가↔토산2리로 이어지는 '가는개'는 '바닷가에 소하천이 형성되어 바다가 가느다랗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이곳은 잡목이 무성하고 대나무 숲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나무 숲은 정갈하게 정비되어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로 단장한 흔적의 길이었다. 더욱이 대나무 숲을 빠져나가면 그야말로 바윗길이 이어진다. 이 바윗길을 걸어본 사람들이라면 편편하게 조성한 바위올레를 기억할 것이다.

 

 해병대 길, 바위와 야생화 전시장

 

 그 길을 '해병대 길'이라 부르는 이유는 '가는개' 앞바다에서 샤인빌 리조트까지 이어지는 숨겨진 길을 제주지역방어사령부 소속 93대대 장병들에 의해 친환경적으로 조성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해병대 길'을 걷다보면 바위틈에 자생하는 야생화들의 무리는 바다와 어우러져 아주 아름답고 호젓한 산책로 같다.

 

 우리는 해병대 바위 길을 걸으며 돌탑을 쌓았다. 자갈길과 검은 바윗길로 이어지는 해병대올레는 장병들의 땀이 고인 길이었다. 그들의 노고가 아니었다면 많은 올레꾼들이 울퉁불퉁한 바윗덩어리를 밟고 걸어야만 했을 것이다. 바윗길의 폭은 1.5m 정도로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다.

 

그 길은 입동에 지났음에도 에 감국, 억새, 털머위로 가을을 장식했다. 야생화의 전시장이라고나 할까.

 

 숲 터널, 바위구멍 뚫고 네발로 기어올라

 

 구멍 숭숭 뚫린 바위에 걸터 앉아보았다. 갯바위에 앉아 바라보는 '가우개'는 그리 넓지 않은 바다였다. 오른쪽 벼랑에서는 금방이라도 바윗덩어리가 우르르 떨어질 것 만 같았다.

 

  '해병대 길'의 절정은 숲 터널과 바위사이로 난 작은 공간을 통과해야 한다. 그야말로 네발로 기어 올라가야 하는 올레길이다. 그 바위를 더듬거리며 기어 올라가니 또다시 숲 터널이 이어졌다.

 

 길을 걸으며 느끼는 오장육부의 꿈틀거림

 

 "누가 이 길을 만들었을까요?"

 

 낯선동무는 마스크를 벗더니 말문을 열었다. 어떤 대답이 필요할까. 나는 할말을 잃었다.길은 지천에 깔려 있다. 그리고 사람이 다니면 길이 된다. 길은 누가 만들었는가도 중요하지만 누가 걷느냐는 것도 참 중요하다.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나무 숲에 오솔길을 만들고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바위를 평평하게 골라 바윗길을 만들어 인간으로 하여금 걷게 만든 제주올레, 사람들은 이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오시록한 오솔길에는 낙엽이 떨어졌다. 운동화 발로 낙엽을 제치며 걷다보니 자유가 느껴졌다. 그리고는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라며 반문하게 되었다.

 

 소금기 머문 해녀 올레의 쓸쓸함, 울퉁불퉁한 바위올레의 긴장감, 대나무 숲 올레의 한적함, 해안올레의 시원함. 길을 걸으며 맛보는 오장육부의 꿈틀거림의 느낌이 바로 길을 걷는 자의 걷고 행복이 아닐까.

 

 해병대 길을 빠져 나오자 피라칸사스 나무에 달린 콩알 만한 빨간 열매가 올레꾼들에게 또 하나의 행복을 선물한다. 주렁주렁 달린 빨간 피라칸사스 열매는 내 가슴을 뛰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보물착기 하듯 떠나는 제주의 구석구석

 

 당케포구에서 토산 바다산책로까지는 9km, 토산 포구에 도착했을 때 서너 척의 작은 어선이 11월의 정오를 맞이하고 있었다. 낯선 동무는 배낭에서 감귤 두 개를 꺼내더니 내손에 쥐어주는 것이었다. 제주토박이는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제주에 애착을 가진 제주인 이지만 어찌 제주의 구석구석을 모두 알 수 있을까.

 

 보물찾기 하듯 제주올레 마크와 푸른 리본, 파란 화살표를 쫓아 토산 새동네로 향하는 낯선동무 어깨 위에 겨울 햇살이 내려앉았다.

 

덧붙이는 글 |  제주올레 4코스 걸을 때 주의 점: 제주올레 4코스는 제주올레 코스 중 가장 긴 코스입니다. 이 코스중에는 점심 해결이 어려우니 간식이나 개별 점심을 준비하는게 좋습니다.  특히 우천시를 대비해 우비를 준비하는 것도 좋겠고, 겨울철에는 따뜻한 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중산간올레에 접어들 경우 비상시를 대비에 4코스 올레지기 연락처를 알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겨울철 올레걷기는 해가 빨리 저뭅니다. 최소한 오후 5시 이전에 걷기를 마쳐야 합니다.이정표를 볼수 없어 길을 잃을수 있습니다. 특히 제주올레 4코스 중산간올레에서 야생화나 약초를 함부로 따 먹는일이 없도록 조심하세요.

  * 제주올레 4코스는 해녀의 삶이 묻어 있는 가마리해녀올레와, 토산리 바다 해병대길. 오름올레 망오름, 물이 거슬러 올라가는 거슨새미와 감귤올레,그리고  태흥2리 해안올레의 억새장관을 연재합니다.


#제주올레4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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