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보상은 받아야하지만 그렇다고 생계까지 마다하고 요구할 수는 없지 않느냐. 하지만 벌이가 신통치 않아 피해보상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반도의 특성상 농업과 어업을 병행해 삶의 터전을 일구어가고 있는 태안 주민들에게 지난 2007년 12월 7일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악몽으로 남아있다. 매년 수십 만 명의 피서객이 찾는 태안의 명소 만리포 북서방 6마일 해상에서 삼성중공업 예인선과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했고, 이로인한 원유유출사고로 태안주민들은 평생 동안 일구어 온 삶의 터전을 일순간에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피해주민들은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정부와 삼성, 현대에 대한 절규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사고 후 2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피해주민들에 대한 배·보상은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피해보상 어디까지 진행됐나 이러한 지지부진한 피해 배·보상과 관련, 피해주민들의 관심은 오로지 '기름유출사고 2년이 지난 시점에서 피해보상은 어디까지 진척되고 있는지'에 쏠릴 수밖에 없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피해보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지난 2년간 기름유출의 후유증으로 힘겨운 생계를 꾸려왔던 피해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충남도와 태안군 등에 따르면 태안유류사고로 인한 피해 신고 건수는 12만6310건으로 피해액만 해도 무려 3조5천억원에 이른다. 이중 유류사고 중심에 있는 태안의 경우 피해 건수가 2만5511건이나 접수됐고 피해액도 1조684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1월25일 기준으로 IOPC에 신고된 청구건수는 2만3820건 5천여억원(수산 1만8809건 4013억원, 비수산 5011건 990억원), 제한채권은 2만5511건에 1조 6840억원(수산 1만9215건 7600억원, 비수산 6296건 9233억원)에 이르고 있는 반면, IOPC의 보상건수는 310건 34억원이 사정돼 이중 135건에 21억원 정도만 보상금을 수령한 상태다. 피해주민 대다수가 어민임에도 불구하고 수산분야는 피해사정 절차가 까다로워 사정완료된 10건(보상액 3억9천여만원) 중 단 1건(보상액 6백만원)만 처리된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제대로 된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피해보상이 전무한 맨손어업의 경우 사고 이전 신고자와 농식품부에서 마련한 사정기준에 적합한 경우만 인정해 신고자 7380명에 비해 절반 수준인 3710명만이 선정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요소도 피해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에 대부분 주민들이 노인들이라, 피해를 입증할 자료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 10월 12일부터 16일까지 영국 런던의 IMO(국제해사기구)에서 우리나라 정부대표단 18명 등 44개국 회원국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46차 집행이사회에서 연매출 2400만원 이하의 영세 민박업자에 대해서 소득추계방안을 적용하여 피해배상하도록 합의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태안군 관계자는 "입증자료가 미비한 피해민의 경우 사정지연 및 배상금 수령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요식업 등 무자료 피해주민에 대해서도 소득추계로 신청한 피해배상 청구서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속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조업제한 기간에 대한 타결과 맨손어업자 피해배상, 무자료 피해주민 배상,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지원 등 주요쟁점사항을 조기에 타결하여 원활한 배상업무가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IOPC간 조업제한 기간 의견차 배상 지연 원인 유류유출 사고 후 2년이 지났음에도 피해 배·보상이 지연되는 이유는 피해지역이 방대하고 사고 직격탄을 맞은 태안의 피해건수가 2만5천여건인데 반해 전국적으로 집계된 피해건수가 12만6천에 이르러 피해입증자료 준비와 실제 피해사정 등으로 사정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있지만, 정부와 IOPC간 조업제한 기간에 대한 의견차도 배상 지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 열린 지난 제46차 집행이사회에서도 조업제한 기간과 관련해 정부와 IOPC펀드간 최소 1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의견 차이가 발생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양자협의를 통해 조율해 나가기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정부는 IOPC측에 조업제한 조치가 이루어진 시점을 보상시점으로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IOPC측은 과학적 정보에 따른 기간만을 인정한다는 입장이기 때문. 이와 관련 태안군 관계자는 "수산분야의 경우 기금측과의 조업제한 해제 시점의 결정문제로 사정이 지연되고 있으나, 원만한 타결이 될 경우 빠르게 사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보상이 저조할 경우 국제기금과 합의보다는 소송을 통해 배상문제를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안에서 기름유출사고가 난 지 2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피해주민들은 피해보상 한 푼 받지 못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피해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었던 희망근로마저 끝이 난 시점에서 언제 걷힐 지 모를 안개 속 길을 가고 있는 피해주민들에게 올 겨울은 더욱 춥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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