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우근민 전 제주지사를 만나 민주당으로의 복당을 요구한 가운데, 민주당 중앙당의 결정에 대한 반발 기류가 제주도내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서울에서 한명숙 전 총리의 출판기념회가 열리던 비슷한 시간에 김민석 최고위원이 제주를 방문해서 제주칼호텔에서 우근민 전 지사와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날 만남의 취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민석 최고위원은 "중앙당 지도부의 의견을 모아 우근민 전 지사에 대해 복당을 정중히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김민석 "우근민 전 지사는 가족 같은 분, 민주당 복당이 마땅"이날 김 최고위원의 발언 내용은 우 전 지사에게 날개를 달아줄 만했다. 지난 2004년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 최종 판결을 받아 도지사직을 상실한 이래로 우 전 지사는 6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복당과 지사직 출마를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김 최고위원은 우 전 지사에 대해 "원래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에서 도지사로 당선된 분으로, 이념과 정신이 맞는 가족과 같은 분이다"라며 "안타까운 공백 기간이 있었지만, 지방선거에 임박해서 다시 당에 복귀시키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김 최고위원이 우 전 지사의 당적을 거론하면서 언급한 "안타까운 공백 기간"이란 우 전 지사가 2002년 선거 직전 선거법 위반과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후, 대법원에서 이들 사안에 대해 확정판결을 받아 도지사직과 당원 자격을 잃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정계와 거리를 두게 된 기간을 이르는 말이었다.
지난 2002년 1월, 도내 여성단체들은 당시 우근민 지사가 모단체장으로 있던 여성을 도지사 집무실에 불러 "선거 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과정에서 그 여성의 가슴에 손을 넣는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시 이 사안은 지자체 선거에 주요쟁점으로 부상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법원과 여성부로의 고소·고발로 비화되었다. 피해여성과 여성단체는 우근민 당시 지사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신고했고, 우 지사 측에서는 피해여성과 여성단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2002년 제주를 뒤흔든 '우근민 성희롱 사건'사건 당사자들은 여성부와 법원을 오가며 오랜 공방을 이어갔다. 그리고 2002년 7월, 여성부(당시 한명숙 장관)는 이 사건을 성희롱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며 당시 우근민 지사에게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피해여성에게 금전적으로 보상라고 권고했다. 그리고 2004년 4월에는 대법원이 이 사건외 별도 건을 선거법 위반(유사기관 설치, 사전선거운동 및 기부, 허위사실 공표 등)으로 판결하여 300만 원 벌금형 확정과 더불어 도지사직을 박탈했고, 2006년 12월에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이 사안을 '성희롱'으로 결론지었다.
26일 김민석 최고위원이 제주도를 방문해서 우근민 지사와 단독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내 일각에서 민주당 중앙당의 처사에 대해 비난이 일기 시작했다.
제주도당을 이끌고 있는 김우남 의원이 가장 먼저 불쾌감을 표시했다. 27일 민주당 도당이 제주들불축제가 열리는 새별오름에서 개최한 WCC제주총회 지원 행사에 참사해 당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는 자리에서 "이런 당내 분위기에서 도당위원장 하기 정말 어렵다"며 중앙당의 처사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연휴가 끝나자 도내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민주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3월 2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는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서귀포여성회 등 여성단체들을 비롯하여 1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우 전 지사에게는 "도지사 출마를 포기하라"고, 민주당 지도부에게는 "우 전 지사의 복당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우근민 전 지사가 "성희롱 행위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라" "불필요한 송사로 도민의 혈세를 낭비"하였으며, "2004년 4월27일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혐의로 인한 벌금 300만원 확정으로 중도에 지사직을 상실하여 재선거를 치르게" 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우근민 전 지사가 진정 제주사회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도지사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 "민주당은 우근민 복당 추진 즉각 중단해야"또, 민주당을 향해서는 "우근민 전 지사가 심각한 도덕적 결함에도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자 민주당에서는 우근민 전 지사의 복당을 구걸하고 있다"고 진단한 후, "선거법 위반 경력과 반여성적인 결함이 있어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다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이 민주당이 6.2 선거 공천 전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우근민 전 지사의 복당을 허용한다면 민주적 대안정당으로의 이미지는 고사하고 '성폭력 용인 정당'이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우근민 전 자사에 대한 복당 추진을 중단하고 지방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도덕적 검증을 철저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우근민 전 지사는 2일 민주당 복당과 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보도자료를 통해 3일 오전 11시 민주당에 복당하고 4일 오전 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힌 것.
한편, 지난 달 김태환 제주지사가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제주지사 선거는 이전보다 한 층 더 복잡해진 양상이다. 우선 김 지사의 측근으로 통하는 강택상 제주시장과 고계추 제주개발공사 사장 등이 김 지사의 후광을 업고 도지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들은 공히 한나라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또, 지난 도지사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고 출마했다가 김태환 후보에게 석패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도 도지사 출마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태다. 현 전 회장이 가세할 경우 한나라당에는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 김경택 전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을 포함해 총 5명의 후보들이 도지사 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당에서는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사장이 홀로 출마선언을 한 상태이지만, 김우남 도당위원장의 출마 선언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만약 우근민 전 지사가 민주당에 복당하게 될 경우, 민주당은 두 명 내지 세 명의 후보가 도지사 후보가 되기 위해 당내 경쟁을 치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