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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원희룡 의원이 '새로운 보수, 대한민국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5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원희룡 의원이 '새로운 보수, 대한민국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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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틀릴 수 있고, 상대방도 나만큼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급적 균형을 잡아가면서 합리적인 사람들이 영향력을 넓혀나가야 한다. 건강한 보수와 진보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은 바로 합리성이 될 것이다."

25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의 강사로 나선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건강한 보수'의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건강한 보수의 연합된 세력의 힘으로 15년 이내에 집권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에 이어 '여야 신 40대 기수론' 두 번째 강사로 나선 원 의원은 '새로운 보수, 대한민국의 길'이라는 주제로 자신이 생각하는 '건강한 보수'의 집권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날 모인 100여 명의 수강생들 중에는 '원희룡이 보수세력의 주류가 될 수 있느냐, 반대로 주류에 동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한 이가 많았다. 한 수강생은 "'보수의 집'을 장식하는 한 송이 꽃은 아니냐"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나는 주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편입되거나 동화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건강한 보수를 규정해 놓는 것"이라며 "권력을 위해 숱하게 변신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못될 뿐 아니라 되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이 집권하는 것보다는 세력의 집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내가 반드시 있어야 할 정치적 역할에 내 관심을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힘은 외부로부터 나오는데, 그것은 국민"이라며 "국민이 나의 꿈으로 대리만족하면서 '저 사람으로 인해 내 이해관계도 달라지겠구나' 할 수 있도록 화두를 던지고 많은 국민의 마음이 공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나 스스로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운동권 386'의 변신 "보수에 발을 두고 팔 벌려 진보를 안는다" 

수강생들의 질문은 '386 운동권 원희룡이 보수주의로 옮겨 간 이유'에도 집중됐다. 원 의원은 "내 세계관의 변화를 고백하듯 쭉 얘기하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라면서 자신의 변화를 '보수의 재발견'으로 설명했다.

"1990년 1월부터 석 달 동안 전국을 무전여행 하면서 내린 결론은, 내가 평생의 신념으로 삼아서 가야겠다고 다짐했던 운동권의 이념과 투쟁방식이 인간에 대해 너무나 이상적으로, 또 틀을 정해놓고 바라본다는 점이다. 사람을 대상화하고 이미 스무 살이 넘은 사람들의 의식을 개조해 어떤 사회를 향해 끌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이제는 놓아야겠다는 것이었다."

20대 대부분을 '운동권'으로 살아왔지만, 1987년 6월항쟁과 대선,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에 이은 사회주의의 몰락이라는 세계의 급격한 변화와 맞닥뜨리고선 더 이상 북한이나 사회주의 국가, 또는 사회의 활력을 잃어버린 선진국가의 사회주의 모델을 이상사회로 인정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원 의원은 "내 생각과 방법론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원 의원은 "같이 운동권에 몸담았던 동료들처럼 진보 이념에 중심을 두고 그 폭을 넓히는 게 아니라, 보수 쪽에 발을 두고 팔을 벌려 진보를 끌어안는 점진적 변화를 택하면서 나의 30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25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원희룡 의원이 '새로운 보수, 대한민국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5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원희룡 의원이 '새로운 보수, 대한민국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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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의 정통성, '근대화의 영웅' 박정희 인정해야" 

원 의원은 자신이 재발견한 보수의 가치를 설명하면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식을 예로 들었다. 역사적인 과오는 분명하지만 그들의 성과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

원 의원은 "2차대전 뒤 냉전체제에서 미국의 우산 밑에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서 건국을 선포하고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지도자가 이승만이고,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인 동시에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노선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였지만 실질적으론 봉건독재인 통치형태와 부패에 대한 국민 저항에 의해 물러나게 됐지만, 대한민국의 현재를 가능하게 한 발전의 초석을 놓은 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당시의 엘리트 관료들에 대해서도 "근대화의 영웅"이라고 표현하면서 "전근대적인 농촌사회, 세계에서 가장 뒤떨어진 후진국에 머물렀던 한국 사회를 전근대에서 근대로 짧은 기간에 끌어올린 아이디어와 집행능력을 가진 혁신집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 의원은 "인권을 탄압하고, 권력을 전체주의 경찰국가처럼 활용하고, 많은 국민들에 대한 상징조작, 기득권 집단의 천박성과 지나치게 이기적인 부패성 등은 분명한 과실"이라며 "이런 부분들을 직시하고 앞으로 고쳐나가도록 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과 과는 누구나 다 있다. 역사 속에서 한꺼번에 모든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는 없고, 그늘이 없는 지도자는 없다"고 단언한 원 의원은 "성과는 그 의도와 상관없이 공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부정적인 면들은 분명히 과로 평가해서 반복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은 보수다" - 한국 사회 보수의 조건

25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원희룡 의원이 '새로운 보수, 대한민국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5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원희룡 의원이 '새로운 보수, 대한민국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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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은 보수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 그는 한국 사회에서 보수의 기준을 ▲ 한미동맹에 대한 사고와 태도 ▲ 북한에 대한 평가 ▲ 성장과 분배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 등 3가지로 제시하는 동시에 여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한미동맹과 관련, 원 의원은 "큰 틀에서 우리의 생존권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한미동맹은 계속 발전돼야 한다. 한미동맹에 균열 조짐이 보일 때는 일본·중국·북한과 관계에서 한국의 입지가 약해지지 않았느냐"며 "미국에 반대하면 진보이고 세계정세에서 앞서가는 것처럼 하는 것은 현실에도 맞지 않고 역사를 낭만적으로 보는 태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시작전권 문제나 '효순이·미선이 사건'에서 나타나는 세부적인 문제들은 얼마든지 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 의원은 "북한 체제는 실패작이고, 체제의 생존을 위해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는 것이 한국에는 위협이 된다는 것을 확고히 하는 것이 보수로서 최소한의 전제"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연방제 통일방안을 배격하는 동시에 자유민주주의 단일 체제로 통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평화적·점진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가는 방향이어야 하고, 사회적 이질감부터 통합하면서 그 위에 정치·군사·외교분야의 통일을 모자처럼 씌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에 대해서도 성장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원 의원은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었으니 분배와 복지를 목표로 하자고 한다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통일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바로 옆에 있는 나라로선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며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면서 여기에 분배를 맞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아직도 건강한 보수와는 거리 멀다"

25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원희룡 의원이 '새로운 보수, 대한민국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5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원희룡 의원이 '새로운 보수, 대한민국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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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의원은 자신이 분명한 보수세력의 일원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현재 한국의 주류 보수세력에 대해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우리나라의 보수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의 알맹이와는 동떨어진 채 자유를 억압하고 전체주의적 사고로 급진적으로 가는, 결국 힘의 철학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기 때문에 너도 중요하고 나도 중요하다는 상생정신도 생기고 갈등 해결을 위해 점진적인 방법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21세기 보수 가치의 핵심"이라며 "대한민국의 건강한 보수는 힘의 철학과 결별하면서 자유의 철학으로 그 정체성을 대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좌파, 우파, 반공, 수구 같은 단어들로 딱지를 붙이면 자기 세력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에 대해 새로운 해법을 찾아낼 수 없게 된다"며 "진보든 보수든 극단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양상인데 그런 극단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386세대인 원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386세대가 한 역할에 대해 "'민주 대 반민주', '민중 대 반민중'이라는 과거의 틀로 사회 발전의 방향성을 설정하려고 했고 극단적인 이념 대립을 낳았다"며 "민주화에 공헌했다는 도덕적 우위 때문에 국민들이 부채의식으로 표를 주는 시대는 지났는데 이념의 틀로 선택을 강요한 것이 국민에게 먹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건강한 보수와는 아직도 거리가 멀고 이를 좁히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원희룡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태그:#원희룡, #10만인클럽,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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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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