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김용필(자유선진당, 비례대표) 의원이 지난 20일 충청남도가 개최한 '제1차 충남도민 정상회의'에 대하여 포퓰리즘 운운하며 충청남도에 대하여 맹비난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 26일 도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안희정 충남지사의 도민정상회의에 대해 "의회가 있음에도 의회를 통한 의견 수렴을 뒷전으로 한 채, 법과 조례에도 없는 도민정상회의를 추진하는 발상은 '직접민주주의'라는 포퓰리즘으로 지방의회를 유린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 의원의 이날 발언을 놓고 여기저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도민 대표 300명에 운 좋게 선발되어 당일 행사에 참석해 '1일 도지사' 임무를 수행했던 나로서는 졸지에 포퓰리즘 동원대상이 되었기에 더욱 불쾌하기만 하다.
그럼 도의원은 도민 무시해도 되나?
나는 김 의원이 안희정 지사의 잘못에 대해 따지거나 나무라는 것에 대해서는 시비할 생각이 없다. 그것은 도의회(의원)의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현재 충남도지사가 도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여 도정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용필 의원이 발언한 "도민정상회의가 의회를 무시한 포퓰리즘 행사였다"는 주장은 도민으로서 누려야할 '도정 참여 권리'와 '소통 요구권'를 폄훼하고 무시하는 발언이기 때문에 철회와 사과를 요구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에 개최되었던 정상회의는 선진국형 주민참여 방식인 타운 홀 미팅(Town Hall Meeting) 형식을 통해 도정의 핵심과제에 대한 참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나는 안희정 지사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검토해 볼 수 있었고 수차례의 현장 투표를 통해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내 의견을 제시했다.
당일 6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에서는 충남도정 핵심 10대 과제에 대해 참석자들이 실시간으로 찬반 의견을 교환하고 통합·조정하는 토론을 진행했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토론의제에 대해 토론직후 현장에서 리모컨으로 실시간 전자투표를 진행하고 결과를 동시에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생생한 현장이었다.
당일 제시된 의제들은 참석자들의 현장 투표로 정책별 선호도와 경향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회의가 마무리될 무렵에는 당초 충청남도가 제시한 10대사업의 우선순위가 뒤바뀌기도 했다. 또 변경된 우선순위를 도지사가 받아들이고 도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선언하기에 까지 이르렀다.
나에게 이날 회의는 '드디어 내가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정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했을 뿐이다. 이러한 과정들이 도의회의 권능을 어떻게 부정하였다는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도의원들도 참여하고 소통하고 고민하면 될 일
지역 정가에서는 김 의원의 이번 발언을 놓고 "도의회 고위층이 도정 현안에 대해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와 상의하지 않고 도민들과 직접 소통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한 것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더욱 문제다. 왜냐하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인 다양한 소통 채널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한 표만 주시면 여러분이 원하는 것 제가 다 해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당선 이후에 그에 합당한 대우를 요구하거나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이번 회의가 참여와 소통에 대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계기였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물론 이번 발언이 김 의원 개인의 생각일 수도 있고 정파의 정치적 발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도지사에게 무슨 권한으로 도민들을 불러들이느냐고 탓할 것이 아니라, 도의원들 스스로 도지사보다 훨씬 더 많이 지역 주민을 만나고 대화와 소통에 참여하면 될 것이다.
도대체 당선 이후 얼굴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넘쳐나기에 하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