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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겉표지
<메인>겉표지 ⓒ 비채

"경찰을 오래 하면 누구든지 사람이 싫어지게 되는 겁니까?"

 

트리베니언의 1976년 작품 <메인>에 등장하는 한 젊은 경찰은 고참경찰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경찰일을 시작하고 거리를 순찰하면서 왠지 낭떠러지로 쫓기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경찰을 하다보면 기본적으로 범죄자, 또는 잠재적인 범죄자들을 상대할 가능성이 많다. 부랑자나 전과자, 마약중독자, 매춘부, 좀도둑 등. 더 나아가서는 강간범이나 연쇄살인범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계속 상대하다 보면 사람이 싫어지고 세상이 우울하게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교통경찰이건 강력반 형사건 마찬가지다.

 

만나는 사람 모두가 싫어하는 일을 오랫동안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작품 속의 형사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이 질문을 받은 고참경찰 라프왕트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드물게 있다"고 대답한다.

 

캐나다의 작은 거리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라프왕트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31년째 경찰일을 하고 있다. 그가 왜 경찰이 되었는지, 자신의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라프왕트는 자신의 담당구역인 '메인' 지역을 조용하고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서 하루하루 노력할 뿐이다. 때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친절하게 들어주고 때로는 거칠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면서.

 

하지만 메인 지역은 태생적으로 조용할 수가 없는 곳이다. 메인은 몬트리올의 프랑스계 지역과 영국계 지역의 경계에 해당한다. 작은 가게와 싸구려 아파트가 즐비한 가난하고 떠들썩한 이 지역은 캐나다로 몰려드는 이민자들이 제일 먼저 정착하는 곳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메인으로 들어온다.

 

그들이 이민해 오는 이유도 다양하다.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에 부풀어서 오는 사람도 있고, 자국에서 범죄를 저질러서 도망오는 사람도 있다. 메인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웨스트몬트리올로 떠나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은 메인에 남는다. 노인들도 남고 패배자들도 남는다. 신세를 망친 사람들도 남는다. 메인은 시쳇말로 '루저'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이런 메인 거리에서 어느날 새벽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좁은 골목에서 젊은 이탈리아인이 칼에 찔려 죽은 것이다. 피해자의 지갑은 사라졌고 지문도 조회되지 않는다. 합법적인 이민자라면 당국에 지문이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걸로 봐서 피해자는 불법으로 캐나다에 입국한 사람이다. 이것도 드문 일은 아니다. 다만 신원확인이 늦어지면 사건도 그만큼 늦게 해결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라프왕트는 젊은 형사와 함께 메인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건해결을 위해 뛰어 다닌다.

 

어둡고 우울하지만 매력적인 거리 메인

 

<메인>에는 '꿈이 끝나는 거리'라는 부제목이 붙어있다. 어둡고 우울한 메인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나타내는 표현이다. 라프왕트는 이 거리에 애착을 갖고 있고 때로는 긍지조차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긴 같은 구역에서 30년 넘게 근무해왔다면 애착이 생기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메인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치고 라프왕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어떻게 그를 바라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에게 라프왕트는 보호자이며 친구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마주치지 말아야할 적이기도 하다.

 

이 거리에서는 평소에도 온갖 범죄가 발생한다. 정육점에 도둑이 들고 신문판매원이 노상강도에게 돈을 빼았긴다. 건설현장의 기자재가 한꺼번에 도난당하는 일도 생긴다. 라프왕트는 혼자서 권총 하나만을 가지고 이 거리를 순찰한다. 패배자들이 모인 거리 메인, 그곳은 우울하고 절망적이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덧붙이는 글 | <메인> 트리베니언 지음 / 정태원 옮김. 비채 펴냄.


메인 - 꿈이 끝나는 거리

트리베니언 지음, 정태원 옮김, 비채(2010)


#메인#트리베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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