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료받을 권리, 돈 때문에 목숨을 저울질하지 않아도 될 권리가 바로 무상의료다. 영국은 국가가 재정을 조달하고 의료 서비스를 관리하는 대표적인 무상의료의 나라다. 의료 서비스의 질과 재정 문제 등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60년 넘게 무상의료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 불평등과 의료시장 민영화 등 한국사회 의료 문제의 해법을 영국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말] |
글 : 박순옥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영국편' 특별취재팀앞으로는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해도 수술할 의사가 없어 죽을지도 모른다.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한국 의료계에서 외과 기피 현상은 심각하다.
지난 2010년 전국 병원의 전공의 모집 현황에 따르면, 소위 '빅5 병원'에서조차 외과, 흉부외과 등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신입 전공의를 한 명도 뽑지 못한 병원도 수두룩하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라고,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외과의는 점점 기피 대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외과 설명회 등을 열어 보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건 그 때일 뿐, 정작 외과를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카림 브로히(Karim Brohi) 교수는 로열 런던 병원의 외상 전문의다. 중증 외상 환자가 외상 센터로 이송돼 오면 대부분 그의 손을 거친다. 8시간 교대 근무에 일주일에 3~4차례의 수술,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 외상 환자를 다루지만 그는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듯했다.
- 왜 안정적인 GP를 택하지 않았나."이 일이 흥미롭기도 할 뿐만 아니라 도전정신이 생기게 한다. 거창하게 사회에 대한 책임을 얘기하고 싶진 않다. 아이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곤 하는데 (우리 같은 외과의는) 빠른 처치와 좋은 기술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이 한 가정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 상태가 심각한 중증 외상 환자를 대하는 것도 쉽지 않은 듯하다. 한국에서는 외과 기피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트레이닝만 제대로 받았다면 스트레스는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모르고 해야 할 일을 모를 때 스트레스가 더 심하지 않겠는가. 마취사가 없고 수혈액이 부족해서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것이 더 스트레스다. 우리 외상 센터는 체계적으로 매뉴얼화돼 있고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은 의사와 스태프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스트레스는 덜한 편이다."
- 외과의가 된 데 경제적인 이유는 없었나."경제적인 문제는 아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은행에서 일하지 의사를 왜 선택했겠나.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드는, 외과의라는 내 직업에 만족한다.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환자를 치료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우리 의사들이 가지는 보람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 영국에서 외과 전문의가 되려면 경쟁을 거쳐야 하나. 한국은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물론이다. 의대생들은 각자 좋아하는 분야를 스스로 선택한다. 외과 전문의의 길은 항상 경쟁이 심하다. 영국에서 외과의사 후보는 항상 넘쳐난다."
<오마이뉴스> 유러피언드림 영국편 특별취재팀 : 남소연·박순옥 기자, 송주민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