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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호 기자 X파일> 책을 출간한 이상호 기자.
 <이상호 기자 X파일> 책을 출간한 이상호 기자.
ⓒ 이상호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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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발뉴스>의 이상호 MBC 기자는 자본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 상황을 "경찰이 도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듯 언론도 자유로워야 하는데 현재는 '도둑 경찰'이 경찰 행세하는 꼴이다"고 자본 눈치를 보는 언론에 일침을 가했다.

<이상호 기자 X파일> 출간을 기념해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고통스러워서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었던 제 경험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공개시점을 20년 후로 생각하고 기다렸지만 지난해 귀국 직전에 탈고를 했고 이왕이면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될 올 대선을 앞두고 출간하자고 결심했다"고 2005년 '삼성 X파일' 보도 이후 7년이나 지나 책을 출간하게 된 사정을 밝혔다.

책은 마치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 <유령>과 <추적자>를 섞어놓은 느낌이어서 정말 사실일까라는 의문마저 들었다. 여기에 대해 이 기자는 "그런 말을 많이 들었지만 출간을 위해 절반 가까이 내용을 덜어낸 것으로 최소한의 사실이다, 보여지도록 의도된 세상에서 그럴 것이라는 환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의 음모를 고발하고 싶었다"면서 "'국익=삼성=이건희'라는 등식을 국민들 머리속에 심고, 강화하기 위해 광고와 온갖 특혜로 작업하고 있는 삼성의 손을 알아차리게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삼성에 대한 제보를 받았을 때 거부하고 싶지 않았을까? 이 기자는 " 약 0.001초쯤은 도망가고 싶은 본능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기자로서 특종에 대한 매력도 느낀다, 그러나 1~2초가 지나면 비로소 현실감이 돌아온다"며 "아, 이번에는 민형사 소송에 테러의 위험까지 있겠다… 이런 식으로 보도에 따른 피해 견적이 나온다, 삼성 X파일 때는 책에도 썼지만, 야… 이거 최소한 식물인간이다, 이런 생각이 전율처럼 느껴졌다"는 말로 처음 접했을 때 심경을 전하였다.

7년 전 일을 정리하면서 고통스러워 죽을 뻔했다고 한다. 이 기자는 "기록을 만지고 있다 보면, 제보를 받고 고립되고 어떻게든 보도를 관철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그때 제가 되어 있었다, 그러다간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눕고, 결국 다시 기록을 덮게 되고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기록을 살피던 지난해 초에는, 아예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작정을 하고 덤볐다"고 책을 정리하면서 겪은 고충을 들려주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 기자는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편하게 즐기시고 딱 하나만 하시면 됩니다, 12월 19일 누가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후보인지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이상호 기자와 나눈 1문 1답이다.

"책에 담긴 것보다 추한 현실... 보이지 않는 손 인식했으면"

 <이상호 기자 X파일: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 동아시아
- 7년이 지난 지금 출간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다렸어요. 당장이라도 기록을 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느라 시간과 싸웠습니다. 처음에는 (공개시점으로) 20년쯤 뒤를 생각했어요. 아직 살아있는 사건이고 또한 인간관계가 얽혀 있어서 그게 두려웠지요. 그런데 미국 UC 버클리 언론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미국 언론사를 다시 공부하게 됐는데, 결국 워터게이트 사건도 현장 취재기자들의 충실한 기록을 통해 역사적 평가가 가능했던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간 고통스러워서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었던 제 경험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난해 귀국 직전 탈고를 했고, 이왕이면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될, 올 대선을 앞두고 출간하자고 결심했습니다."

- 책을 읽으면서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 <추적자>와 <유령>을 섞어놓은 느낌이었습니다.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어렵던데.
"많은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세요.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구요. 그러면서 전율이 느껴진다고 해요. <오마이뉴스> 독자들을 위해 솔직히 말씀드리면 출간을 위해 절반 가까이 내용을 덜어낸 겁니다. 최소한의 사실입니다. 현실은 훨씬 추한 모습이죠. 보여지도록 의도된 세상에서 그럴 것이라는 환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의 음모를 고발하고 싶었어요. 보이지 않는 저들의 '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국익=삼성=이건희'라는 등식을 국민들 머리속에 심고, 강화하기 위해 광고와 온갖 특혜로 작업하고 있는 삼성의 손을 알아차리게 되시길 바랍니다. 수백억 원의 뇌물로 대통령 후보를 매수하고 검찰간부들을 사육하고 국회에 프락치를 심고 언론을 이용하는 실상을 담은 게 제가 고발한 '삼성 X파일'의 주 내용입니다. 공정위의 조사를 막는 것쯤은 우습게 저지를 수 있는 집단이 삼성이라는 사실, 우리가 민주공화제라고 믿는 대한민국의 정체가 실은 삼성을 위시한 소수 재벌이 돈으로 흥정한 야바위판이라는 현실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시자는 제안입니다."

- 처음 삼성 X파일을 접했을 때 두렵기도 하고 도망가고 싶기도 했을 텐데.
"늘 그렇죠. 센 제보를 받으면 아주 순간인데요. 약 0.001초쯤은 도망가고 싶은 본능을 느낍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자로서 특종에 대한 매력도 느끼지요. 1~2초가 지나면 비로소 현실감이 돌아옵니다. 아, 이번에는 민형사 소송에 테러의 위험까지 있겠다… 이런 식으로 보도에 따른 피해 견적이 나옵니다. 늘 해온 일이 탐사고발 분야니까 한순간에 다 파악이 되지요. 삼성 X파일 때는 책에도 썼지만, 야… 이거 최소한 식물인간이다. 이런 생각이 전율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기다렸던 순간, 그래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늘 유고작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방송을 보도했거든요. 지난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유총연맹의 비리를 고발했을 때는 정말 그쪽 사람들의 살기를 느꼈습니다. 자유신문이라는 기관지 기자 2명이 저를 끈질기게 미행했거든요. 제 배후를 캐겠다면서요. 저를 찢어 죽이자며 궐기대회도 열었구요. '현장에서 죽자'던 초년기자 시절의 치기를 일찌감치 포기했어야 하는데, 철이 들지 않아서인지 생각이 바뀌지 않더라고요.

매번 보도 이후 소송과 협박을 받다 보니,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일종의 오기가 안으로 똘똘 다져진 거 아닐까요. 마치 자기가 칼 한 자루 들고 풍차에 맞서는 기사라고 착각했던 거겠죠.(웃음) 수십건의 소송, 조직내에서의 압박, 엉켜버린 일상… 이런 것들이 저를 더 한쪽으로 몰아갔던 것 같아요. 때가 오면 거악과 부딪혀 부서져버리리라. 그런 생각. 왜 눈물이 코밑까지 차올랐을때, 갑자기 친구의 말 한마디에 울음이 터져버리는 그런 상황이 있잖아요. 삼성 X파일 제보를 받았을 때 그랬던 거 같아요. 아… 정말 이제는 끝이구나. 도저히 승산이 없는 게임을 해야잖아요. 초년기자도 아니고 이미 십 년 이상 삼성의 존재를 알고 있던 터라. 이건 돌아올 기름 없이 폭탄 한 방 달고 날아가야 하는 전투기의 파일럿 같은 신세였죠. 제보를 받던 날. 그날 석양에 대한 기억. 그래서 책에 자세히 묘사해둔 거예요. 그땐 세상이 그렇게 보였으니까요."

"광고와 특혜로 입이 막힌 한국 언론... 기본이라도 회복했으면"

 <이상호 기자 X파일> 책을 출간한 이상호 기자.
 <이상호 기자 X파일> 책을 출간한 이상호 기자.
ⓒ 이상호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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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MBC 동료들과 관계는 어떻습니까?
"삼성 X파일 보도 이전에 저는 보도국의 자칭타칭 '오락부장'이었어요. 모든 행사에 전문 사회자, 크고 작은 회식의 기획자. 그런데 일순 객석에조차 제 자리가 없더라구요. 선배 등에 칼을 꽂은 조직의 배신자. 공명심에 사로잡힌 망상가. 뭐, 제 자격지심인지는 몰라도 그때는 그랬어요. 격의 없이 지내던 두어 명 정도와 전화통화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보면 모두들 좋은데, 사랑하는 선후배들인데, 제가 먼저 나서서 연락하지는 못하겠어요. 다시 인간관계를 복원하고 싶은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비로소 인간관계의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편해진 느낌이랄까요? 대신 트위터를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치유를 받습니다."

- 책을 보면 최문순 전 사장이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X파일 보도를 반대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삼성에 대해서는 최문순 전 사장도 김재철 사장과 별반 다른 게 없는 것 같은데 언론이 자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참 재미있는 질문이지요. 언론이란 기본적으로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론이 아니거든요. 경찰이 도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듯이 말이죠. 도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경찰은 도둑보다 더 나쁜 거잖아요? 언론은 자유언론이라야 비로소 언론입니다. 도둑 경찰이 경찰 행세를 하고 있는 세상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끔찍합니까! 도둑 앞잡이들이 경찰 행세를 하고 있으니 말이죠. 사방에서 인권이 유린되고 있고 고공크레인에 올라가고 있고, 구럼비 바위가 깨지고 있는데 언론이 없어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박태환을 응원하는 삼성일가들의 모습만이 반복재생됩니다. 지금 언론이 그렇습니다. 겉으르는 자유정론을 표방하면서, 모두 광고와 특혜로 입이 막혀있어요. 이번 책은 어찌 보면 한국언론사에 하나의 사건이자, 작은 성취였다고 볼 수 있는, 삼성 X파일 보도의 취재백서인데, 이 책의 광고조차 실어주지 않습니다. 그러고도 언론일 수 있을까요? 이건 범죄입니다. 잘하지 않아도 좋으니 최소한 기본만은 회복했으면 좋겠어요."

- 보도가 나간 후 지금까지 최문순 전 사장이 침묵하나요?
"네, 아직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태풍에 눈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랄까요. 이럴 때가 제일 두렵지요. 어떤 반격이 나올까. 사정기관에서 내사가 시작됐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국정원과 검찰을 겨누고 있는 책이니까. 곧 저를 부도덕한 놈으로, 뭔가 하자있는 사람으로 엮어 흠집을 내려할지 모른다는 피해의식이 있어요. 정신병은 아닌 게, 주변에서 제게 경고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정보 사이드에 있는 분들 중에도 '조심하라'고 귀뜸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죽으면 죽으리라. 뭐… 제 용도는 거기까지인거죠. 그리고 나서도 쓸모가 있으면 다시 일어나게 해서 일을 시키시겠지요. 혹시 저를 위해 남겨진 일이 있다면 말이죠."

- 날짜별로 쓰셨던데 일기를 쓰셨나요?
"자꾸 인터뷰 분위기가 다운되는데, 이래도 되나요? (웃음) 일기체로 썼지요. 처음에는 법정 제출용 취재일지를 썼어요. 어차피 삼성이 소송을 해올 거라고 봤으니까요. 소송이 시작되면 엄청난 화력을 동원해 삼성이 취재기자의 진정성을 공격하고 나올텐데, 어떻게 제보를 받아서 어떤 과정을 통해 취재를 했고, 왜 이 보도가 국민의 행복과 공동체의 건강성을 위해 필요한 것인가 꼼꼼이 정리해둘 필요가 있었지요. 그런데 차차 취재가 진행되면서, 삼성의 의도대로 제가 조직내에서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나중에는 밥을 함께 먹을 사람도 없어졌지만… 더더구나 대화를 나눌 사람도 하나 없었거든요. 그래서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였죠. 이 기록이."

- 7년 전 일을 다시 정리하면서 그 때 일이 떠올라 고통스러웠을 것 같은데.
"몸이 아팠어요. 기록을 열면 이게 날짜별로 일기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바로 몇 년 전 그 상황으로 이입이 되요. 잘 믿기실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랬어요. 기록을 만지고 있다보면, 제보를 받고 고립되고 어떻게든 보도를 관철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그때 제가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럴 때면 아내나 아이들도 가까이 못와요. 너무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으로 변하죠. 그러다간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눕고, 결국 다시 기록을 덮게 되고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렸죠. 마지막 기록을 살피던 지난해 초에는, 아예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작정을 하고 덤볐어요. 정말이지 고통스러웠고 죽을 뻔했어요."

- 진보성향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삼성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김어준씨는 이건희 일가와 삼성을 따로 봐야 한다고 하죠. 이 기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건희 일가와 삼성은 분명 다릅니다. 삼성은 국가경제와 밀접한 국민기업이지요. 그런만큼 제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건희 일가에 대한 효과적인 문제제기를 위해 방법적으로 삼성 불매운동을 지지합니다. 다만 단기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이건희 일가가 깨우칠 수 있도록 말이죠. 국민의 자각과 행동만이 역사 속에서 늘 그랬듯 세상을 바꿉니다."

-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야기가 무겁게 흐른 감이 있네요. 이번 책 아주 재미있습니다. 진짭니다. (웃음) 책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는 분들이 많아요. 마치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당시 펑펑 울었던 소년이 나중에 대학에 입학해 자신들이 알고 있던 역사의 허구성을 인식하고 망연자실했던 것 처럼 말이죠. 편하게 즐기시고 딱 하나만 하시면 됩니다. 12월 19일, 누가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후보인지 잘 판단해 주십사 하는 겁니다. 더 이상 속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투표일, 제 책을 들고 투표장에 가주시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거 같아요."


#이상호#삼성X파일#MBC#최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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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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